어느 듣보잡 매문가의 신세 한탄-속편
어제 오전, 일 사이 비는 시간에 근처의 거래 은행 지점에 부러 들러 계좌번호를 알아내서는 입금된 원고료를 돌려보냈다. 지난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는 분명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그래도 통장에 돈이 들어왔다. 사실 노동을 했으므로 이 돈을 받아도 틀린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주변에서 그런 의사를 듣기도 했다. 게다가 글이야 안 실린다 해도 음식을 만들기 위한 재료비며 노동력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래도 받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나의 의사와 전혀 상관없이 정말 원고가 실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 금요일, 갑의 갑에게 재차 확인 전화를 걸어야만 했다. 갑에게 전화 걸기도 싫은 마당에 갑의 갑이라면 귀찮게 해서도 안 될 존재라는 생각이 들지만 정말 이번만큼은 이 글이 실리는 걸 막아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갑의 갑 담당자는 무척 친절했는데, 원고를 보니 좋은데 한 번 다시 보고 재고해볼 수는 없냐고 물었다. 의도를 모르는 건 아닌데 나의 상황이 그 의도마저 왜곡해서 받아들이도록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거듭 설명하며 거절했다. 때문에 예상보다 길어진 통화를 마치니 편집자로부터 메일이 날아왔다. 또 사과, 그리고 원고료를 보냈다는 말과 함께 원고를 첨부했는데, 여는 순간 나는 그게 내가 쓴 글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 첫 단락은 졸저 <일상을 지나가다>에서 그대로 가져왔고, 그 때문에 글은 내가 쓰려는 의도와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그냥 다른 콘텐츠에 그 책의 감정을 입힌 느낌이랄까? 너무 민망해서 도무지 눈을 뜨고 읽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원고료라고 보낸 돈을 이 악물고 돌려보내야만 했다.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는다. 왜 그래야만 했는지 이해할 수도 없다. 대필도 아니고 이건 대체 뭐란 말인가. 아무래도 이런 일은 이제 그만해야되지 않나 생각한다.
# by bluexmas | 2012/07/03 03:18 | Life | 트랙백 | 덧글(10)
이젠, 다시 기운 낼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