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행으로 얻는 절반의 실패, 크루아상
크루아상에 도전해보았다.
크루아상은 정말 ‘도전’의 대상이다. 얇게 편 버터를 발효 반죽 사이에 넣고 접어 다시 미는 게 손으로는 어렵기도 어렵지만, 그 사이사이 냉장 냉동실을 오르락내리락하는 타이밍을 맞춰주면서 기다리는 것도 만만치 않다. 이것저것 다 합치면 결국 최소 열 시간 이상 계속해서 신경을 써야만 한다. 나같은 잉여의 아마추어가 아니면 시도해 볼 엄두를 내기도 어렵다. 게다가 돈도 꽤 많이 든다. 그럭저럭 버터가 괜찮은 미국 레시피조차도 지들 것보다 더 지방함량이 높은 유럽 버터를 쓰라고 권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금값인 유럽버터… 마침 백화점에서 이즈니 버터를 1+1 세일하길래 크루아상을 만들기 위해 집어왔다. 그 레시피에서는 글루텐 함량이 높은 중력분을 쓰라고도 말했으나 그건 통과.
버터를 얇게 펴는 건 생각보다 쉽다. 유산지를 원하는 크기로 접은 봉투를 만들고, 냉장고에서 갓 꺼낸 버터를 두들겨 적당히 물렁하게 만든 다음 그 사이에 넣고 크기가 될 때까지 밀거나 두들겨주면 된다. 버터를 넣어 접은 반죽을 미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버터가 너무 차가우면 반죽만 밀리고, 또 온도가 너무 올라가면 버터가 녹기 시작한다. 기계는 버터가 차갑거나 말거나 꽉 눌러서 쭉 뽑지만…
그럭저럭 잘 해나가고 있었는데 막판에 그 모든 고생이 물거품 될 뻔 했다. 레시피에 따라 반죽을 길게 펴 반으로 접어 삼각형으로 자르고, 반으로 나누기 위해 다시 펼치는데… 펼쳐지지 않는 것이다 ㅠㅠ 접을때 밀가루를 썼어야 하는데 ㅠㅠ 정말 진지하게 여기에서 접을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공들인게 아까워서 완성은 보자고 다시 눈물을 흘려가며 반죽을 살렸다. 최단 두 시간 반의 마지막 발효로 대미를 장식한다.
그렇게 하루 종일 고생해서 이런 걸 만들고 나면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건 그냥 프로가 만든 걸 사먹자. 사실 나는 크루아상을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는다. 만들어서 채 한 개도 안 먹었다. 그냥 만들어보는 게 좋을 뿐이다.
# by bluexmas | 2012/04/18 11:16 | Taste | 트랙백 | 덧글(16)
그래도 만드시는 손재주가 부럽습니다. ㅠㅠ
저정도면 잘한거 아닐가요 ㅎ
예전에 패이스트리 반죽법으로 한번 했다가 완전 망한 적이 있어서 ㅠㅠㅠㅠ
크루아상 미루길 잘했어요 ㅜ
아무리 롤러라도 어느정도 반죽과 버터의 상태를맞추어주어야합니다 안그러면 기계힘을 버티지못해 버터가 반죽사이로 터져나오거나 반죽안에서 버터가 깨져버리지요. 여름엔 특히 작업하기 힘들죠~그래도 대단하시네요 손으로 밀어펴시다니. 전 성질나서 못하겠던데;(아 반죽이 차가운 상태에서 재단해야 덜 달라붙고요. 덧가루는 되도록 자제하시는편이 좋아요 덧가루땜에 말린게 붙질 않거든요. 잘못하면 발효중 풀려버리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