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앞]마카롱-마카롱과 홍대 앞의 수준 점검
마카롱을 먹고 그에 관한 글을 쓰려면, 이제는 먼저 마카롱이라는 과자가 그렇게 맛 또는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의 여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마카롱의 희소가치가 그만큼 떨어졌기 때문이다. 좋은 마카롱은 여전히 맛보기 어렵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은 갈수록 넘쳐나고 있다. 이젠 뭐가 마카롱이고, 그걸 왜 먹어야 하는지조차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겠다.
아몬디에의 초대 파티셰를 불러서 문을 열었다는 가게 <마카롱>은 미안하지만 그 이름을 잘못 지었다고 생각한다. 뭐랄까, 너무 즉물적이기도 하지만 마카롱만 파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더 그런 생각이 든다. 매장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꽤 많은 것들이 충돌하다가 어중간한 가운데에서 만난 듯한 느낌이 들어서 컨셉트를 세우고 문을 여는 과정에서 무슨 사연은 있지 않았을까 생각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름을 그렇게 지어 놓았으면 차라리 마카롱만 테이크아웃으로 파는 가게를 만들거나(현재의 인테리어는 바로 그런 컨셉트일때 가장 잘 어울릴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그 반대로 케이크(이스파한?)까지 팔거라면 오히려 플레이팅 디저트처럼 비싸게 팔 수 있는 것들을 메뉴에 올리고 의자도 편안하게 만들어 한 테이블을 받아도 객단가가 높게 차려 놓으면 될 것 같은데, 구색을 갖춘 듯 있는 의자들은 그 정도 가격의 케이크를 먹고 가기에는 딱히 편하지 않다. 어설프게 사람이 내리는 커피보다는 나을 수도 있지만 네스프레소 류의 기계만 덜렁 있는 것도 딱히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게다가 한쪽 벽에 걸려 있는 온갖 쿠키류는 번잡스러워 보인다. 능력 있는 사람을 데려왔다면 그 능력을 최대치로 뽑아낼 수 있는 것들을 선택해서 집중하도록 한 뒤 맞는 가격을 붙여 돈을 버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그렇다고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름이 좋은 선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CI랄까 디자인은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물론 마카롱은 그만하면 가격대비 훌륭하다. 아몬드 가루가 자기 맛을 내며 바탕을 넉넉히 깔아주는 가운데 각각의 맛들이 자기 목소리를 충분히 내고 있다. 식감의 측면에서는 아직도 쫀득한 것과 부드러운 것 가운데 어느 쪽이 맞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는데, 가운데를 채운 크림에 따라 조금씩 정도의 차이를 보여준다.
한편 가게 이름이 마카롱이라서 그런가? 먹었던 케이크들은 조금씩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들이 있었다. 조리보다 컨셉트의 측면에서 그러했다. ‘스니커즈 2012’라는 이름의 케이크는 이름 그대로 스니커즈를 고급 케이크로 만든 듯한 느낌이지만, 보통 ‘스니커즈’라면 떠올리게 되는 쫀득한 누가 층이 없어서 딱히 이런 이름을 붙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생토노레 이스파한’ 또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생토노레와 이스파한을 더한 것. 무엇보다 이스파한을 정식 메뉴로 내놓는다면 굳이 그 맛을 중복 사용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의도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슈 사이를 메우고 있는 크림에는 딱히 이렇다할 맛이 없어, 아무래도 시간이 지나면 눅눅하고 질겨질 수 밖에 없는 슈와 더불어 그저그런 궁합을 보여주었다. 아몬디에와 의식적으로 다른 것들을 내놓고 싶은지, 아니면 주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인지 뭐 그런 건 잘 모르겠지만 내가 먹었던 두 케이크는 시험 메뉴 차원에서 머물렀으면 좋겠다.
이런 집들의 출현을 놓고 생각을 하게 되면 궁극적으로는 ‘홍대 앞의 수준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으로 귀결된다. 홍대 앞에도 과연 파인 다이닝이며 고급 베이커리 등이 자리를 잡을 수 있고 살아 남을 수 있는가에 관한 물음이다. 개인적으로는 답이 아주 간단하다고 생각한다. ‘안될 것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홍대 앞에 홍대생, 아니면 학생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건 뭐 말할 필요도 없다. 홍대 주차장에 널린 차들 가운데 학생이 끌만한 것들이 몇 대나 있나?
2. 이미 홍대 앞, 또는 주변의 음식 물가는 싸지 않다: 유입되는 인구와 그로 인한 부동산 가격의 상승, 권리금 등등을 생각해보아도 음식을 싸게 팔기가 어렵지 않나?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그만큼의 질을 보장하지 못한다: 강남역을 위시한 직장인 위주의 거리가 회식 문화를 바탕으로 한 ‘질보다 양’ 고깃집 ‘간지’라면, 홍대 주변은 주로 일본풍을 대세로 그럴싸 또는 예쁘게 포장한 아마추어리즘이 넘쳐난다. 이름은 그럴싸한 서양 식품점이 들어섰길래, 마침 필요한 게 있어서 가봤더니 그냥 코스트코 등등에서 파는 것들을 소분하거나 이제는 웬만한 수퍼마켓에서 파는 것들만 들여놓고 있었다.
*맥락과 상관없이, 마카롱의 출현으로 바로 아래의 수아브 마카롱이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 by bluexmas | 2012/04/13 14:52 | Taste | 트랙백 | 덧글(4)
프랑스에서도 마카롱은 이 맛이야 하는 정석은 찾기가 힘들더군요.
다들 파티쉐의 자존심인지 뭔지가 있어서 약간씩 서로 다른 느낌과 맛을 가지고 있어서…
그리고 그게 또 식후 한 두개쯤 집어 먹거나 티타임에 한 두개 먹는 개념의 과자인지라
미국 도넛 처럼 쌓아놓고 먹을 만큼 팔리는 것도 아닌데 그런 가게가 생긴다는 것은 글쎄요…
1 Response
[…] 더 의미 있을 수 있다. 아주 간단하게, 연말까지 영업하고 문을 닫는다는 홍대 마카롱의 경우를 보자. 프티 가토 등등의 라인업 사이에 이런 방식의 에클레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