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밀 6: 백밀 4의 식빵
레시피나 비디오를 보다 보면 ‘아 이건 당장 만들어봐야 돼!’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그럼 정말 당장 만들어봐야 한다. 이 식빵이 그랬다. 흰 빵을 먹고 싶지 않지만 맛있는 통밀빵은 파는 곳도 없고, 만들기도 너무 어렵다. 그러나 이 식빵의 레시피는 보는 순간 이해하기가 너무 쉬웠고, 결과물도 괜찮을 것이라는 확신을 품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날 밤 당장 준비해서 다음 날 만들었다.
많은 빵들이 그렇기는 하지만, 특히 통밀가루로 만드는 빵은 하루만에 만들 수 없다. 글루텐이 잘 안 생겨 부풀어오르지 않는 것은 물론, 구수하지만 때로 강하게 다가올 수 있는 통밀의 맛을 떨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자를 위해서는 이스트를 넣은 ‘비가(biga)’ 또는 스폰지를, 후자를 위해서는 이스트를 넣지 않은 ‘소커(soaker)’를 전날 밤 미리 준비한다. 소커는 맛뿐만 아니라 거칠 수 밖에 없는 통밀빵의 식감을 부드럽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사진은 다음 날 아침 반죽에 섞기 위해 소커를 잘라 놓은 장면이다. 덩어리로 넣으면 안되고, 사진처럼 조각을 내어 하나씩 섞어주어야 한다.
이후 두 번에 걸치는 발효 등, 보통 빵과 같은 과정을 거쳐 사진의 식빵이 나왔다. 이만하면 생기기도 내가 만든 것들 가운데서는 제법 잘 생긴 축이지만 맛도 통밀을 저만큼 넣은 것 치고는 부드러우면서도 구수해 일견 뿌듯하다고까지 생각이 들었다. 다만 만들고 나서 레시피를 곰곰이 복기해보니 통밀식빵 특유의 약점을 극복하려고 지방이며 이스트를 너무 많이 넣는 레시피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정이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다. 다음 번에는 통밀 100%에 재도전해보고자 한다.
# by bluexmas | 2012/04/06 10:27 | Taste | 트랙백 | 덧글(9)
참 맛있어 보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