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잡담
글써서 밥 벌어-간신히-먹는 사람으로서 너무 경력이 일천한 까닭에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힘들지만, 아무래도 마감은 채우기보다 비우는 과정 같다. 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일종의 벽 깨부수기랄까. 아무데나 주먹구구식으로 해머로 두들기기보다 일단 작은 망치나 주먹으로 톡톡 쳐가면서 약한 부분을 찾아 집중 공략하는 게 더 효율적인 듯 싶기 때문이다. 또한 마감이 두 개 겹친다면 그건 벽 두 개가 겹쳐져 있는 형국이나 마찬가지. 정면 돌파는 때로 거의 불가능하다. 앞의 벽을 깨부숴봐야 뒤의 벽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뭐 하여간 그렇다. 나는 오늘 처음으로 위키피디아를 뒤져 ‘writer’s block’에 대해 진지하게 찾아 읽어봤는데 솔직히 내게는 사치라는 결론.
커피만 한 잔 마시려고 잠깐 밖에 나갔다가 정말 충동적으로 짬뽕까지 먹고 돌아왔다. 그렇게 추운 줄 알았더라면 안 나갔을지도 모르겠다. 이틀동안 밖에 나가지 않았다. 진짜 주유소에 버터를 충전하려 가야만 했는데 너무 추워 긴급 주유소에 들러 민폐를 끼치고는 무거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집에 계속 붙어 있는 김에 빵을 한 덩어리 더 구워보았다. 이번에는 밀가루를 30g 줄이고 밤새 만든 스폰지에 재료를 섞은 뒤 10분 동안 autolyse를 줬다. 밀가루를 줄이자 반죽이 덜 뻣뻣해 믹서로도 반죽이 더 잘 되었고 거기에 손으로 5분 동안 더 반죽했더니 힘이 좀 더 붙어 1차 발효가 훨씬 더 잘 되었다. 2차 발효를 시킬때 타이머를 켜는 걸 까먹어 살짝 발효가 덜 된 것 같고, 처음에 시험삼아 온도를 너무 올렸더니 반죽의 수분과 맞물려 oven spring이 일어났지만, 크러스트가 살짝 탄 느낌이었다. 욕심을 너무 부린 셈.
그리고 다시 일을 한다. 일단 하나만 더 하면.
# by bluexmas | 2012/02/08 00:23 | Life | 트랙백 | 덧글(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