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터지는 빵 이름
홍대 ‘토끼의 지혜’ 바로 근처에 카페인지 빵집이 생겨서 들어가보았다. 원래 그 자리에는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저온조리 삼겹살 같은 걸 내놓는데 아무 것도 모르지만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분자요리’ 운운하는 레스토랑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쨌든, 처음 예상과는 달리 빵을 구워 파는 것 같지도 않고 파는 것도 (예상했던 것처럼) 별 볼 일 없어 그냥 나오려는데 이 빵의 이름이 나의 눈길을 끌었다. 처음보았을 때는 충격에 내 눈을 믿을 수 없어 며칠 뒤 다시 가보았는데 여전히 마찬가지였다. 충격에 온몸을 떨어 사진도 흔들렸다. 더 웃긴 건 다른 빵 이름들은 ‘비교적(‘저린’사과를 넣은 빵… 아니 사과들끼리 서로 팔베개해줬나 저리게?-_-;;;)’ 멀쩡하더라고. 차라리 속편하게 우리말로 ‘우유식빵’이라고 쓰면 별 문제 없을텐데 괜히 있어보이려고 원어 이름을 가져다 쓰다가 긁어 부스럼 만든 격은 아닌가 싶었다.
어차피 가지도 않을 빵집의 멍청한 빵 이름 하나 가지고 난리법석을 떨고 싶지는 않은데, 저런 걸 보면 결국 대부분의 음식은 스타일의 소비하는 목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누가 주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인부터 저 글씨를 쓴 장본인까지,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빵을 먹어본 적이 없거나 디테일에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사실 그래도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어차피 사람들은 부지런히 가서 돈을 써주고, 오늘도 뭔가 있는 걸 먹은 양 포스팅들을 해댈테니까. 굴러다니는 팜플렛을 보니 무슨 외식컨설팅 회사의 ‘작품’인 것 같은데 그들이 하는 일이라는 게 결국은 이런 식으로 적당한 스타일을 만들어 파는 것일테고.
이런 것들이 많아질 수록 진짜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노력은 뒷전으로 밀리고, 결국 그 손해는 고스란히 돈을 쓰는 사람의 몫으로 돌아간다. 하긴 가짜를 양산해내는 대부분이 자신이 진짜를 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현실이니 뭐 가짜진짜 구분하는 게 무슨 의미인가 싶지만.
# by bluexmas | 2012/01/19 14:28 | Taste | 트랙백 | 덧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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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Pain au Lait 입니까?
뭐 설명 가득한 동화식 작명인가? 생각했는데….
이건 따우스레스자우르스(Tous les Jours,뚜레쥬르)에 이은 또 하나의 문화충격 -_-…
게다가 식빵이면 뺑오레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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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 럭셔리하고 엘레간트 하고
에스프리를 흔들어 놓을 똘레랑스가 느껴지나 보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