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 잡담
1. 연남동에서 돼지국밥으로 늦은 저녁을 먹었는데, 채 열 명이 안되는 남자들이 회식을 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술에 가장 많이 취해서 가장 목소리 큰 남자가, 내가 밥을 먹는 채 십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했던 얘기들: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손님이 “지랄”을 해서 쌍욕을 해줬다
– 술을 마시러 갔는데 “오줌” 한 번, “똥” 한 번 싸는 사이 양주가 각각 한 병씩 없어져서 병을 깨들고 난리를 쳤는데 그 깨진 병 위로 미끄러졌다
–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오는 오더니 건너편에 앉은 남자에게 “너 생일 언제야, 76이지?”를 한 다섯 번 되풀이하다가 그 남자가 “75 3월인데”라고 대답하자 바로 “형님”이라 부르며 소주를 한 잔 따랐다. 자기는 75 8월 생이라며.
거 참 밥맛 돋데.
2. 아주 미약하나마 권투 자세가 잡혀서 조금 더 열심히 해 보고자 이틀 연속으로 가는 등, 최소 주 4일을 목표로 운동을 했더니 오른발에 문제가 생겨서 오늘은 쉬어야만 했다. 관장은 요즘 자리에 잘 없고 어린 코치들이 늘 있는데 어떻게 사람을 뽑는지 다들 싹싹하고 친절하며, 설명도 잘 해준다. 어린 세대들은 이런가.
3. 얼마나 오랫동안 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당분간 시장에서 먹을 거리를 사오기로 했다. 요즘이 단감이랑 귤 철인데 집 앞 가게는 물론 마트에서조차 파는 게 너무 맛이 없어 내린 일종의 특단의 조치. 물론 배우기 위한 것도 있고, 요즘 읽고 있는 책들을 비롯 여러 정보를 검토해가며 내 식생활과 건강의 문제를 따져 보고 나서 해보기로 한 시도이다. 목표는 일주일에 한 번 청량리 청과물 시장에 가는 것. 주차 문제를 걱정했는데 500m 떨어진 사거리에 홈#러스가 있어 대박. 어차피 우유 등등은 마트에서 사야 되니까 이래저래 ‘원스톱’이나 다름 없다. 알고 보니 내가 살았던 마장동과 기껏해야 한두블럭 밖에 안 떨어진 동넨데 살때는 왜 잘 몰랐는지 그걸 모르겠다. 어쨌든 이것저것, 손에 들 수 없을때까지 사와서 따져보니 평소 마트에서 쓰는 것의 절반~2/3수준을 쓴 것 같다. 비록 잠깐이었지만 다녀보니 좋고 나쁜 물건이나 가게 등이 어렴풋이나마 보였다. 목표였던 단감과 귤은 둘 모두 동네에서 사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다만, 지나가다가 “아직도 A급 과일은 안 나왔네’라는 어떤 아저씨의 말을 들었는데 진짜 그런 건지 궁금했다. 잔뜩 싣고 집에 오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건 정말 나같이 회사 안 다니는 사람이나 겨우 가능할까 말까한 일이었다.
3-1. 통영에서 할머니한테 샀던 그 표고버섯이 어쩌면 국산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4. 정해진 답만 필요로 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 답을 줘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정말 큰 문제다. 음식도 갈수록 가공-processed-된 것만을 찾듯 지식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답, 십분 양보한다고 쳐도 요약본만을 찾는다. 그리고는 이해를 못해서 그걸 그냥 외운다. 긴 얘긴데 생각이 정리 안 되었으니 일단 여기까지만 쓰겠다. 아, 한 마디만 덧붙이자. 오랜 시간이 걸려서 쌓은 노하우를 공짜로 먹을 생각은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줘도 이해 못할 거라면 더더욱. 공부는 ‘스펙’을 쌓아 좋은 회사 취직시켜주는 것들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모르고 살다가 죽는데에 대한 아쉬움이나 갈증 같은 건 없나?
5. 어떤 경우에는 침묵이 최선의 친절이다.
# by bluexmas | 2012/01/14 00:15 | Life | 트랙백 | 덧글(14)
3. 재래시장에서 흔히 접하는 일인데, 원산지표기를 신뢰하기가 좀 어렵죠..
현실은 이성이 지배하지 않죠
그런 식으로 모든 일이 이성적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니까요. 특히 취객에게는…
그 아저씨가 잘했다는 말은 아닙니다만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것 또한
일반적인 현실이라는 거죠…
4. 공부는 ‘스펙’을 쌓아 좋은 회사 취직시켜주는 것들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모르고 살다가 죽는데에 대한 아쉬움이나 갈증 같은 건 없나? 공감X공감합니다.
깨도 마찬가지, 국산 달라면 없다고 하는데, 신기하게도 거기서 직접 짜서 판다는 참기름은 국산도 있고 중국산도 있어요. 즉, 처음부터 다 중국산이라는 이야기지요. 진짜 국산은 아는 사람들끼리만 먹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