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통영 1박 2일의 기록
최근 새로 산 아이폰 충전기 기능 시험을 겸해, 주말에 통영으로 짧은 출장을 다녀왔다. 원래 작년 말일에 가려고 했는데 일 때문에…
활어시장 안에 <송학횟집>이라고 식당이 있는데 거기에서 가장 싼 메뉴인 굴국(8,000). 싸서 먹은 건 아니고; 작년에도 먹어봤는데 맛있었던 기억이 났다. 뭐 별 거 없이 굴이랑 무채, 콩나물 등등으로 끓였는데 국물을 보고 있노라면 밥을 말아먹기 좀 미안해진다. 하늘하늘한 미역이 군데군데 떠다니는데 이거 건져먹는 재미가.
그냥 대구도 아니고 왕대구. 약 1m. 십만원이란다. 대구 특유의 느긋한 표정에 변화 하나 없이 상어나 고래랑도 맞장 뜰 뽀대. 누가 그런 만화 안 그리나… 왕국을 침략한 상어떼들에 맞서 표정 하나 안 변하고 맞장 뜨는 왕대구와 대구 군단의 무용담…
딱 한 군데에서 물통을 열심히 돌려가며 활 고등어를 팔고 있었다. 이런 수조를 보면 너무 빨리 돌아가는데 반해 물고기들은 비실거려 호응을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고등어들은 정말 반짝거리면서 지치지도 않고 쌩쌩 잘 돌더라. 나중에 물어보니 무리채 그물로 싸서 잡아다가 가두리에 좀 키워 내놓는 거라고 했다. 점심에 보고 저녁에 먹어야지, 찜하고 배를 타고 제승당에 다녀왔다가 들러보니 그새 식구가 많이 줄어 있었다. 마리당 만원.
바로 뒤의 ‘초장집’에 들어갔는데, 사람들이 많지도 않은데 일하는 사람들이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거기에 외지에서 돈 쓰러 왔다고 일하는 사람들 막 대하는 똥매너 손님들도 간간이 있었고. 고등어는 꼬리쪽으로 갈수록 쫀득거리는데 나는 그 식감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좌우지간,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을 정도의 맛이었다. 나는 생선쪽은 잘 몰라서 고등어회를 여기에서 이런 식으로 먹는게 제대로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맛있었다.
초장집의 음식 수준은 점심에 먹은 식당보다 못했다. 밥도 딱딱했고 매운탕은 국물이 진했는데 바닥에서 채 풀어지지 않은 된장이 한 뭉터기 나왔다. 질겁하며 걷어냈는데 그래도 좀 짰다. 못 만드는 솜씨는 아닌데 대강 만든 느낌의 음식들. 그래도 서울 웬만한 밥집 수준보다는 낫고.
충무깁밥집들로 이미 별로 보기 좋지 않은 거리에 꿀빵집들이 난립을 시작해서 더더욱 추해진 듯한 거리… 그러나 왔으니 한 개는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사먹었다. 개당 천원이라면 좀… 미투데이에 포스팅을 했더니 ‘원조 오미사 꿀빵은 맛있는데 다른 짝퉁들이 이미지를 망쳐놓’이라는 덧글이 달렸는데 사실 꿀빵 그 자체가 그렇다. 아무데서나 먹었는데 따뜻한 걸 먹으니 차라리 낫더라. 해안선 한바퀴 돌러 가보니 오미사꿀빵은 길거리에 크게 매장을… 하긴 그래도 어느 동네 닭강정보다는 나을지도?
역광을 충무깁밥으로 브런치. 이 오징어는 대체 어떻게 삶는 건지 궁금하다. 비법이 있나 아니면 뭔가를 쓰나? 딱 적당한 수준으로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이 있다.
팔뚝보다 좀 큰 방어가 한 마리에 만원, 이 동네에서 잡은 건 아니라는데 하여간 오징어가 한 마리에 오천원. 방어 한 마리에 오징어 두 마리를 사서 반을 나눠 올라오다가 오산 부모님댁에 떨궈드리고 나는 올라와서 간장 비니그렛 비슷한 양념을 만들어 버무려 먹었다. 생강을 넉넉하게 갈아 올렸다. 사진은 방어.
이건 어떤 할머니에게 산 생표고로 만든 파스타. 삼겹살 기름을 넉넉하게 내서 표고가 빨아들이도록 한 다음 토마토소스를 넣고 끓여 파스타를 버무렸다. 링귀니가 더 잘 어울릴텐데 없어서 그냥 스파게티로. 그라노 파다노를 얹는다는게 술취해서 그뤼에르를 쓰는 실수를.
# by bluexmas | 2012/01/09 14:35 | Taste | 트랙백 | 핑백(1) | 덧글(16)
Linked at 이글루스와 세상이 만났습니다 .. at 2012/01/10 18:32
… [네이트온] 통영에서 맛 본 별미 음식들![네이트온] 선물하기 좋은 고체 향수 만들기 [네이트온] 주인님 자리 넘보는 우리 고양이 [네이트] 3부작 미스터리 소설 읽어 보니 [네이트] … more
고등어회는 사실 제주도에서 먹는걸 제외하면 거의 통영 욕지도산이지요ㅎㅎ양식이니ㅎㅎㅎ
저도 고향가서 맛있는거좀 먹고싶어요
(침 꼴깍)
혼자서 여행도 즐기시고…완전 부럽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남도 지역도 개인메뉴로 생선탕을 잘 끓이는 곳은 별로 없다 생각하면 됩니다. (가게 입장에선 단가 문제로..) 그래서 단체로 모듬회 시키고 하는 문화가 되곤하죠~
비공개 덧글입니다.
왕대구도 정말 좋아보이고.. 여긴 냉동 필레밖에 없어서 슬퍼요. 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