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면-맛은 어디로 도망갔나?
아마도 기스면이 없었더라면 나는 ‘만약 서양음식의 관점에서 생각해본다면 닭육수라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음식 맛에 두께와 윤곽을 더해주는 존재인데 여기에다가 달랑 매운맛만 더해서 새로운 라면이랍시고 내놓는 건 참 우스운 일이다. 게다가 맛이 없으니 더 우습다’라고 썼을 것이다. 이 멀건 국물 라면의 코미디에 동참한답시고 오뚜기도 꼴뚜기마냥 기스면의 이름을 빌어 어이없는 라면을 내놓음으로서 이 칼칼한 맛 라면의 난센스는 드디어 삼위일체를 이룸과 동시에 진짜 기스면의 존재를 상기해 줘 위 문장을 쓰기 전에 나를 재고하게금 만들었다.
닭고기 국물 라면이라는 게 사실 그렇게 새롭지도 않다. 처음 미국에 갔을때 가장 싼, 미국 수퍼마켓에서도 살 수 있는 라면이 바로 닭고기 국물맛이었다. 물론 꼬꼬면에서 찾아볼 수 있는 어이없는 칼칼함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데, 그랬다가는 당연히 안 팔릴게 뻔하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이 라면에는 맛이라는 게 없다. 스스로는 힘을 내지 못하는 닭고기’맛’육수인 탓에 사람들이 환장하는 칼칼함을 버텨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말도 안되게 매운 고추를 내놓아서 파는 음식맛을 망쳐버리는 음식점과 별 다를 바가 없는 상황이다. 그 칼칼함의 미친 정도가 나가사키 짬뽕보다는 덜하지만 애초에 나가사키의 해물향이 더 강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상대적으로는 마찬가지의 결과를 낳는다. 소위 말하는 ’63도 계란’, 즉 63도에서 두 시간동안 저온조리해 고체와 액체의 중간 상태에 있는 계란을 더해 먹었지만 정말 계란에게 미안할 정도로 맛이 없었다. ‘오야꼬라면’ 따위는 물론 언감생심이었다.
이 라면에 대해 가장 어이없는 건 “흰자만 넣고 끓여드시면 더 맛있다”는 포장의 문구다. 먹기 전에 누군가 덧글에서 언급한 걸 나는 믿지 않았었다. 애초에 계란 흰자에는 맛이라는 게 없고, 관계자가 말했다는 것처럼 “면에 달라붙게금” 푹 익히면 더더욱 맛이 없는데다가 사람들이 싫어하는 계란 냄새의 주범인 황이 바로 흰자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라면을 개발하는 사람조차 맛에 대해서 모른다는 이야기가 되고, 거기까지 감안한다면 이 라면이 과연 예능 프로그램의 후광이 아니라면 제품화될만한 가치가 있었는지조차 알쏭달쏭해진다. 요즘 나오는 이 하얀 국물 라면들, 정말 유감스럽다. 오뚜기에서 나오는 기스면이라는 것의 포장지를 보니 청양고추분말이니 하는 것들이 들어있던데, 내가 아는 한 기스면에는 그따위 맛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당연히 기스면을 능욕하는 셈. 자주 먹지는 않지만 라면은 훌륭한 음식이다, 더 이상 망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 by bluexmas | 2011/12/02 10:50 | Taste | 트랙백 | 덧글(12)
Commented by 번사이드 at 2011/12/02 10:59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12/05 00:21
Commented by 사바욘의_단_울휀스 at 2011/12/02 11:09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12/05 00:21
Commented by 칸토르카 at 2011/12/02 12:16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12/05 00:21
Commented by absentia at 2011/12/02 14:39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12/05 00:22
Commented at 2011/12/03 10:0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12/05 00:22
Commented by 아스나기 at 2011/12/03 10:25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12/05 00:22
맛있던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