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2음절어 잡담
여독 집에 전화를 거니 아버지께서 ‘여독은 좀 풀었냐’고 물으시길래 ‘뭐 그런 게 있냐’고 대답했는데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오늘 아침까지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으니까. 따지고 보면 딱히 육체적인 건 아닌 것 같다. 그야말로 ‘정신이 없는 것’ 이니까. 몸도 그냥 그렇기는 한데 그건 아무래도 집중적인 폭식에 몸무게가 늘어서 그런 것일테고.
동선 양평동 코스트코-집(-_-;;;)-합정역-롯데 본점-신세계 본점-신세계 강남점-양재동 하나로마트-양재동 코스트코-이마트-압구정 현대백화점-평양면옥-상수역-커피-집.
치즈 를 사야만 했다. 그래서 양평동 코스트코에 갔는데, 곱게 챙겨 들고 온줄 알았던 회원카드 든 지갑이 없었다. 내가 너무 정신이 없어 흘린 건 아닌가 싶어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가 보니 책상 위에 곱게 놓여 있었다. 여기까지도 충분히 바보짓이지만 그걸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다시 집을 나섰는데 1층에 내려 하늘을 보니 아침까지는 너무 좋던 날씨가 꾸물꾸물해보였다. 확인해보니 비는 아니고 눈 예보가 있었다. 혹시 몰라 우산을 챙기러 다시 집에 꾸역꾸역 올라갔는데, 막상 문을 열고 들어가니 화장실에 가야되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거기에 너무 열중하다보니 우산을 챙긴다는 건 생각도 하지 못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을 누르고 문이 닫히고 나서야 원래 내가 다시 꾸역꾸역 올라간 목적이 우산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냈다. 다시 꾸역꾸역 올라가 우산을 챙기는 사이 엘리베이터는 또 꾸역꾸역 1층까지 내려가고 계셨다. 그 엘리베이터를 또 꾸역꾸역 기다렸다가 다시 꾸역꾸역 내려가 한 시간 전에 나선 길을 또 꾸역꾸역 다시 나섰다. 꾸역꾸역을 참으로 꾸역꾸역 쓰고 있구나? 아 그래서 얘기가 샜는데, 치즈를 한 15만원 어치 샀다. 물론 기사 하나에 이렇게 돈을 쓰면 금전적으로는 정말 남는 게 없다. 그러나 먹지 않은 걸 먹었다고 쓸 수는 없는 노릇이고, 돈은 많이 안 남을지언정 이런 기회에 먹고 배우게 된다.
…라고 애써 자위 또는 위안해본다 ㅠㅠ 양재동 하나로마트는 혹시 안 먹어본 국산치즈가 있나해서 가본 건데 그런 건 절대 없어서 완전 체력 낭비였고, 멀리 보이는 양재동 코스트코까지 걸어가 양평동에서 못 산 치즈들을 다 샀다.
언제 “언제 밥 한 번 먹자”의 그 ‘언제’가 특정 기간 또는 날짜를 지칭한다면 그건 진짜로 밥을 먹자는 이야기다. 안 먹을 건데 그냥 인사치레로 하는 얘기가 아니고. 뭐 그냥 그렇다는 거다.
권투 생각보다 운동이 안 되고 있다. 역시 나는 달리기밖에 없는 것 같다. 사실 이제 거의 모든 운동에 그냥 금방 적응해버린다.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요령을 부리거나. 이달 말에 하프를 한 번 뛰고 올해를 마감할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정말 별 게 없다. 프로든 뭐든 몇 십년 한 사람이 가르치면서 “아 이게 왜 안 되지?”라고 말하는 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걸 되게 만드는 것이 가르치는 사람의 몫 아닐까? 자신이 하는 것과 가르치는 건 전혀 별개의 일이다. 물론 석달치 돈을 내놨으니 다녀야 하는 것도 있고, 속단하기는 이르기도 하다. 어쨌든 저 가르치는 문제는 재고가 좀 필요하다. 일반화는 할 수 없는데, 경험에 비춰보면 가르치는 사람들이 대부분 또래 사람들을 대하는 기술이 떨어지는 것 같다. 어린 애들은 편하게, 나이 먹은 사람들은 어렵게 대하면 되는데 동년배는 둘 다 못해서 힘든 걸까.
머리 최근 머리에 대한 얘기를 몇 번 들었다. 압축하자면 이런 머리를 하고 다니는 데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나도 압축해서 대답하자면, 그렇게 물어볼만한 건덕지가 있을 정도로 특별한 이유는 없다. 기르는 걸 특별하지 않게 느끼려고 기른다고 하면 말이 되나? 이런 얘기를 꺼내면 그렇게 물어본 사람들에게 짜증나서 비난이라도 하려는 건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 노파심에 미리 깔아놓고 말하자면 사람들은 참 생각보다 쉽게 그런 걸 물어본다. 많은 비율의 사람이 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비슷할 수도 있으니 머리를 문신으로 치환해서, 드러나는 곳에 문신한 사람에게 ‘왜 문신을 하세요?’라고 물어보면 그 사람들은 대답 이전에 뭐라고 느낄지 궁금하다. 아니면 ‘오늘 그 옷은 왜 입으셨어요?’,’오늘 그 머리는 왜 그래요?’ 와 같은 질문들은 어떨까? 아, 이런 질문들은 아마 회사 같은 데서는 서로들 부지런히 주고 받는 모양?
아, 진짜 중요한 얘기…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면 진작에 잘랐다.
카드 원래 안 받는데 결제일 전후에는 뭐라도 문제가 있나 해서 가끔 받는데 오늘은 무려 ‘VIP 플래티넘 카드를 만들어 놓았으니 동의만 하시면 보내드린다’고… 해서 물어보니 연회비가 무려 15만원이시라네. 그 돈이면 기사 쓰기 위해 치즈를 사먹고 말지. 솔직히 잘 나가시는 분들 하루 술값도 안 되는 돈을 한달 동안 쓴 명세서에 VIP 따위 찍혀 오는 것도 쪽팔리는구만.
링크 언제나처럼 글을 쓰면 링크가 끊긴다. 거 참 신기한 블로그라니까. 그래서 방치하려다가도 아침 출근 길에 내 블로그를 읽으신다는 어떤 분의 말씀이 생각나 또 쓰게 된다. 직장인의 아침 출근길 읽을 거리라니, 거 참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가.
# by bluexmas | 2011/12/02 00:40 | Life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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