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반짝반짝 빛나는
바빠서 쓰지도 못하고 있었다. 월요일에 내시경을 잘 받고 왔다. 물론 깨어있는 채로 했다. 그 전 주에 부모님과 효도점심을 먹었는데 두 분 다 대장 내시경마저 그냥 찍으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코리안 스파르탄의 가통을 잇기로 마음을 굳게 다져 먹었다. 침상에 모로 누웠는데 1996년 여름의 기억이 밀려왔다. 그때 나는 침상에 앉아서 내시경을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기억을 더듬고 또 더듬어봐도 누웠던 기억이 없다. 그때는 나름 고통스러웠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번엔 그다지 고통스럽지 않았다. 뭐 고통의 달인 이런 건 아닌데 그동안 병원에서 겪었던 고통들 가운데는 그것보다 훨씬 더한 것들이 많아서 별 생각이 없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애쓰면서 나의 위와 장을 마치 내것 아닌 듯 무심하게 들여다보았다. 3~4분 동안의 여정은 십이지장까지 찍고 오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마지막에 식도를 한 번 더 확인하느라 잠깐 머물러 있었는데 그때 좀 구역질이 나고 괴로웠지만 그래도 딱히 죽을 지경이라거나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먹고 눕는 걸 좋아하는 인간-누워서 먹을 때 세상이 가장 아름다워 보인다-인지라 식도에 약간의 염증이 있기는 해도 별 문제 없고 위벽도 반짝반짝 윤이 나는 게 상태 좋다는 칭찬(?!)을 들었다. 말탄 김에 경마 잡힌다고 병원 간 김에 독감 예방 주사도 맞고 염증을 다스릴 약을 받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위도 상태 좋다니 또 살아보자.
# by bluexmas | 2011/10/07 00:08 | Life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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