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 Over It, Please
0. 아무 생각 없이 오는 버스를 잡아타고 이마트에 가봤다. 선토리 프리미엄 몰츠 있나 보러. 사실은 토요일에도 없었다.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다. 올때는 증미역에서 9호선을 탔다. 어째 머나먼 여행이라도 갔다온 느낌. 소요시간은 고작 45분.
1. 8월에 고국방문하셨던 아무개님이 강연에서 들었다던 이야기가 계속 머릿속에 남는다. 자꾸 어린 시절 이야기 이런 거 쓰지 말라고, 극복하라고. 그 이야기를 듣고 깨달은 바가 있었다. 매년 밥벌어 먹는 것과 상관없는 무엇인가를 한두 편씩 쓴다. 근데 돌아보면 다 그런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 따지고 보면 그건 인과관계를 꼭꼭 다 열고 닫아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나온다. A라는 사람이 등장하는데 이 사람이 연쇄살인범이라면 왜 그렇게 되었는지 반드시 설명해줘야만 할 것 같은 강박관념에 빠진다. 거기에 빠져 생각하다 보면 전가의 보도처럼 어린 시절을 들먹이게 된다.
그럼 실패한다. 원고지 80장에 그걸 다 못 넣을 이유는 없지만 넣으면 실패하는 듯. 아무래도 이야기가 아니라 상황, 또는 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올해는 다른 일들에 치어 하나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도 아직 서너달 남았다. 하나 정도는 꼭 결론을 맺고 넘어가고 싶다.
2. 사실 1의 이야기는 현실 생활에서도 그대로 통용된다. 사실 어린 시절은 굴레다. 그러나 우리는 나이를 먹고 죽을 때까지 현재를 과거화한다. 그럼 지난 시절은 언제나 현재의 나를 찌질하게 만드는 굴레가 된다. 언제까지 그렇게 살 수는 없다. Please, get over it.
2-1. 안 그래봐야 님 손해거든. “어릴 때 이래서 지금 내가…” 생각해 보면 이걸 쓸 수 있는 상한선은 서른까지인 것 같다.
2-2. 그러나 나도 유치원때부터 군복무할때까지 “돼지새끼”라는 말을 밥먹듯 듣고 살아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 상황이 생각나 열 받을 때도 종종 있다.
3. 주말에 문화 생활을 한답시고 어느 사진전을 들렀는데, 사진보다 건물의 햇살이 더 좋았다. 그걸 오천원내고 본 셈 쳤다.
4. 딱히 밀리지도 않았는데 오늘은 설거지가 버거웠다.
5. 어제는 부추 다듬는 게 너무 버거웠다.
6. 무는 아직 랩을 벗기지도 못했다.
7. 빵도 거의 다 떨어졌다.
8. 스타벅스 커피에서는 탄맛이 난다. 우유랑 섞으면 최고.
9. 말도 안 되는 포스팅+협력업체 광고 배너=파워 블로거. 솔직히 컨텐츠로 먹고 산다는 말이 무색하다. 그런 컨텐츠라면 만드는데 채 10분도 안 걸린다. 그걸로 돈 번다면 불로소득이나 다름 없는 거 아닌가? 진짜 미친듯이 음식점 가서 사진 찍어와 올리는 네이버 파워블로거들의 정성이 차라리 더 나을 지경. 누가 나를 조금이라도 알아준다고 대강 해서 디밀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럴 수록 더 신경 써야 하는 것 아닌가?
10. 웬만한 맞춤법 틀리는 건 뭐 이 먹고 살기 힘든 시대에 그런가보다 하는데, ‘담백’과 ‘단백’ 구분 못하는 것 그리고 ‘되엇다 먹엇다 씻엇다 죽엇다’ 이거 못 참는다. 자칭 ‘셰프’님과 ‘음악 평론가’님의 트위터에 온통 후자로 넘쳐 나드만. 쉬프트키 치기 귀찮아 그런 거라고 핑게대지 마라, 안 먹힌다. 이건 정말 기본 소양의 문제다. 그 정도 틀리는 사람에게 맛있는 음식, 좋은 글 같은 거 기대 안 한다.
10-1. “맞춤법 지적하는 글에 틀린 맞춤법.”
# by bluexmas | 2011/09/27 01:38 | Life | 트랙백 | 덧글(6)
8. 탄맛 나는 건 잘못내린 거 아닌가요? 스타벅스 자주 안가지만 누가 마시건 커피를 가져와서 “야 너네 잘못 내렸어 탄맛나” 그러니까 직원이 흔쾌히 “응 미안, 바꿔주마” 하는 상황을 본 듯.
10. … 동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