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충동구매한 약과

늦은 밤 동네 홈플러스에 놀러갔다가 예상 외로 단순한 재료로만 만들었길래 충동구매한 약과다. 그 다음날 이마트에 가서 다른 약과를 들여다 보고는 들어가는 재료가 다 거기에서 거기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놀랍다. 밀가루, 물엿, 찹쌀(그것도 국산이란다!), 식용유, 설탕, 계피, 베이킹 파우다 해서 전부 일곱 가지. 심지어는 흔해 빠진 올리고당이나 고과당 콘시럽도 안 들었다. 방부제? 어차피 기름에 쩔어있다시피 한데다가 설탕이 적당히 들어갔으므로 딱히 필요 없다고 봐도 된다. 그렇다고 천년만년 간직해가며 대물려 먹을 건 아니겠지만.

다른 건 잘 모르겠고, 이렇게 파는 약과는 거의 단 한 가지만 보면 된다. 기름에 쩐내가 나는지의 여부다. 열 개에 사천 원 좀 못 되게 주고 사왔는데 다행스럽게도 쩐내는 거의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기름의 양이 상당해서 맛이 두터운 편이므로, 우리 과자라고 해도 차보다는 진하게 내린 커피가 훨씬 더 잘 어울린다. 포장에 ‘별로 달지 않음’을 강조했는데 그런 것치고는 달다고 할 수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균형이 맞다고 보면 된다. 다만 한 개 30그램에 115칼로리로 압박은 무시할 수 없다. 참고로 내가 먹었던 것 가운데 부피 및 무게 대비 칼로리가 가장 높은 건 친구들과 술만 마시면 가던 불량식품 햄버거 및 셰이크 가게의 브라우니였다. 이게 무려 오레오 딱지를 달고 나왔는데, 이 약과보다 작은, 그러니까 성냥갑 만한 게 270이었나 330칼로리였다. 물론 재료 목록을 까뒤집어 보면 미국의 싸구려 음식이 다 그렇듯 음식이라기 보다 과학실험 재료에 가까웠다. 그거랑 분명히 800칼로리는 가볍게 넘을 셰이크랑 같이 먹었다. 물론  붙이면 분명히 불 붙을 거라고 다들 말할만큼 기름이 줄줄 흐르는 “연료”버거를 맥주 1리터와 함께 먹은 다음이었다.

아, 계피향이 약과에 원래 들어가는지 잘 모르겠다. 찾아보기 귀찮은데 어째 없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by bluexmas | 2011/09/15 11:29 | Taste | 트랙백 | 덧글(16)

 Commented by 루아 at 2011/09/15 12:19 

아아…이번 추석도 약과를 못 먹고 보냈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9/16 08:44

저도 한 10년 만에 먹는 것 같아요 ㅠㅠ

 Commented at 2011/09/15 12:2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9/16 08:44

저도 중년입니다 ㅠㅠㅠ

 Commented at 2011/09/15 12:5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9/16 08:45

그렇네요. 이건 오히려 별 게 안 들어간 듯… 요즘 세상에 단순한 것도 나쁘지 않다고 해 두죠 뭐.

 Commented by pachi at 2011/09/15 17:04 

어..멥쌀가루에 참기름이 아니었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9/16 08:45

그러게요-_-;;; 쌀도 많이 남는다던데 단가가 비싼 걸까요?

 Commented by pachi at 2011/09/17 03:20

아니면 혹시.. 현대인의 입맛 -_-?

약과를 먹어본 이란이나 처키 쪽 친구들은 “이거 우리 나라 과자랑 비슷하다”라고 하더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9/20 10:51

사실 바클라바 이런 거랑도 맛이 비슷해요. 다를 이유도 없지요 뭐…

 Commented by ko-un at 2011/09/15 17:13 

새로운 개념인데요 연료버거ㅋㅋ 근데 800칼로리 쉐이크라니;;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9/16 08:45

대부분의 셰이크 칼로리는 엄청납니다… 알고 먹으면 안되죠.

 Commented by 꿀우유 at 2011/09/16 13:10 

브라우니를 한 번 만들어본 사람들은 정말 무거운 마음으로 먹더라구요, 전 그래서 지금까지처럼 쭉 완제품만 먹으려구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9/18 11:54

네 그래서 저는 만들고 안 먹습니다 ㅠㅠㅠ

 Commented by turtle at 2011/09/16 13:45 

계피향 약과에 안 들어갔던 것 같아요. 원래 약과는 꿀과 기름과 쌀가루만으로 만들어야 진짜! 아 저도 급 먹고 싶네요. -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9/18 11:54

음 저도 어째 튀겨 먹어봐야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시달립니다. 레시피가 있을 것 같아요 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