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오후에 좀 짜증나는 일이 생겨서 그 이후 계속 생각이 그쪽으로만 쏠렸다. 덕분에 서둘러 홍대쪽으로 나가다가 택시에 전화기를 두고 내렸다. 종종 무엇인가 잃어버리는 일이 있지만 정말 전화기는 웬만해서 잃어버리지 않는다. 2년 전에도 오산에서 마을 버스에 전화기를 두고 내렸다가 찾았었다. 어쨌든 급히 전화를 걸었더니 기사 아저씨가 받더라. 공덕동쪽으로 갔는데 다시 온다고. 해서 만원을 드리고 전화기를 찾아왔다. 원래 더 드리는 건가 싶었으나 전화기를 손에 넣었으니 상관없다. 이런저런 생각들 때문에 대참사를 겪을 뻔한 하루였다. 그런 것들을 잃고자 술을 마셨는데 이상하게도 취하지 않았다. 정말 이렇게 안 취하는 날은 처음이었다. 아마 있었더라면 양주 한 병도 다 마셨을 것 같다. 그냥 이술저술을 마셔대다가 마시는 것조차 지겨워서 할증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집에 돌아왔다. 진라면과 참깨라면 사발면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끓여먹기 귀찮다는 이유로 후자를 택했으나 한 입 먹고 바로 후회했다. 오후까지 자다가 일어나 저울과 온도계 그리고 인내심을 가지고 커피를 내렸다. 그래도 내가 여태껏 내린 것들 가운데는 가장 먹을만했다. 기운을 내 청소를 하는데 기증받은 청소기가 수명을 다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꾸역꾸역 빗자루질을 하고 락스 푼 물에 걸레를 빨아 바닥을 닦았다. 쓰레기를 복도에 내놓았으나 아직 버리지 못했다. 일이 너무 많다. 너무, 많다. 목구멍으로 신물이 올라온다.
# by bluexmas | 2011/09/04 00:21 | Life | 트랙백 | 덧글(6)
요새 클레버 드리퍼라고, 물 대강 부어도 적당하게 추출되는 드리퍼가 나왔으니 참고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