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뚝배기 너나 해라!

지난 달 파스타 기사를 위해 모처에서 뚝배기 파스타를 먹었다. 굳이 레스토랑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은 건 그럴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진짜 궁금한 마음도 있었다. 대체 무슨 이유에서 뚝배기에 파스타를 내는지 궁금했다. 음식 속에 답이 있어 먹어보면 알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알 수 없었다.

순두부나 설렁탕을 담을 뚝배기에 정말 팔팔 끓는 파스타가 나와서 당황스러웠다. 게다가 이건 정확하게 파스타라기 보다 파스타를 넣은 수프에 가까웠다. 국물이 많고 ‘카네로니’라고 짐작되는 짧은 파스타가 들어 있었다. 그나마 스타게티나 링귀니처럼 긴 면이 들어가지 않은 건 생각을 하고 만든 반증이 아닐까 싶었다. 일단 해물의 상태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팔팔 끓는 국물에 잠겨 있다보니 반쯤 먹었을때 이미 질겨져 있었다. 파스타는 예상대로였다. 듀럼밀 세몰리나는 잘 붇지 않지만 해물과 마찬가지로 끓는 국물에 잠겨 있으니 소위 말하는 알 덴테를 유지할 수는 없었다. 물론 그것 자체를 목표로 한 것도 아닌 듯 보였다. 국물은 ‘굉장히 두텁네. 치킨 스톡이라도 만들어 쓰나?’라고 생각했으나 다 먹고 다음 지점으로 가는 도중 조미료미터가 높은 폭으로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나마 50년 전통의 대성집보다 훨씬 더 세련되게 조미료를 썼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었다!). 토마토나 다른 재료의 상태를 감안할때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재확인한 결론은 간단하다. 이건 파스타가 아니다.

 by bluexmas | 2011/08/30 12:41 | Taste | 트랙백 | 덧글(16)

 Commented by Fabric at 2011/08/30 15:49 

그러게요 저도 뚝배기파스타라는 음식은 파스타에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 ㅎㅎ 샹하이 파스타니 국물 토마토 파스타니 하는 것들도 이맛도 저맛도 아닌 것이 무슨 맛인지 모르겠던데=_=;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9/02 16:47

토마토 라멘도 별로던데요. 다른 라멘은 맛있는 집도 그건 좀…;;

 Commented by 까마귀옹 at 2011/08/30 19:53 

…사진을 보고 ‘이개 파스타냐 아니면 해물 된장찌개냐’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ㅡㅡ;;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9/02 16:47

해물토마토 찌개입니다;;;

 Commented by 불별 at 2011/08/30 22:10 

오 맙소사..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9/02 16:47

아멘.

 Commented by 루아 at 2011/08/30 22:19 

이런 것도 파는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9/02 16:47

그렇더라구요…

 Commented by 아롱이 at 2011/08/31 10:20 

스파게티를 싫어하시는 저의 상사님이 잘 드시는 메뉴는 이것밖에 없다는 점에서 저에겐 크나큰 존재의의가 있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9/02 16:47

공기밥도 같이 말아 드셔야…

 Commented by 요엘 at 2011/08/31 10:31 

밸리에서 뚝배기 보고 들어왔다 “이게뭐지=_=” 하며 깜놀하고

옆에 양들이 그만 뛰겠다는 얘기가 귀여워서 히히 대면서 갑니다

양들은 저희를 버리고 갔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9/02 16:48

http://killjoys.egloos.com/3268065 관련 글입니다 크크.

그나저나 뚝배기 파스타 놀랍죠@_@

 Commented by 불별 at 2011/09/03 01:03 

이 게시물 보고 나서 얼마 뒤 친한 여자사람 친구가 이거 먹으러 가자고 하더군요..

그게 사람 먹는거냐고 가열차게 따졌더니 맛있으면 되는거 아니냐는데 으으

(하지만 저도 중학생때 떡볶이에 스파게티를 넣어 스파게티떡볶이를 만든 전과가 있어서 ㅋ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9/04 00:29

솔직히 조미료가 문제지 재료나 나머지는 그렇게 나쁘지 않습니다. 뚝배기일 필요가 없는 것이 문제겠지요. 멀쩡할 수 있는 걸 오히려 악화시킨다고나 할까요? 그냥 같이 한 번 드세요^^

 Commented by 불별 at 2011/09/03 01:06 

그런데, 서양권에서 저렇게 파스타를 넣은수프나 스튜는 없나요? 사실 러시아나 독일 남자애들 혼자 밥해먹는거 보면 감자 듬뿍넣은 치킨스프 만들어서 거기에 마카로니 가득넣어 먹는경우도 비일비재하던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9/04 00:30

뭐 저런 수프가 없지는 않지요… 차라리 수프나 스튜라고 말하는 편이 나은데 그렇지 않고, 게다가 양이 단품 식사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위의 덧글에서 말씀드리는 것처럼 뚝배기가 망칩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