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메카고지라
어제와 그제는 모든 것이 뒤엉켜버려 좀 고생했다. 알고 보면 자초한 거지만. 시간을 들여 모든 것을 준비했지만 막상 한데 엮으려고 하면 잘 안 되는 때가 있다. 특히 뺄 것이 많을때 그런 경향이 심하다. 그러니 나는 아직 멀었다. 어쨌든 덕분에 두세시간 가수면-그동안 정말 별똥별처럼 문자가 쏟아져 거의 잘 수 없었다-을 취하고 먹은 것도 없이 납처럼 무거운 공기를 헤치고 다녀야만 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또 엮고 또 엮었다. 웬일인지 인터넷도 불안정해서 사진을 몇 장 첨부하면 메일을 쓰는 사이에 다시 떨어져 나갔다. 열두 시 반인가에 일을 마치고 다시 밖에 나가 네 시 넘어서까지 혼자 술을 마셨다. 집에 도저히 있을 수 없었다. 내가 뿜어낸 좌절의 이산화탄소가 가득찬 집의 공기에는 피비린내가 그득했다. 알콜로 후각을 마비시키고 들어오니 해가 슬슬 올라오고 있었다. 너구리 사발면에 계란을 풀고 찬밥을 말아 아침으로 먹고 침대에 뻗었다. 꿈을 꾸었다. 잘 알고 있었지만 그냥 모른다고 대답했다. 모른다고 말하는 게 좋아서. 안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싫어한다. 가졌다고 말하는 걸 싫어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근데 사실 가만 보면 싫으면 뭘 해도 싫다. 이유 없는 증오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옛날 시어머니들은 며느리 발뒷꿈치가 둥글다고 싫어했단다. 며느리가 무슨 메카고지라냐, 발뒤꿈치가 각지게. 쓰고 나니 메카고지라 발꿈치도 둥글지 모르니 확인해봐야 되겠다.
좀 더 생각해보니 며느리가 메카고지라면 미사일이나 광선 맞아 죽을까봐 발뒤꿈치가 둥글거나 각지거나 미워하기는 어렵겠네. 시어머니가 고지라라면 또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 by bluexmas | 2011/08/07 01:21 | Life | 트랙백 | 덧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