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빵셔틀의 하루

중년도 빵셔틀을 해야할 때가 있다. 그 굴욕의 순간을 막아보고자 어제 레시피를 찾아 핫도그롤 두 판을 구워봤다. 맛으로 보면 절반의 성공, 사진발로 보면 처참한 실패였다. 결국 이 비를 뚫고 빵셔틀을 해야만 했다. 사면 간단한 걸 왜 이 유난을 떨었나 싶어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하긴, 새우셔틀도 해야 했으니 그 굴욕이 헛되지는 않은 하루였다. 사실 원하던 건 뉴잉글랜드식 롤인데, 이게 이 있어야 굽는단다… 몇몇 시도를 해봤으나 안 되더라. 결국 백화점에 가서 빵과 새우를 사서 다시 집으로 돌아와 놓고 또 나가야만 했다. 틀은 하나 가지고 싶다.

오랫동안 생각만했던 주방의 상판들을 오늘 다 해결했다. 나무 상판은 돌고 돌아 결국 늘 가는 방산시장 건너편의 가구? 나무? 골목에서 해결했다. 분명히 그런 데가 그 근처 어딘가에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어디에서도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인터넷을 뒤져 구린지 어딘지에서 온다는 걸 견적까지 뽑아놓고 다시 뒤져보니 이런저런 곳들이 나오는데 그 가운데 한 곳이 결국 원래 찾아 헤멨던 그 동네의 목재가게였다. 실물 확인하고 치수 주고, 돈 내고 왔다. 가격은 약 절반 수준. 이럴 줄 알았지. 원래 나무탁자 같은데 음식 올려놓고 사진 찍고 싶은데 탁자가 워낙 많으니 거기에 상판만 올려놓고 쓰려고 오랫동안 생각만 하다 이제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그래봐야 돈도 그렇게 많이 들지는 않았는데 여태껏 뭐 했는지 참…

탄력을 받아 을지로 3가까지 걸어가 대리석 상판도 해결을 봤다. 지금 집의 싱크대는 거의 사람이 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전에 살던 분들께서 꽃무늬 싸구려 시트지를 붙인 뒤 다 긁어놓고 그대로 나가셨다. 이것도 이런저런 곳에서 전화를 걸고 미친 듯이 견적을 뽑았는데 실물을 보고 그것보다 몇 만원 더 싸게 구했다. 보니 그게 바로 오#반점 길 건넛집이었는데, 사장님과 나는 그 집에 대한 시각이 일치했다. 참고로 그분은 바로 길 건너 정면 집인데 안 가신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 힘을 짜내어 조명을 구하러 다녔다. 아는 것도 전혀 없고 자연광이 좋은데 이런 날씨에는 도저히 자연광으로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한참 헤매면서 생각을 한 끝에 가장 저렴한 해법으로 조합을 해서 비교적 만족-돈을 안 썼다는 측면에서-하고 돌아왔다. 커피만 마실 수 있었으면 딱 좋았을텐데…

이제서야 집에 필요한 것들을 거의 다 들여놓았다. 거울도 왔는데 이게 탁자에 올려 놓았더니 서서는 목까지 밖에 안 보인다 ㅠㅠ 이제 무지의 서랍장 몇 개와 카트까지만 사면 될 것 같은데 그 전에 파산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반백수 중년은 오늘 이렇게 빵셔틀을 했다는 찰진 이야기.

 by bluexmas | 2011/07/28 02:02 | Life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by 강우 at 2011/07/28 03:21 

조명은 잘 해결되셨나 보군요, 스트로보나 미니스튜디오 같은 장비가 그나마 저렴하면서도 쓸만한 방법이 아닐까 싶은데, 그래도 비용이 꽤 들어가는건 사실이니까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7/29 01:00

오늘 올린 글 보시면 알겠지만 일단 초싸구려 미봉책을 마련하라 오늘 일은 끝냈습니다. 공부를 좀 되겠 어요…

 Commented by 遊鉞 at 2011/07/28 13:05 

집 망쳐놓으면 살던 사람이 손보고 나가는거라고 생각했는데, 월세는 주인이 손보고 전세는 들어오는 사람이 손보고 살아야한다데요…?;;; 이해하기 어려운 게 너무 많아요.

물론 저희집도 지금 엉망으로 쓰고있는 분이 계셔서 탈이지만 (창틀에 못질하면 어쩌라는거야아아악;;;) 나갈때는 싹 다 고쳐놓고 나가겠다는 각오로 계산해보니 여기서 뼈를 묻어야할까봅니다(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7/29 01:00

아 그런 규칙은 대체 누가 만들어서 통용되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복잡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