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본 DVD들
…사실 나는 어떻게 다운로드 받는지도 모른다. 성질이 급해서 기다리지도 못한다.
1. Inception
블루레이 화질도 시험해볼 겸, 기사에 넣으려는 아이디어를 확인도 할 겸 사서 보았다.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아이디언데 나중에 컨셉트를 바꿔서 들어갈 자리가 없어졌다. 이번 기사를 위해 여러 영화나 책을 보았는데 정작 많이 집어넣지는 못했다. 이해 가지 않는 부분은 여전히 이해 안 가지만 어쨌든 처음 보는 것처럼 즐겁게 보았다. 나는 이런 영화가 블럭버스터의 모범답안이라고 생각한다. 돈지랄로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각본을 꽉꽉 아쉬움없이 채워주니까.
2. 비정성시
같은 목적에서 샀는데 세 번에 나눠보다 모두 졸았다. 줄거리가 재미없거나 그런 건 아니고 벙어리 남자 주인공과 그의 아내가 되는 여자 사이의 관계가 부럽기도 하고 뭐 좋기도 하고 그랬는데 장면 전환이나 (문외한이라 모르지만) 카메라나 하여간 여러가지 요소들이 자꾸 호흡을 끊어 몰입을 방해했다. 기억나지 않을 때쯤에 다시 한 번 볼까 한다.
3. 연인
한 15년만에 다시 봤다. 아예 안 하고 살 수는 있을지 몰라도 한 번만 하고 살 수는 없지. 나레이션이 귀에 들어왔다. 잘못쓰면 영화가 병신되는데 균형을 맞추기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균형 맞추는 거야 영화 만드시는 분들이 ‘케바케’로 알아서 잘 하실테고…
4. The Terminal
지난 달 기사쓰기 위해서 샀는데 톰 행크스도 캐서린 제타 존스도 아깝고 JFK 공항도 아깝고 뭐 그렇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어떤 식으로든 손을 뻗은 영화는 내 취향이 아닌듯 싶다. 가족주의 뭐 이런 것 때문인가?
5. Catch Me If You Can
역시 지난 달 기사에 언급한 에로 사리넨의 TWA 터미널을 언급하느라, 개봉 당시 극장에서 보았던 걸 부러 사서 보았다. 확인할 필요가 있었으니까. 돈이 좀 아깝기는 했지만 4번보다는 낫다. 크리스토퍼 월켄 형님이 백만년 전에 출연하신 <Brainstorm(1983)>이라는 영화가 있다. 초딩때 텔레비전에서 했는데, 대학원때 공부했던 가상공간(그렇다, 나 이런 거 공부했다. 왠지 말하면 좀 있어 보이는 ‘가상 공간’, 그것도 미국에서…;;;)에 관련된 자료로 쓸까 DVD로 사서 가지고 있다. 항상 월켄 형님은 나에게 이 영화로 기억되신다. 잠깐 찾아보니 나탈리 우드라는 여자 주인공이 이 영화 찍다가인지 찍고 나서인지 죽었다네. 영화 마지막에 그 나탈리 우드가 죽으면서 남긴 기억의 기록을 월켄 형님이 경험하시는데, 그 아스트랄한 80년대의 그래픽 화면과 노이즈가든 2집 <여명의 시간>에서 그 오래된 보스의 랙형(2랙짜리?) 아날로그 딜레이인지 스페이스 에코로 쏴주는 마지막 솔로가 기가 막히게 어울린다. 예전에 라이브하면 그걸 가지고 나와서 마지막에 다이얼을 끝까지 돌려 소리를 재현하시곤 했는데…
6. Roman Holiday
역시 이번 달 기사를 위해 사보았다. 스페인 계단? 광장? 에서 그레고리 펙이 ‘아 오늘 하루 노는 날이여’하는 장면을 초등학교 때 어머니와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기억이 나는데, 확인해서 기사에 써먹고 싶었다.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오드리 헵번이 베스파 혼자 막 탔을때 보여주는 그 놀람+신남 반반의 표정. 여자에게 붙이는 찬사 3단계가 ‘귀엽다-예쁘다-아름답다’의 오름차순인데, 손발이 오그라들어서라도 아름답다는 표현은 잘 못쓰게 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의 오드리 헵번은 정말 아름답더라. 아, 나도 안다 한없이 뒷북치고 있다는 사실을. 서플로 들어있는 필름 복원 다큐도 재미있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때까지도 살아있던 에디 알버트가 나오는 장면도 재미있다. 찾아보니 에디 알버트는 99살까지 살았는데, 인터뷰에 나오는 아들 에디 주니어는 폐암인가로 그 다음 해에 죽었다고 한다. 나야 뭐 영화배우들 잘 모르니까 이제서야 이런 정보를… 늙었지만 그래도 멋있는 그레고리 펙이 ‘아 내가 뭐 배려를 잘 하는 인간이라서가 아니라 그녀가 워낙 여기에서는 대단함으로 크레딧에서도 맨 앞에 나와야…’하는 것도.
영화는 잘 모르니까 이런 기회에 이런 종류의 흑백 영화들을 보면 여러가지 이유로 쓸데없는 것들을 붙이거나 집어넣지 않아 오히려 더 몰입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도 별로 안 나오고, 카메라도 그냥 몇 안 되는 주조연에게 고정되고 음악도 거기에서 거기… 마지막에 눈물이 좀 글썽글썽했는데 그냥 바로 시원하게 끝나버리는 것도 어쩌면 좀 그렇고. 그레고리 펙이 ‘아 뭐 나야 게리 쿠퍼가 안 한다는 영화에 나오니까…’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예전에 자료로 쓰고자 보았던 <Fountainhead>의 배우가 바로 게리 쿠퍼였다. 나는 둘을 같은 사람이라고 기억하고 있었고.
7. 39 Steps
그냥 검색하다가 제목에 ‘steps’가 들어가서 뭐 계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겠거니 싶어 무작정 샀는데 그건 그냥 비밀결사 이름이었고 계단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ㅠㅠㅠ 그러나 영화는 너무 재미있었다. 특히 마지막에 주인공이 기억남에게 ’39 Steps가 뭐냐?’라고 물었더니 거의 무의식중에 대답을 줄줄 읊어대는 장면은… 6에서 오래된 영화 이야기를 했는데 이건 더 오래되어 그런지 흑백이라 답답한 와중에 뭔가 참 시원하다. 찾아보니 신통치 않은 리메이크들을 했던 것 같은데 스토리를 다시 써서 한 번 더 만들면 어떨까… 기억남을 어린 천잰데 밥벌이를 위해 부모가 서커스처럼 끌고 다니면서 외우기쇼를 하게 만드는 설정이라면… 그러면 마지막에 죽으니 좀 애들이 죽어서 안된다고 말할 사람도 있으려나?!
8. Kings of Pastry
단독 포스팅을 할 생각인데… 이런 종류의 경연대회 관련 프로그램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나에게는 새로울 게 별로 없었다. 단순히 그렇기 때문에 긴장감이 떨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를 쓰려면 정말 단독 포스팅을 해야하니 일단은 넘어가겠다.
9. Rocky
역시 이번 달 기사를 위해서… 몰랐는데 1976년작. 내 생각보다 훨씬 오래된 영화라는 얘긴데… 에이드리안의 안경 벗기는 장면과 오빠가 칠면조를 창밖으로 던지는 장면만 기억에 남아 있었다. 사실은 권투보다 그 남자 자체의 캐릭터를 재미있게 보았다. 분명 저지, 펜실베이니아 쪽의 이탈리안이 뻔한 툭툭 뱉는 억양에 말의 반이 ‘You know’인, 우직해서 우직하다기 보다 나이브하거나 단순해서 우직한 뭐 그런 남자랄까(진짜로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듣기만 해도 그 넓은 어깨와 등이 살짝 가슴쪽으로 말려 들어가고 굽은 느낌이 드는;;;). 진짜 실베스터 스탤론이 그런 남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의외로 연기 잘 한다고 생각했다. DVD가 없다고 해서 결국 아이튠스에서 사서봤다.
10. 고지라 박스세트
첫 번째 오리지날 고지라부터 60년대 말까지의 여덟편 정도인가를 모아놓은 박스세트. 어느 날 컴 앞에서 아무 생각없이 술 마시다가 그 김에 주문했다;;; 거의 다 보았는데 다 보고 단독 포스팅 예정. 사실 가장 궁금한 건 헤도라-특히 비행형으로 최종 진화했을때-와의 한판 결툰데 나중에 보니 그건 1971년작인가 그래서 여기에는 없더라 T_T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다.
# by bluexmas | 2011/07/20 01:20 | Movie | 트랙백 | 덧글(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