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엇박자/해리 후디니

인생은 엇박자 아무도 나를 찾아주지 않았으면 하는 날 누군가 나를 미친 듯이 찾는다. 그래서 결국 누군가는 나 때문에 화나 짜증을 내게 된다. 나도 당연히 거기에 맞춰 화나 짜증을 낸다. 화나 짜증은 공평하게 서로 주고받아야 한다. 한쪽으로만 몰리면 결국 혈연을 뺀 모든 관계의 파국을 불러일으킨다. 제때 발산하지 못한 화나 짜증은 우황청심환으로도 해결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 반대로, 누구라도 나를 찾아주었으면 하는 날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나는 누구에게 향해야 될지도 모르는 화나 짜증 때문에 혼자 주체하지 못하고 속으로 지랄발광을 하다가 결국 술을 마시고 잠이 든다. 인생은 그렇게, 언제나 엇박자로 돌아간다.

전생, 내세 뭐 이런 것들 다 믿지 않지만(그걸 핑게로 현실을 회피하며 살고 싶지 않아서- “이번 생은 #같으니 대강 흘려보내고 다음 생에는 의미있게 살거야” “어 그래 잘도 ㅋㅋ”), 혹시 전생이라는 게 있다면 나는 아마도 이루 말할 수 없이 둔감해서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상처를 안겨 그 벌로 이 따위 말도 안 되게 예민한 인간으로 태어난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다. 그건 아마도 날씨가 이 따위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날씨에 맞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오늘 날씨는 정말 개판이다. 일하면서 하루 종일 맛있는 커피 생각을 했다(라고 블로그에는 쓴다).

해리 후디니 처음엔 몰랐는데, 몇 번 들락날락하다보니 구글 로고가 어딘가 모르게 후디니스럽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에 대해 아는 건 전혀 없는데, 쇠고랑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다. 후디니 하면 생각나는 노래를 찾아왔다. 아주 오래전 블로그에도 올린 적 있는 캐나다의 신스팝 듀오 Kon Kan의 동명곡.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미국의 대형 레코드사들이 서라벌 레코드와의 라이센스 관계를 청산하고 음반 직배를 시작하던 시기였다. 당시 까까머리 비만 중고생이었던 나는 그때 막 음악을 듣는다고 깔작거리기 시작했는데, 별로 좋지도 않은 이들의 노래를 좋아해서(믿거나 말거나 이들은 당시 홍보차 우리나라를 방문해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까지 했다!) 테이프를 찾아다니느라고 한참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판이 발매는 되었으나 워낙 마이너라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는 Art in D Minor라는 곡하고 접속곡 형식이라 7~8분 정도 되는데 비디오는 앞 부분이 없는 듯. 그 부분도 좋다. 가사는 뭐라고 말이 많은데 들고 있으면 그냥 ‘I wanna be like Harry Houdini’ 밖에 안 들린다. 궁금증 돋아서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이 곡이 든 데뷔 앨범(당시로는 귀했던 샘플링을 써서 나름 화제-스테이시 큐도 있었지 않았던가…)이 나름 인기를 얻었으나 곧 창작력 고갈로 뭐 쓸쓸하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고… 그래도 2007년까지 끈질기게 활동했네.  그야말로 유치뽕짝인데 듣고 있으면 또 좋다. 이때 노래들이 다 이렇고 사실 나도 좀 이런 인간이다. 유치뽕짝이 뼛골 깊숙히까지 배어 있는.

 by bluexmas | 2011/03/25 00:23 | Life | 트랙백 | 덧글(3)

 Commented at 2011/03/26 23:2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3/27 12:19

아 그렇군요. 어쨌거나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잘 살면 더 좋구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3/27 12:20

아무래도 혈연은 끊을 수 있는게 아니니 계속 이어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