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w-key Monday

늦지 않게 일어났다. 자는 동안 계속해서 몸부림이라도 친 것 같다. 일어나니 침대가 제자리에서 꽤 벗어나 있었다. 지난 밤 내 꿈 속에서는 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물론 모르는 게 속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심 기울이지 않는다. 꿈과 현실의 세계, 연결이야 되어 있겠지만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 두 세계의 경계선을 허물 필요는 없다. 그러면 더 골치 아플 수 있다. 지금, 여기의 일만으로도 충분하다. 꿈의 세계는 꿈의 나에게 맡겨두도록 하자. 그도 힘들겠지만, 적어도 내가 죽을 때까지 그도 죽지 않는다. 그러니 버텨다오. 꿋꿋하지는 않아도 좋다. 그냥 버텨다오.

아침에 일어나 급한 일만 처리하고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하루 정도는 쉬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원래도 그랬지만, 요즘은 주말이 없다. 물론 대부분의 시간에 집에서, 얽매이지 않고 일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상황이기는 하다. 그러나 정말, 때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하다. 점심을 먹고 잠깐 소파에서 낮잠을 잤는데, 또 뭔가 몸부림을 쳤다. 꿈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떠한 형태로든 기록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보나마나 뭔가 골때리는 픽션 종류일텐데 그걸 기록해두었다가 글로 좍 풀기만 하면 뭔가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뭐 그래봐야 내가 ‘OO의 제자’도 아닌 판에 뭘 바라겠느냐만…^^

집이 용서할 수 없을 만큼 지저분했으므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청소를 했다. 별 건 아니고, 온 집에 걸쳐 바닥에 널린 것들을 주워 다리가 있는 것들에 대강 올려놓고 또 대강 청소기를 돌리고 닦는 행위다. 그것도 벅차 질질 끌며 하다가 결국 내가 내려 구정물과도 같은 커피의 힘을 빌어야만 했다.

저녁을 먹은 다음에는 몇 편의 음식 관련 비디오들을 보다가 책상을 치웠다. 책장이 부족해서 일 관련 책들을 둘 곳이 별로 없다. 책상 위에 넉넉한 공간을 가지고 있는데 거기에 온갖 쓰레기들을 벌여놓고 살았다. 그걸 대강 치우고 책을 올려놓을 계획으로 책상을 치웠다. 치우면서도 허무한 것이, 어차피 봄이 오면 또 떠날테니까… 아니, 사실은 그렇기 때문에 조금씩 치워야 할 필요도 있다. 이대로라면 엄청난 3월을 맞게 될 것 같은데, 그때 정리를 시작하면 때는 늦을 것이고 나는 정말 뭔가 하다가 쓰러져 죽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 2월이 1주일 밖에 안 남지 않았나? 아 갑자기 난감해진다…

 by bluexmas | 2011/02/22 00:06 |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