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

나는 아주 오래 전에 내가 나라고 믿어왔던 그런 사람으로부터 아주 완만한 포물선의 자취를 그리며 점진적으로 멀어져 오늘, 여기까지 왔다. 그때 내가 아직도 두 발 굳건히 붙이고 지금의 나를 기다리고 있는 그곳의 중력이 미칠래야 미칠 수 없을만큼 까마득히 먼 시공간으로. 이곳 겨울의 땅까지, 그곳에 있는 나의 소식이 때때로 들려온다. 그가 아직도 매일 저녁 따뜻하고 걸쭉한 수프를 끓여놓고 나를 기다린다고. 아직도 나이브함을 벗어버리지 못한 그, 아니 나는 왜, 어디로, 그리고 어떻게 떠나는지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떠나는 것 자체에 대한 이해가 없는 그다. 그래서 그는 천형처럼 거기에서 언제까지나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릴 것이다. 그런 그가 더 불행한가, 아니면 내가 더 불행한가. 아니, 이런 내가 더 행복한가 그런 그가 더 행복한가.  우리의 거리 사이에는 얼마나 많은 공통의 관심사가 새벽에 내려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의 핏자국처럼 점점이 떨어져 있나. 발자국은 없는데 어떻게 핏자국은 있을 수 있나.

 by bluexmas | 2011/01/28 03: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