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아홉 개짜리 레몬 타르트

음식을 만들면서 사진발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건 아닌데(어차피 잘 찍는 것도, 잘 찍으려고 하는 것도 아니니까), 타르트나 파이 같은 건 납작해서 그런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각도가 한정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그렇게 따지면 부침개보다는 조금 낫지만…

단지 상자에 오글오글 담겨 있는 게 예뻐서 열 몇 개들이 레몬을 한 상자 샀는데, 정신을 차리고 나니 생각보다 별로 쓸데가 없었다. 물론 음식 만들때 식초 대신 레몬즙을 쓰기는 하지만 매일 음식을 만들어 먹는 건 아니니까. 그렇다고 해서 ‘레몬을 없애야 돼’라는 핑게로 보드카 병나발을 불다간 벌써 반 이상 걸어와 버린 ‘알중’의 길로 바로 골인할 것 같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타르트 아니면 파이였다. 원래는 머랭을 수북하게 쌓아올린 레몬머랭파이를 만들고 싶었으나 막판에 그게 너무 귀찮게 느껴져서 결국 타르트로 급선회했다. 머랭을 안 올린다는 걸 빼놓는다면 이것도 귀찮기는 마찬가지다. 일단 오랜만에 레시피를;;

재료

타르트 껍데기

계란 노른자 1개

크림 1큰술

바닐라 1/2 작은술

밀가루 160g

가루설탕 140g

소금 1/4 작은술

버터 120g

1. 계란 노른자, 크림, 바닐라를 한데 섞는다.

2. 밀가루, 가루설탕, 소금을 한데 섞고 푸드 프로세서로 돌려 섞는다.

3. 2를 다시 푸드 프로세서로 돌리면서 1을 천천히 흘려 넣는다. 덩어리가 생길때까지 계속 돌린다. 우리나라에서 쓰는 핸드 블렌더는 모터가 약해서 시간이 좀 많이 걸린다.

4. 10센티미터짜리 원반으로 만들어 랩으로 싸서 냉장고에 넣는다.

5. 두 시간 이상 휴지시켰다가 꺼내 얇게 편다. 파이틀의 크기에 맞춰 준비한다.

6. 냉동실에 40분 얼려두었다가 190도 오븐에 30(블라인드 베이킹)+5분 굽는다.

파이 속

위에서 만든 파이 껍데기

계란 노른자 일곱 개

계란 두 개

설탕 1컵+2 큰술

레몬즙 2/3컵(레몬 4~5개분)

레몬 제스트 1/4컵

소금

버터 55g

크림 3큰술

1. 산에 반응하지 않는 그릇에 계란 노른자와 계란을 섞고 저은 다음, 설탕을 넣고 5초간 더 섞는다.

2. 레몬즙, 제스트, 소금을 더하고 다시 5초 섞은 뒤 냄비에 버터와 함께 넣고 중약불에 올린다.

3. 적당히 걸쭉해질 정도가 될 때까지 계속 저어주면서 끓인다(내부 온도 75도가 될 때까지). 5분 정도 걸린다.

4. 체에 한 번 걸러준 다음, 바로 크림을 더해 섞어준다(크림을 넣는 타이밍에 주의한다. 반드시 마지막에 넣는다).

5. 껍데기에 부어 바로 오븐에 넣는다. 10~15분 정도 굽는데, 중간은 약간 덜 익은 느낌이어야 한다(남은 열로 익는다).

6. 꺼내 상온에서 45분 식힌 다음 링에서 꺼낸다.

그게 더 예쁘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더 오글거리게 만들기가 귀찮다고 생각하는 건지, 방산시장에서 산 타르트팬은 너무 주름이 적다. 레몬타르튼지 아니면 레몬맛 계란 타르튼지 이제는 좀 헛갈리지만 레몬이 비싸지 않으므로 별 생각없이 만들 수 있다. 다만, 타르트를 만들 거라 생각 못하고 나처럼 비싼 유정란만 잔뜩 사다놓은 경우라면 터무니 없이 비싼 계란값에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겠다. 상큼한 신맛을 지닌 타르트에 부드러운 크림은 정말 잘 어울린다. 다음에는 소금을 더해봐야 되겠다.

*저 레몬은 선키스트였는데,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른 듣보잡 레몬보다는 낫다. 그런 놈들은 껍데기가 엄청 두껍고, 따라서 즙도 별로 많이 나오지 않는다. 아주 반짝 제주도 레몬이 나오는 걸로 아는데 그 향이 정말 몇 배 더 좋다. 망설이다가 안 샀는데 나중에 후회했다. 간사이에서 본 그 동네 레몬도 제주도 레몬만큼 향이 화사했다. 결론=미국 레몬은 별로.

 by bluexmas | 2010/12/03 10:28 | Taste | 트랙백 | 덧글(24)

 Commented by 러움 at 2010/12/03 10:37 

저 뒤에 레몬 타르트만 먼저 읽고 그 앞에 아홉개 더해서 으악 레몬이 아홉개?!; 하고 떠올리는 순간 입에서 침이 질질.. 으이셔!; 하구요. ㅎㅎㅎㅎㅎㅎㅎ 계란이군요. 이런게 난독인가봅니다. 보고싶은대로만 읽어버리다니.. 계란 9개라니 엄청 부드러울거 같네요. 거기다 레몬.. 전 상상만 해도 좋아서 깨춤을 출 조합이에요 으잉//

덧. 중간에 콩이 왜 있나; 내가 또 난독을 했나; 요런 마음으로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눌러두신 용도였나봐요. ㅎㅎㅎ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2/16 00:47

레몬도 대여섯개 들어갔어요. 계란도 노른자 일곱개였나? 엄청난 레시피입니다. 예쁘지는 않지만 맛은 나쁘지 않았어요. 콩은 누르는 용도 맞아요.

 Commented at 2010/12/03 11:1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2/16 00:51

어제도 이마트 레몬 샀는데 열 댓개에 6,400원이었어요. 껍질이 얇아서 좋습니다. 남으면 진짜 버리더라도 이편이 낫네요. 제주도 레몬 향 정말 좋던데… 아주 잠깐 나와요.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12/03 11:27 

저거,검은 콩 맞죠?

마스님,알중이 뭐에요?

저거,혼자 다 드셨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2/16 00:51

네 저건 검은콩이구요, 알중=알콜중독입니다. 저런 거 만들면 다 외부로 나갑니다. 맛 컨설팅업체로도 나가고 눈먼시식단도 있고 뭐 그렇습니다^^

 Commented by absentia at 2010/12/03 12:00 

미국 레몬은 별로에 한 표. 그래도 가끔 홀푸드에 들어오는 local lemon은 꽤 괜찮은 것이 있습니다만, 비싸죠.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2/16 00:55

네 그렇죠… 마이어 레몬만 해도 좋은데 열심히 안 써보고 돌아와서 그게 아쉽네요. 라임도 없는 우리나라 좋은 나라 ㅠㅠ

 Commented by Claire at 2010/12/03 12:08 

레몬 타르트 새콤달콤 맛나 보이네요 😀

마지막에 크림을 올리니 뭔가 더 엣지(?)있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2/16 00:58

에엣지는;;; 제가 만드는 음식은 그런 거랑 거리가 멉니다;;; 시고 달아서 크림을 좀 올리면 나름 완충해주는 효과가 있어요.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10/12/03 12:59 

전 생크림에 꼭 소금을 넣어요

그나저나…잘 찍으려 하지 않는데 사진이 좋게 나오는 것은 역시 타고난 것이로군요ㅜㅜ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2/16 00:58

아니에요 카메라가 비싸면 그래도 구린 주인을 좀 보살펴준답니다 ㅠㅠㅠ

 Commented at 2010/12/03 15:2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2/16 00:58

@_@ 언제 한 판 보내드릴께요오 좀 잘 만들면요ㅠㅠㅠ

 Commented by sonny at 2010/12/03 15:42 

알중은.. 알콜 중독이겠죠?;;;; 공감갑니다. 오랜지 주스도 있겠다, 보드카도 있겠다.. 친구랑 보트카 1리터에 오랜지 주스 3리터를 나눠 마시고 길바닥에 장렬히 토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2/16 00:59

네 맞습니다 알중;;; 저는 보드카를 그냥 샷으로 막 마시다가 제 차에 오바이트하고 그랬어요; 어두운 과거가;;;

 Commented by 제제 at 2010/12/03 19:10 

검은 콩이 의아했던 건 저만은 아니었나봐요. 홍홍홍. 모양 잡느라 넣어놓으셨나봐요. 홍콩에 있어서 가끔 에그타르트 맛있게 먹는데 레몬 타르트는 신선하네요. 맛있겠어요.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2/16 01:00

눌러주지 않으면 부풀어 오르거든요. 그래서 콩이나 볼트넛트 같은 걸 넣는답니다.

 Commented by 정하니 at 2010/12/03 23:32 

미국 레몬이 별로라는거에 동감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레몬티 만들려면… 어휴 껍질이 너무 두꺼워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2/16 01:01

그래도 선키스트 레몬이 조금 나아요. 마이어 레몬 meyer lemon을 찾으실 수 있다면 꼭 써보세요!

 Commented at 2010/12/05 00:3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2/16 01:01

네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현재진행형 at 2010/12/05 01:33 

저도 미국레몬이 별로라는데 한 표. 꼭 플라스틱 모형같죠…? – -;;;;

파이 사진은 참 멋진데요! 새큼한 향이 날 것 같아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2/16 01:09

아무래도 좀 그렇지요… 레시피대로 만들면 우리나라사람들이 환영하지 않는 맛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