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바다같은 파스타물
-정말 “바다같이 짠” 물에 파스타를 삶아야 한다는 건 조금 과장-실제로 그런 표현을 쓰는 셰프/음식 칼럼니스트도 있다. 개인적으로도 별로 과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일 수도 있지만, 파스타를 삶는데 물에 간을 하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그렇게 엉터리일 수 없는 드라마 <파스타>같은 것에서도 언급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파스타라는 음식은 면이 중심이 되는 음식이고 소스가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소스에 간을 하는 것과 면에 간을 하는 건 다르다. 소스에만 간을 한다고 전체의 맛이 더 좋아지지는 않는다.
-일단 물의 양부터. 파스타를 삶는데는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 파스타 500그램에 물 5리터, 즉 무게 대비 열 배이다(파스타의 양에 따라 세분화시킨 경우도 있는데, 그 경우 250그램/2리터, 250~500그램/4리터, 500그램~1킬로그램/6리터이다). 이 정도의 물로 파스타를 삶아야 면이 무게 대비 1.6~1.8배의 물을 흡수하고, 삶아지는 과정에서 나오는 전분을 희석시켜 면이 달라붙는 걸 막아주기 때문이다. 큰 냄비에 넉넉하게 물을 닮아 끓이는 게 좋다. 거기까지 따져야 되나 싶지만, 염기성의 센물은 파스타를 더 달라붙게 만든다(그 이유까지는 복잡하니까 언급하지 말자;;;).수돗물은 배관의 부식을 방지하려는 측면에서 염기성인 경우가 대부분이니 레몬즙이나 식초와 같은 산으로 pH 균형을 맞춰주는 것도 좋다(그러나 귀찮을 듯? 권장 pH값은 6).
-소금의 양. 물이 펄펄 끓고 나면 소금을 넣는다. 참고문헌을 찾아보면 제각기 조금씩 다르기는 한데, 파스타 250그램마다 한 작은술 반정도면 충분하다. 개인적으로는 계량하지 않고 정말 넉넉하다 싶을 정도로 넣는다(물을 한 솥 끓여서 반 주먹 정도?). 파스타물에 넣는, 비싸지 않은 소금을 따로 사다 놓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소금을 넣으면 물의 끓는 점이 낮아진다고 하는데, 위에서 언급한 정도의 소금이라면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양이다.
-기름 파스타물에 기름을 넣으라는 레시피 또는 요리 전문가님들이 종종 계시는데, 넣을 필요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기름이 면에 기름막을 입혀 다 삶은 다음 소스를 잘 빨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논쟁은 요리관련 사이트에서 정말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데, 누군가는 ‘많이 넣을 필요는 없지만 한 두 방울 넣으면 물의 표면장력에 영향을 미쳐 물이 넘치지 않는데 도움을 준다’라고 말하던데 그건 좀…
-삶은 파스타는 바로, 그러니까 뜨거운 채로 소스에 넣고 섞어줘야 잘 섞인다. 그래서 보통 ‘소스가 파스타를 기다려야지, 파스타가 소스를 기다려서는 안된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파스타는 보통,’물 올리기-소스 재료 준비-면 넣기-소스 만들기-면 건지기-소스에 넣고 섞기’의 순서를 따른다. 소면과 같은 우리나라 국수는 온도를 내리는 것은 물론 표면의 전분을 떨어내기 위해 물에 헹궜다가 토렴을 해서 내놓지만, 파스타는 그럴 필요가 없다. 만약 많이 삶았다가 나중에 먹을 계획이라면 삶은 다음 뜨거울 때 물이나 기름을 살짝 더해서 버무려주면 된다. 파스타 삶은 물에는 전분이 녹아 있으므로, 1/2~1컵 정도를 덜어두었다가 면을 소스와 버무리면서 뻑뻑하다 싶을 때 섞어준다.
# by bluexmas | 2010/11/28 11:52 | Taste | 트랙백 | 덧글(10)
소금 정량은 되려 생각보다 적네요… 라면 끓일 때 스프 먼저 넣으라는 게 끓는 점을 높여서 면을 단시간에 삶아내기 위함이라는 말을 들어서 파스타도 비슷할 줄 알았는데 낭설이었을까요;
덧붙여서. 파스타가 소스에 빠진(drown) 반도의 일부 ‘스파게티’에는 해당되기 어려운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국수 그까짓거 간 좀 덜해도 국물에 말아 먹으면 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