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는 지옥에서나 웰던 “

가끔 불쌍한 연어들의 전화를 받는다. 자기들을 대체 왜 웰던으로 익혀먹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하소연이 대부분이다. 화력이 조절되지 않는 지옥불이라면 체념이라도 하겠지만, 요즘은 집집마다 아주 세밀하게 불 조절이 가능한 가스레인지를 갖추고 있다. 며칠 전의 <우가>글에서도 그렇게 쓰기는 했는데, 불에 익히면 음식의 맛이 좋아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연어나, 아니면 ‘타다키’를 해 먹는 참치처럼 기름기 많은 생선을 완전히 익혀버리면 생선 냄새가 두드러진다. 게다가 기름기가 많이 남아 있기는 해도 생선살 자체는 푸석푸석해진다.

껍데기가 붙어 있는 연어라면 중불로 달군 팬에 올려 익어서 살의 색깔이 1/3에서 절반 정도 옅게 변했을때 내려서 먹으면 된다. 아니면 브로일러에 올려 익혀도 된다. 습관을 들이기가 은근히 쉽지는 않지만, 불에서 내린 다음에도 음식은 남아 있는 열로 익으므로 생각보다 조금 빨리 내릴 필요가 있다.

연어의 살을 오렌지색으로 만들어주는 색소(Astaxanthan)는 당근 특유의 색깔을 책임지는 카로틴과 유사한 종류인데, 이는 베타 카로틴이 함유된 해조류를 먹이로 삼는 야생 갑각류-연어가 먹이로 삼는-에서 온다. ‘아스타잔탄’을 저장하는데, 연어나 송어와 같은 종류를 제외하면, 다른 어류들은 껍질이나 알에만 이 아스타잔탄을 저장한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양식 연어의 경우 이 야생 갑각류를 먹지 못하기 때문에 살의 색이 덜 진한데, 이를 보충해주기 위해 갑각류 부산물이나 ‘칸타잔탄(Canthaxanthan)’이라는 카테노이드를 먹이기도 한다(인용은 Harold McGee의 <On Food and Cooking).

글/기획: bluexmas

그림: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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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bluexmas | 2010/11/21 08:27 | Taste | 트랙백 | 핑백(1) | 덧글(28)

 Linked at The Note of Thir.. at 2014/02/02 01:25

… 배를 채울 요량으로 주방으로 향했다. 누가 지옥 인심이 나쁘다고 그랬는가? 냉장고에는 그럭저럭 먹을만한 선도의 연어가 가득 차 있었다. 원래 이렇게 훌륭한 연어지만, 웰던으로 내놓아 문제가 될 뿐이었다. 조리를 의도적으로 대강하려는 의도는 없었지만(다시 한 번, 지옥도 살만한 곳이니까!), 지옥불의 화력 조절이 거의 불가능하다보니 … more

 Commented at 2010/11/21 08:5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23 10:47

네 바짝 구울 필요가 없어요. 비린내가 많이 나게 되더라구요.

 Commented by 코양이 at 2010/11/21 12:05 

지..지옥에서나 웰던…멋져!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23 10:47

지옥의 연어들이 불쌍하지요 뭐…

 Commented by 이네스 at 2010/11/21 12:27 

지옥에서나 웰던! 대박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23 10:47

네 크크

 Commented by zirtman at 2010/11/21 12:47 

굳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23 10:48

ㅋ

 Commented by 좀비君 at 2010/11/21 14:47 

지옥에서나 웰던! 반성해야겠군요…앞으로는 미디움레어로 처묵처묵 해야겠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23 10:48

집에서 드시는 거야 그렇다고 쳐도 밖에서 드셨는데 그런 연어가 나온다면 좀…

 Commented by Valium at 2010/11/21 14:50 

ㅋㅋㅋ표현이 재밌네요. 역시 연어는 부드러운 맛!

근데 끝까지 익힌걸 좋아하는 분들도 있긴 하겠죠..ㅋㅋ그분들한테 뭐라 할 수는 없을듯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23 10:48

끝까지 익힌게 맛있다면야 정말 좋겠지요…

 Commented by 해피다다 at 2010/11/21 15:03 

늘 느끼던 글입니다! 연어 퍽퍽해지고 비린맛나면 정말 난감하죠. 그렇지않아도 오늘 크림 소스에 연어 파스타 해먹어 보려고 대기중인데 말이죠. 얼마전에 너무 감명깊게 보고서…그림은 내용에 맞게 맞춤 제작이신가요? 좋은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23 10:49

네 그림은 외주를 주었습니다. 제가 뭐 그림까지 그릴 수는 없지요. 사실 그림은 쥐약입니다-_-

 Commented by 꿀우유 at 2010/11/21 17:08 

일러스트도 텍스트도 완소네요, 웰던. 진짜 별루죠, 풕훡한 맛 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23 10:49

일러스트가 더 좋지요 크크. 텍스트야 뭐… 그래도 일본에서는 연어 많이 드시지요?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11/21 17:54 

샐러드바에 나오는 연어도 쌩연어인가요?잘 몰라서요…그 연어는 맛있게 먹어요.입맛 무~척 촌스러움.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23 10:49

그 연어는 훈제로 알고 있어요. 맛있는 연어 먹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지요.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10/11/21 18:33 

연어는 훈제가 최고지만, 다다끼 방식으로 해먹어도 맛있더군요. 아직도 오직 볏짚만을 사용하여 구워내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23 10:50

정말 그렇게 먹으면 맛있겠네요. 볏집으로 구워주는 곳이 어디 있나요? 궁금해집니다.

 Commented by 현재진행형 at 2010/11/21 19:24 

맞아요! 지옥에서나 웰던!!!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23 10:50

지옥에서는 뭐든지 웰던입니다 크크크

 Commented by 레어 at 2010/11/21 19:26 

그렇죠 연어는 훈제 혹은 겉만 살짝 익힌 정도가 좋다고 생각!!

물론 소고기도 혼자먹을땐 레어 타인과 갈땐 미디움레어가 적당 ㅠ.ㅜ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23 10:51

저도 쇠고기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는 어려운 것 같아요.

 Commented by 아스나기 at 2010/11/22 08:40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왜그러세요 다들 불 처음 발견한 원시인도 아니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23 10:51

네 뭐 그냥 생각나서 그림 그려달라고 해서 한 번 올려봤습니다. 문제는 정말 모르는 분들도 꽤 많아서…

 Commented by sargasso at 2010/11/23 00:15 

아 그렇군요! 저는 항상 바싹 웰던이었는데….

담엔 꼭 절반만 익혀 먹어봐야겠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1/23 10:52

네 너무 익히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물론 신선하지 않은 것이라면 문제가 있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