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63빌딩]Eric Kayser-적당한 가격과 적당한 품질

얼마 전, 여의도에 취재 나갔다가 한화에서 들여왔다는 Eric Kayser에서 빵을 두 종류 사가지고 왔다. 커다란 프랑스빵을 팔지는 않고 시식용으로 나눠주고 있어서 일부러 기다렸다가 받아 먹었는데, 이건 신맛만 너무 두드러져서 별로였다.

그러나 가져온 두 빵은 모두 마음에 들었다. 한 번에 많이 사먹지는 않게 되므로 늘 가장 먼저 고르는 게 통밀이 들어간 종류이다. 성분표를 보니 전체 밀가루의 30%정도가 통밀인 것 같던데 적당히 구수하면서도 뻣뻣하지 않았다. 겉의 빵껍질은 아예 그런 것이라고는 모른다는 우리나라 체인점 빵과 입천장이 까질지도 모르니 주의해야하는 용병(?) 빵들의 중간 정도였다. 가격은 4천원대.

계산대에 달린 유리장에 작은 크기의 식빵을 늘어놓고 팔고 있었는데, 초콜렛 식빵이 눈에 뜨여 함께 집어왔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빵 속살에 코코아 가루의 약간 시큼한 듯한 향기, 거기에 중간중간 들어 있는 단맛의 버터가 잘 어울렸다. 가격은 2,600원이었던듯.

기껏 두 종류 밖에 먹어보지 않았지만 둘 다 맛있어서 이 정도의 빵집이 동네에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의도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 빵집이니 한참 전에 들어온 아무개 빵집(이름을 굳이 들먹이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데, 개인적으로 좋은 품질의 빵에 적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하는 4천원대에 무엇보다 직접 대부분의 빵을 고를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더 마음에 들었다. 물론 컨셉트가 다르다고 할 수 있겠지만, 빵 한 덩어리에 만원 가까이 하면 솔직히 맛이 아무리 좋아도 먹고 싶다는 생각이 쉽게 들지는 않는다.

물론 빵의 가격이 높아지는 데에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는데, 적당한 가격대로 맞추기 위해 재료와 기술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하겠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마 기술을 선택할 것이다. 물론 유가공품이 많이 들어가는 빵이나 과자 종류라면 다를 수 있겠지만, 발효도 잘 못시키면서 유기농 밀가루를 썼다고 비싸게 받는다거나 하는 빵집들을 선택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집이 있나 생각해보니 딱히 특정 점포가 떠오르지는 않지만 돌아다니면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빵을 사는 사람들이 유기농 밀가루로 만든 게 아니라면 빵도 아니라는 반응을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은 생각이 난다. 물론 유기농 밀가루가 좋기는 한데, 빵은 발효를 못 시키면 정말 밀가루가 아무리 좋아도 소용이 없다.

언급한 것처럼 빵은 적당한 가격과 품질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케이크나 특히 타르트는 가격이 높았지만 눈으로 보기에는 좀 조잡해보였다. 외국 상표가 들어오는 것 자체를 평가하고 싶지는 않은데, 그런 것들이 들어와서 빵에 대한 인식이나 기술 같은 것들이 좀 바뀌었으면 하고 생각하는 부분들은 있다. 탁구왕 김제빵이 성공했다고 그래봐야 맛 없기는 마찬가지인 옥수수 알갱이 넣은 빵들 앞다투어서 우루루 팔고 뭐 그런 것들 말고. 얕은 마케팅과 말장난 이런 걸로 음식 파는 것도 이제는 지겹다.

 by bluexmas | 2010/10/15 11:08 | Taste | 트랙백 | 덧글(6)

 Commented by shortly at 2010/10/15 11:21 

아 저도 지난주말에 다녀왔는데, 가격이 저렴해서 좀 놀랐어요.. PAUL 정도를 상상하고 갔었거든요. 집 가까이에 이렇게 다양(하고생소)한 빵을 취급하는 집이 있으면 참 좋을텐데.. 라는 생각을 했죠ㅎ 전 페스트리류로 빵집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어서 크로아상(2500원..잠깐 별로 싸지 않네요)을 사먹었는데-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0/19 00:10

저는 버터 들어간 빵은 잘 안 먹어서 크로와상은 정말 거의 안 먹거든요. 2,500원이면 별로 싸지는 않네요. 마음에 안 드셨나봐요… 맛 없었나요?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10/15 11:38 

아…이것이 그 “행*이 가득한 집”에서 극찬(?)한 빵집이군요.

여의도가 가깝다면 사러 가고 싶은 욕망이 생길 정도로 기사를 쓰셨던데…

얼마전에 들어왔다는 빵집은 PAUL인가요?(윗분이 쓰신 글로 유추).

입천장이 까질 정도의 용병빵—이 부분에서 살짝 뿜었습니다.

지금 당장은 치즈를 발라 먹을 수 있는 빵이 참 땡겨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0/19 00:10

네 뭐 극찬은… 저는 극찬 같은 건 잘 못하는터라. 사온 통밀빵에 치즈 발라 먹으면 좋겠더라구요. 적절히 질깃한게…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10/10/15 11:47 

탁구호빵도 팔던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10/19 00:10

호빵으로 탁구치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