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스토리 3-속편이란 이래야 하는 것
속편이란 이래야 한다. 같은 등장인물들이 세 번째 나오는 상황이라면, 무엇인가를 특별하게 더 설명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그러면 영화는 재미가 없어진다. 사람들이 이미 그 전편들을 통해 다 알고 있으리라고 가정을 하고, 그냥 밀어붙여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무엇인가를 계속해서 덕지덕지 붙이면, 영화는 늘어진다. 최근 영화의 예를 들자면 <아이언 맨 2>가 그랬다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나는 그저 아이언 맨이 처음부터 끝까지 싸우고 때려 부수기만을 바랬다. 그리고 영화 또한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기대는 틀린 것이었다.
무려 3부작이 되어버린 <토이 스토리>의 그 마지막 편을 위해 고른 줄거리가 대학에 가기 위해 집을 떠나는 아이와 탁아소(daycare)라는 건, 미국 사람들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굉장히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한다. 그 두 가지가 미국 사람들의 성장과 관련되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야깃거리이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미국의 아이들은 엄마의 출산 휴가가 끝나 회사에 돌아가게 될 경우 바로 탁아소에 맡겨져 낮 시간을 거기에서 보내며 자란다. 그리고 그렇게 큰 아이들이 대학에 가게 된다면, 또 대부분의 경우 집과 떨어진 곳의 학교를 골라 기숙사 생활을 하며 집을 떠나게 된다. 거기에 취직까지 하게 된다면, 그들이 고향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나 추수감사절 같은 긴 명절이 그들에게 그렇게 중요한 의미로 다가오는 것이다.
‘제시’라는 여자 인형이 나오는 걸 보고서 내가 2편을 보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그것과는 크게 상관없이 이 영화는 참으로 훌륭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거두절미, 무엇인가 딱히 설명하려 들지 않고 바로 액션으로 문을 열어,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에 이야기의 자리가 아주 없느냐면 또 그런 것도 아니다. 그 흥미진진한 장난감들의 모험 사이사이에 새로운 이야기들을 집어 넣는데, 그 밀도가 전반적으로 굉장히 촘촘하다. 그래서 채 두 시간이 안 되는 이 영화에는 거의 단 한 장면도 버린다는 느낌이 없었고, 따라서 영화는 느슨함을 전혀 내비치지 않으면서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한다. 게다가 영화가 그러한 기미를 보일 때쯤 ‘버즈’의 스페인어 모드 카드를 꺼내 들어, 결국 좋은 영화/소설 뭐 이런 것들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 ‘줄거리(plot)’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준다.
애니메이션 영화이기는 하지만, 언제나 그렇게 말해왔듯 픽사의 만화영화를 이야기할 때 그 기술의 수준에 대해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이렇게 말은 하지만, 이번 작에서 얼핏얼핏 볼 수 있었던 재질감 texture는 참으로 놀라운 수준이었다. 특히 마지막 쓰레기 처리 장면에서의 쓰레기 파편들의 느낌은…). 장난감들이 사람처럼 모험을 벌인다는 이야기는 얼핏 새로울 것 같지만 새롭지 않고, 거기에 엮은 탁아소나 아이의 대학 진학 역시 나름 의미심장하지만 수많은 영화나 소설 등등에서 이야깃거리로 쓰였던 것들이다. 그러한 수준의, 사람들의 예상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맥락(context)를 가진 영화가 그것보다 더 참신한 소재를 썼다고 할 수 있는 드림웍스의 <드래곤 길들이기>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다면 그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주연급의 장난감들도 꽤 많고, 조연급은 물론 거의 엑스트라 수준으로 대사 한 마디 없이 움직임만 보여주는 장난감들도 넘치도록 많았지만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이들 가운데 어느 하나도 의미 없이 그 자리에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이건 과연 나의 착각인 걸까, 아니면 제작하는 측의 의도가 녹아있는 것이었을까?
아직도 사람들의 입에 미칠 듯이 오르내리는 영화 <인셉션>은, 그렇게 입에 오르내리는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어찌 보면 잘 만든 영화라고 할 수 있다(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블럭버스터급의 제작 예산을 써서 그런 식으로 입에 오르내리는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놀라운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러나 인셉션이 하나의 정말 잘 만든 영화라는 것으로 사람들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상황에서 그 사람들을 압도하는 것 같은 기운을 뿜어내는 영화라면, 이 토이 스토리의 마지막 편은 보는 내내 나의 감정, 아니면 내가 그 영화 안에 들어가 있는 듯 이입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하여 결론을 내리자면, 이 영화 또한 인셉션에 뒤지지 않을 만큼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어디선가 ‘세 편이나 만들다니 뻔한 캐릭터 울궈 먹기 아니냐. 새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를 보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는데, 일반적으로 그게 맞을지 모르지만 이 영화는 예외라고 생각한다.
# by bluexmas | 2010/08/18 23:57 | Movie | 트랙백 | 덧글(7)
궁금해서 보러가려구요. ㅇㅁㅇ!
1편부터 얼마나 왕팬이었냐 하면—씨디 플레이어가 없는데도 ost를 사서 소장을 했답니다.
그 당시 유일하게 제가 할 수 있었던 덕후액션이라 할지…ㅋ
특히 감자아저씨에게 매료되는 특이한 성향이라 할지.
재질감에 대해서는 저도 매우 동감합니다.
어른들이 마음 한켠에 간직하고 잊어버린 동심을 적절히 건드렸겠죠,이번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