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문지

방위성금보다는 폐품수집하는 날이 더 싫었다. 그건 신문지보다 병을 더 쳐주는 분위기 때문이었다. 어찌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병이 더 돈이 될 테니까. 그러나 우리 집에서는 눈을 씻고 뒤져봐도 음료수 공병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다. 콜라든 환타든 오란씨든, 그런 걸 집에서 일절 마시지 않기 때문이었다. 기억하기로 아버지는 밖에서라면 술을 꽤 드셨지만, 집에서는 거의 드시지 않았고 따라서 맥주병이 쌓일 뭐 그런 일조차 없었다. 물론 소주는 언감생심이었다.

그러나 가까운 친척 가운데 신문사에서 일하시는 분도 있고 해서 신문이라면 꾸준히 구독을 했기 때문에, 폐신문지라면 언제나 베란다에 수북히 쌓여 있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신문지는 병보다 값어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그걸 갈음하려면 정말 가능한 많은 신문지를 들고 가야만 했다. 언제나 나는 집 앞에 있는 학교를 다녀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신문지를 한 짐 들고 걷거나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는 건 지금 생각해봐도 큰 일이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들고 갔던 신문지는 병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게 큰 환영을 받지는 못했다. 물론, 안 내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고 아마 그래서 열심히 신문지라도 싸들고 갔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그것 밖에 없었지만… 이 나이 먹고도 나는 탄산음료를 썩 열심히 마시는 편은 아니다.

 by bluexmas | 2010/08/14 02:34 | Life | 트랙백 | 덧글(8)

 Commented by 당고 at 2010/08/14 02:37 

병>신문지, 라니 인상적인 제목.

저는 직업상 폐지가 많이 나오는데, 병은 별로 안 나오지만 페트병은 많이 나와요. 생수 때문에;;;;;;;; 요즘은 생수병을 활용해 성을 만들고 고양이가 도약하지 못하도록 막아요;;;;; 폐품 수집할 때 1인용 수레(?) 같은 데 가져오는 애들이 정말 부러웠죠. 전 낑낑대며 들고 가야 했으니;;;;;; 아 폐휴지 묶은 줄 때문에 빨개지던 손이여……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15 16:14

저도 폐지가 좀 나오는 편이기는 한데 버리지를 않아서 집에 막 쌓여 있어요. 페트병도 많이 나오기는 하지요… 그런 수레도 있었나요? 제가 학교 다닐 때는 엄마들이 수레 노릇을 대신 해 주었던 것 같아요-_-;;

 Commented by 밥과술 at 2010/08/14 09:09 

제가 학교 다닐 때는 학교앞 문방구에서 빈병을 팔았습니다. 깜빡 잊고 학교에 온 아이들이 돈 주고 사서 낼 수 있도록…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15 16:15

그러고 보니 제가 다녔을 때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개당 50원인가 뭐 그랬던 것 같은데… 학교 앞 문방구라는 장사들이 참 무섭죠. 제가 다녔던 초등학교는 한 100년 쯤 된 곳인데 최근에 가 보니 문방구들이 많이 없어졌더라구요.

 Commented by 아스나기 at 2010/08/14 18:40 

그전에 대체 왜 폐품수집을 했을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그런 것 깊게 생각하지 않고 다녔던 때가 있었다는 사실이 재미있네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15 16:15

그러게요. 다들 왜 불평을 하지 않고… 방위성금이나 쌀 수집 이런 것도 있었잖아요.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08/15 14:39 

와.

의외입니다.저처럼 탄산수를 즐겨는 아니라도 곁들여 드시는 걸 자주 하시는 줄 알았지요.

한때는 출퇴근길에 닥터 페퍼를 끊지 못한 적도 있었는데…

어린 시절의 웰빙(?) 모드가 지금의 블루마스님을 만든 거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15 16:15

향이 들어가지 않은 탄산수는 좋아하지만 청량음료는 사실 거의 마시지 않습니다. 게다가 청량음료의 본고장에서 먹을만큼 먹고 왔으니 더더욱 안 먹게 되네요. 부모님께서 인스턴트 음식은 거의 못 먹게 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