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불의 굴욕과 잡담

여름이 시작되었는데 우@옥 냉면보다 더 좋은 게 뭐가 있을까 싶어 영등포에서 영화를 보고 쭐레쭐레 을지로까지 올라갔다. 주문이랑 돈은 잽싸게 받는데 물을 안 주네…

돈을 받은 직원에게 물 좀 달라고 그랬더니 물 가지고 곧 온다고.

안 오길래 손님 받는 남자 직원에게 물 좀 달라고 그랬더니 물 가지고 곧 온다고(여기 손님 물 좀 가져다 드려, 라는 말이라도 좀 하면 안되는건가).

저어어어기 뒤에서 물잔이 든 쟁반을 든 직원이 보이기는 하지만 입구와 가장 가까운 쪽에 앉은 내 쪽으로 오기 전에 나는 목이 타 죽을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그게 돈을 받고 한 5분 정도 지난 뒤였다. 성질을 냈다. 그랬더니 다른 손님들 시중들다 말고 물 가지고 오더라. 그것도 면 삶은 물로 알고 있는, 뜨거운 물. 손님들 주는 반찬 같은 것들 놓아두는 창가 쪽에 찬물을 담은 주전자가 바로 보였는데 그것까지 달라고 하는데 또 몇 분이 더 걸렸다. 고기 안 시켜 먹는 손님에게는 좀 그렇다는 이야기도 많이 있었지만 나는 의식을 안 해서 그런지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못 해 봤는데, 이번에는 좀 참기 힘들었다. 주문을 받을 때 물을 주던가, 다른 직원이 담당하면 바로바로 가져다 주던가… 선불이 아니라면 몰라도, 돈만 잽싸게 받아갈 뿐, 신경 안 쓴다는 이야기 듣기 딱 좋지 않나. 짜증을 내서 그랬는지 음식도 별로 맛이 없었다(오해가 없도록 사족을 달아놓자면 *예전보다* 못한 느낌이었다고). 김치는 짜고 깍두기는 달고… 육개장과 비빔냉면을 시켰는데 둘 다 이 집이 이랬던가…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냥 기분 탓이라고 해 두자. 한 번 쯤은 더 가 볼 듯. 정말 고기 시켜먹어야 하나.

1. 페르시아의 왕자를 봤다. 간만에 밖에 나왔는데 딱히 볼 것도 없고 해서… 생각보다는 괜찮았던 듯? 기대가 없어서 그랬나… 제이크 질렌할을 보면 왠지 모를 동질감 비슷한 걸 느껴서 그가 나오는 영화는 웬만하면 보게 된다.

2. 다른 신세계는 잘 모르겠는데, 영등포 신세계 지하는 공간이 넓지 않은데도 파스타나 밀가루가 여러 종류 있다. 피자에 쓰면 좋다는 이탈리아 “00”밀가루를 발견해서 한 봉지 사왔다. 1kg에 3,900원이면 우리밀보다 싼 듯? 세몰리나랑 폴렌타도 있는데 둘 다 좀 비싼 편. 폴렌타도 사다가 좀 끓여봐야…

3.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경기 일정을 숙지하고 있는 중. 그래야 밖에 안 나가지… 아파트에서도 단체응원 한다는데, 제발 좀… 즐길 권리가 있다면 즐기지 않을 권리도 있다. 시끄러운 건 싫다니까.

4. 외출 할 때 떼놓고 다니면 딱 좋을 정도로 배가 빵빵하게 나왔다. 나는 부풀어가고 있다.

5. 딱 하나의 일만 남은 지금, 집은 완전히 쓰레기통이 되었다. 나는 그 틈새를 뚫고 튀김을 했다. 꼭 그래야만 할 일이 생겨서… 역시 의무감에 음식 만들면 재미가 반감되는구나. 그래서 음식 만들기를 업으로 삼을 생각을 안 하는 거다.

6. 요즘 패션 밸리는 정말… 음식 밸리도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패션 밸리는 정말… 이글루스 버리고 이사가고 싶어진다 요즘.

7. 내셔널스 경기는 재미없어서 잘 안 보는데,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데뷔전은 안 볼 수가 있나. 7회 삼진 14개를 잡았는데 투구수가 100개가 안 된다는 건… 피스버그가 그저 그런 탓도 있으니 시즌이 가면서 더 강한 타선을 만났을 때의 위기 관리 능력/평정심 유지 등이 관건일 듯. 몇 차례 직구가 101마일이었고, 서클체인지업이 91마일… 경기 보는 건 재미있었으나 내용은 없으면서 말만 청산 유수 잘 하는 게 우리나라 선수출신 해설가들 같은 롭 디블은 듣고 있기 좀 짜증나더라. 하나마나 한 말들이나 아주 잘 하고.

 by bluexmas | 2010/06/09 23:11 | Life | 트랙백 | 덧글(14)

 Commented by 딸기쇼트케이크 at 2010/06/09 23:23 

우@옥의 냉면이 좋긴 한데 말이죠… 제가 가던 곳은 이름이 우@ 어쩌구로 바뀐 이후로 아직 들어가 보질 못했네요;

 Commented by Binn at 2010/06/09 23:31 

오오 ‘부풀어가고있다’ 별로 좋지 않은 일일텐데, 좋은 느낌이 듭니다.

우@옥 그리 변했나요. 꽤 맛있었는데.

 Commented by 펠로우 at 2010/06/09 23:48 

스트라스버그 데뷔전을 하이라이트로 보니 상당하더군요^^ 타자를 유혹하는 변화구가 있다는 게 더욱 매력적이더군요. 롭 디블도 예전엔 ‘컨트롤안된 무시무시한 강속구’를 뿌리던 투수로 알고 있습니다.

우래옥은 좀 과도기같은게… 육개장엔 소금을 적게하고 아예 고객에게 ‘알아서 소금 넣어먹으라’는 방식을 쓰더군요. 그래도 어느 정도 간을 맞춰 나오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Commented at 2010/06/10 00:4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Cheese_fry at 2010/06/10 02:10 

조 모건보다 더할라구요;;

 Commented by 아롱이 at 2010/06/10 09:16 

영등포 타임스퀘어 위 한일관 냉면은 어떠세요? 이 더운 날씨에 을지로까지 가셨는데 그러시면 너무 화나시니까~

 Commented by 나녹 at 2010/06/10 10:58 

제이크 질렌할, 이번 영화의 포스터는 딱 보자마자 왠지 모르게 블마님 생각이 났지 말입니다. 전철역 계단 내려가는 곳에 어찌나 절묘하게 딱 버티고 섰던지 깜짝 놀랐다는;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10/06/10 11:21 

그래도 먹으러 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참 신기하더라구요..다음엔 다시 괜찮아지겠지 하는 마음에 가게 되는걸까요^^;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10/06/10 11:45 

다음에는 신창면옥, 여기도 마음에 안 드시면 흥남집으로 가보세요. 신창면옥은 가본지가 좀 되어서 지금은 잘 모르겠고 흥남집은 몇 달 전 가보았는데 사람이 아주 많더군요.

 Commented by cleo at 2010/06/11 22:43

서생님, 저 어제 평양냉면 무려 꼽배기씩이나 먹었어요^^

음식 먹고 그렇게 행복해보긴 참으로 오랜만이었답니다!!

(서울가면 냉면 사주신단 말 생각나니 여기다 ‘답글’ 달아요 ㅋ)

블마스님 바쁘신데…여기서 제가 알바할까요…히히!

대신 답글달기( 블마스님 팬님들 짱돌 던질라~ +.+)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10/06/12 01:34

흠 일단 부산에서 먹은 평양냉면은 무효입니다. 장충동 아니면 무효. 여튼, 오시면 삽니다.

 Commented by i r i s at 2010/06/10 11:54 

원래 주문받을 때 물이랑 컵 주지 않나요?

제가 우@옥을 한번도 가 본적이 없어서 그 가게의 시스템을 잘 모르겠네요 ^^;

 Commented by squamata at 2010/06/10 23:37 

아실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평래옥 재개장했습니다.

미묘하게 달아진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맛있는데다가 이젠 비교적 저렴.ㅠㅠ

서비스는 음, 명동 교자랑 비슷한 것 같아요. 딱히 친절하진 않을지 몰라도 착착 즉문즉답.

오 년쯤 전에 다시 만나면 우래옥에서 불고기 사 주기로 한 놈이 있는데 어쩌다 보니 영영 못 만나게 되었네요.

 Commented by cleo at 2010/06/11 22:38 

6번 관련.

이글루스 버리심 안돼요…ㅠㅠ

전, 블마스님 때문에 이글루스 안 떠난단 말이에요.

한 번씩…올라오는 글들 보면 (나도, 별 수는 없지만서도-.-)

저도 이사가고 싶지만 이웃 ‘몇’분들 때문에 그냥 버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