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염원의 피자 반죽

내일, 아니 오늘은 마감날이다. 지난 석 달 조금 못 되는 시간 동안 했던 일들을 일단락 짓는 날인 것이다. 그러나 마음이 생각보다 가벼워질 것 같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     ) 때문일 것이다.

김치가 떨어졌는데 고추가루마저 떨어진 이 설상가상의 상황, 다행스럽게도 양식재료들은 얼마든지 남아 있기 때문에 오랜만에 피자라도 구워볼까 반죽을 만들고 냉동실에서 토마토 소스를 꺼냈다. 손으로 치대 상온에서 두 시간 발효시키고, 냉장고에서 밤새 느리게 발효를 더 시킨 다음, 내일 점심에 낮술과 함께 먹을 생각이다. 서너종류의 피자 반죽 조리법을 찾아봤는데 저마다 조금씩 달라서 살짝 혼란스러웠다. 그럴 때에는 Baking Illustrated의 조리법을 참고한다. 물론, 이런 종류의 음식에 법과도 같은 표준 조리법이 존재할리는 없다. 그냥 주워들은 이야기기는 하지만, 로마의 어느 피자집에서는 서로 다른 자연효모만 몇 또는 몇십 종류를 모아놓고 있다고도 하고, 평범한 공장제 이스트로 발효를 한다고 해도 나처럼 하루 전에 만들어 냉장 숙성하는 경우도 있고, 스폰지를 만드는 경우도 있는 등,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밀가루도 단백질 함유량이 높은 강력분을 써야 된다는 사람도 있고, 이탈리아에서 나오는 ’00’ 밀가루, 그러니까 더 고운 밀가루를 써야 한다는 사람도 있으며, 그 두 가지를 섞어서 쓰면 다르기 때문에 그걸 추구한다는 사람도 있다. 거기에 온도나 토핑까지 간다면… 굳이 형식에 얽매일 필요가 없기는 하다(내일은 날계란을 얹어 익히는 피자를 시도해볼 생각이다). 사실 뭐, 지금 상황에서는 조리법이 아주 큰 의미가 없기는 하다. 잘 만들고 싶은 생각이 없으니까. 게다가 치즈도 진짜 치즈가 아닌 것만 같은 이마트 모짜렐라다. 무쇠팬을 뒤집어서 피자를 구우면 잘 구워진다고 해서, 내일은 그걸 시험해보려고 한다. 어차피 오븐 돌리는 김에 밀푀유도 한 번 만들어볼까 생각중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밤을 새고 있는데…

 by bluexmas | 2010/05/24 01:59 | Taste | 트랙백 | 덧글(22)

 Commented at 2010/05/24 02:1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6/12 23:56

피자는 사실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구요, 오븐 온도가 관건인데 집에서는 아무래도 그 맛이 안 나요. 오늘도 만들어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결과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더라구요.

 Commented at 2010/05/24 04:0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6/12 23:58

김치는 그냥 볶으셨나요? 아니면 돼지고기라도 조금 넣으셨는지… 압력밥솥을 쓰면 그래도 현미를 불릴 필요가 없어서 참 좋더라구요.

 Commented by 나녹 at 2010/05/24 05:31 

http://www.nytimes.com/2010/05/19/dining/19pizza.html

며칠전 NYT에 피자만들기가 나왔지 말입니다. 성공하시길~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4 05:34

바로 그거 보고 간만에 피자 만들어볼 생각을 했습니다~ 거기에서 소개한 조리법들의 제가 가지고 있는 책들에 나오는 건데 다 조금씩 다르죠.

 Commented by drtrue at 2010/05/24 10:13 

저도 마감 무사 기원의 카레..나 마감 무사 기원의 깍두기.. 마감 무사 기원의 스튜..같은 걸 야밤에 만들곤 합니다 -_-..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6/12 23:58

흐흐 왜 마감 무사 기원의 청소나 빨래 같은 건 안 하게 되는지 모르겠더라구요^^

 Commented by i r i s at 2010/05/24 10:40 

날꼐란을 얹어 익히는 피자라니…….. 상상만 해도 군침이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6/12 23:58

계란이 또 하나의 소스 역할을 해 주는데 괜찮더라구요^^ 타이밍이 중요한 것 같아요. 너무 익히면 맛이 없잖아요.

 Commented by turtle at 2010/05/24 16:54 

바로 얼마 전에 날계란 얹어서 익힌 피자 먹었는데 여기서도 언급되니 반갑네요. 메뉴에서 봤을 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의외로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무척 괜찮았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6/12 23:59

그게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유행이 된 건지, 아니면 그냥 미국에서 유행인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저는 마리오 바탈리의 피자를 보고 흉내내본거거든요. 정말 의외로 괜찮더라구요^^

 Commented by Bonnie at 2010/05/24 18:12 

bluexmas님이 만드신 피자를 참 맛있게 먹었던지라 큰 의미두지 않는 조리법과 이마트 모짜렐라인들 어떻겠냐며…^

밀푀유, 궁금해집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6/12 23:59

밀푀유는 그야말로 발푀유였어요.

다음에 기회 닿으면 또 다른 분들하고 맛있는 거 나눠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ed by 해피다다 at 2010/05/24 22:33 

어떤 마감인지…잡지인가요? 알려주시면 서점 바로 갑니다! 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6/13 00:00

아 저 마감은 잡지는 아니고 책이었습니다~ 곧 소식을 올리도록 할께요^^

 Commented by squamata at 2010/05/24 22:45 

전 어제 설탕 없는 머랭(도 머랭이라고 부르나요? 그냥 거품 낸 난백?)을 얹어 구운 탄두리 치킨을 먹었어요. 크릉!

계란이랑 토마토 소스 말곤 무엇을 얹으셨나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6/13 00:00

그런 식으로 계란 흰자를 많이 쓰더라구요. 저는 흰자와 찹쌀가루를 섞어서 튀김옷으로 많이 써요. 가볍고 좋더라구요. 노른자까지 쓰면 너무 무섭구요.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10/05/24 23:29 

피자집에서 알바할 때 해보기는 했는데, 보기’만’ 쉽고 실제로는 아주 많은걸 챙겨야 하더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6/13 00:01

예전에 말씀해주셨던 기억이 나네요. 피자는 생각보다도 훨씬 어려운 것 같아요. 오븐이 더 뜨거우면 참 좋겠는데,구울때마다 늘 아쉬워요.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10/05/25 04:09 

우와 부글부글,,,마치 막걸리 발효되는 느낌이군요

생크림요구르트에 마요네즈 계란…허연 것들만 발라도 맛있더라구요..토마토페이스트가 없어서 그렇게 먹은 거지만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6/13 00:03

다음에는 막걸리를 사다가 발효를 좀 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어요. 근데 아스타팜이 들어가서 뒷맛이 그냥 그럴 것 같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