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내린 커피, 세 마리 새끼 고양이, 유니클론
1. 어제 사온 커피를 갈아서 막 내렸다. 사실 웬만한 경우 내가 너무 커피를 발로 내리는 경향이 강해서, 커피 맛이 없다고 커피콩을 원망할 처지가 못된다. 오늘은 조금 인내심을 발휘해서 내렸더니 다른 때보다는 낫다. 5,000원/100g짜리 하우스블렌드였는데 맛있는 듯.
2. 아까 운동을 하러 나갔는데 단지 앞 가구 상가 구석에 노랑 줄무늬 새끼 고양이 세 마리가 끈에 묶여 있었다. 아주 어린 녀석들은 아니고 조금 큰 건데, 귀여워서 한참 보고 있었더니 처치 곤란이니까 좀 데려가 달라고…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집에서 음식 만드는 걸 생각해서라도 키울 수 없다. 처치 곤란하면 동네 동물병원에 부탁하라고 얘기는 했지만 계속 눈 앞에 아른거린다. 새끼고양이라 귀여운 게 아니라, 귀여운 새끼고양이였다. 어째 떼를 좀 잘 쓸 것처럼 생겼던데…(아아;;;)
3. 병원에 가는데 롯데마트 앞 사거리에서 대규모 유세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게 오전이었는데 저녁때까지 하고 있더라. 음악을 듣고 있었지만 정말 뭐라고 하나 들어보고 싶어서 건널목 신호등을 기다리는 30초 동안 이어폰을 빼고 들어봤는데,
4. 아줌마들이 떼거리로 노래와 춤을 추는 걸 보면서 든 생각은, 1)아직도 저런게 먹히는 구나, 2)입고 있는 저 티셔츠나 모자 같은 건 선거 끝나면 다 버릴텐데 쓰레기 엄청나게 많이 나오겠지? 3)전단지 나눠줄때는 배꼽인사하면서 다들 그렇게 친절한데, 왜 어디 가나 서비스가 그렇게 개판인걸까?
5. 어제 밤에는 일이 너무 잘 되어서 새벽까지 깨어 있었는데 그 뒤에도 잠이 오지 않아서 계속 가수면 상태로 소파와 침대를 왔다갔다했다. 잘 되고 안 되고의 경계선은 거리낌이 있느냐 없느냐다. 뭐 자기검열이라고 해도 되고.
6. 롯데마트 좀 팔아줄까 해서 갔는데 고기가 그냥 그런 것 같아서 결국 이마트로 다시 돌아왔다. 거기라고 뭐 낫겠냐만 그래도…
6-1. 롯데마트와 이마트에서는 기본적으로 같은 봉투형 종이물컵을 쓰는데, 이마트에서는 작년인가 그 컵 통을 조금 비싼 걸로 바꿨다. 다이얼 같은 손잡이를 돌리면 롤러가 컵을 하나씩 말아서 꺼내주는 것이다. 이게 그냥 대강 컵을 담아두는 틀과 얼마나 가격 차이가 나는지 모르겠지만, 언제나 컵을 하나씩 꺼내주기 때문에 적어도 컵 낭비는 없다. 롯데마트에서는 컵 하나를 꺼내려면, 아주 조심스레 꺼내지 않는 한 네다섯개씩 꺼내게 되고, 그럼 하나를 뺀 나머지는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걸 보고 근시안적인 사고방식의 전형적인 예라고 하면 될까?
7. 차를 몰고 다녀보니 역시 우리나라는 운전과 주차의 천국^__^ 주차문제의 70% 이상은 사실 돈을 내기 싫어서 벌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돈을 쓰려고 해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8. ( )
9. 솔직히 믿을 수 없다.
10. 아까 친구가 알려준 뉴욕매거진의 유니클로 관련 기사를 읽었는데, 재미있었다. 양의 압박이 있지만, 술술 읽힌다. 나도 요 근래 유니클로의 옷을 몇 벌 샀다. 대부분 할인하는 것들인 만 원짜리 보라색 후디, 그보다 2,900원 비싼 부츠컷 블랙진(다이어트 동기부여용… 다리에 맞춘다면 그런 옷을 입어야 되는데 나오는 배의 압박T_T) 등인데, 이제는 우리나라에도 꽤 많은 매장에 가면 그런 생각이 든다. 가장 싸고 쉽게 구할 수 있어서 결국 누구라도 입을 수 있게 되는 흔한 옷을 통해 개성을 찾으려한다는 시도가 과연 가능한가? 그게 모순된 것인가 아닌가? 물론 나도 잘 모르겠다. 보통 개성이라는 건, 남들과 다른 특징일텐데… 일단 생각을 좀. (다들 아는지 모르겠지만 질 샌더는 당분간 계속해서 유니클로를 위해 디자인을 한다고 한다) 어쨌든 헐렁한 미국애들이 글에 나오는 일본회사의 기준에 따라 일하려면 정말 뼈골빠질듯.
11. 아 더 쓰고 싶은데 일해야 된다. 맛있는 커피를 마셨더니 잠도 깨고, 어째 일이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워드 열어놓으면 바로 알겠지, 오늘 일이 어떻게 될지. 아무래도 커피 한 잔 더 내려마셔야 할듯…
12. 참, 한 가지 더. 우리나라는 정말 연예인 없으면 아무 것도 되는 게 없나? 왜 투표절차 안내나 참여 캠페인 송 같은 것들까지 다 연예인들을 불러다가 써야 될까? 연예인이 인구의 반도 넘는 듯(지난 번에 연예인에 대해 투덜거릴 때에는 반이었는데 조금 늘은 것 같은 기분;;;).
# by bluexmas | 2010/05/20 22:08 | Life | 트랙백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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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말씀하시는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일단 커피는 저도 공부를 좀 해야 되는 상황이에요. 와인이나 커피처럼 원산지가 얽히는 것들은 아무래도 좀 복잡해서 쉽사리 이렇다 저렇다 말을 할 수 없거든요. 조금 더 신중해지려고 장기적으로 보고 공부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말씀해주신 것 또한 장기적으로는 계획하고 있어요. 아직도 돈과 시간에 제약이 많은 사람이라서 조금씩 천천히 추진하려구요. 요즘 바빠서 못올리고 있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올리는 음식점에 관한 글들이 그 작업의 초기단계입니다. 부첼라에 관한 글은 사실 가벼운 마음으로 썼구요. 30분 밖에 안 걸렸으니까요. 어쨌든 좋은 말씀 감사하고 종종 의견 주시면 좋겠습니다~^^
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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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고양이라… …, 귀엽죠. 영혼을 정화시켜주죠. 화난 일 있었을 때는 소파에 멍하니 앉아서 고릉고릉 거리는 고양이를 끌어안고 부드러운 뱃살을 주물럭거리는 게 최고에요. 그치만 고양이 = 털과의 전쟁이라;;; 갓 지은 밥에서도 털이 나올 정도니까요. (…) 털의 마수를 감당할 수 없으시다면 안 키우시는 게 좋아요. 뭐 보통은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하고 곧 털과의 전쟁을 포기하더랍니다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