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과 봄의 향, 햇양파와 로즈마리 타르트

요즘 양파가 맵지는 않고 향이 은근해서, 제철일때 타르트를 한 번 만들어봐야고 생각했다. 맛은 어찌보면 ‘프랑스식 양파수프’랑 비슷하다. 기본적으로 양파를 얇게 썰어 오랫동안 볶은 맛이기 때문이다.

조리법도 별 건 없는데, 껍데기는 인터넷을 뒤져보니 누가 앨리스 워터스의 것을 올려 놓았길래 참고해서 만들어봤다. 앨리스 워터스는 캘리포니아에서 잘 나가는 외식사업가인데 캘리포니아, 특히 버클리의 분위기가 그렇듯이 지방의 재료에 초점을 맞추는, 간단한 음식을 지향한다. 캘리포니아 그 자체가 가끔 그 외 주의 사람들로부터 약간 이상한 사람들 취급을 받는 것처럼, 그런 지향점을 부르주아 놀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도 종종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재료

밀가루 1컵

소금 1/4작은술

버터 6큰술+약간(굽기 전에 양파에 얹을 분량)

찬물 1/4컵

양파 900그램

로즈마리 또는 타임 1줄기

소금

후추

만드는 법

1. 먼저 껍데기를 만든다. 얼마 전에 산 푸드프로세서로 정말 편하게 만들었는데, 밀가루와 소금을 일단 넣고 살짝 돌려준 뒤, 버터를 넣고 ‘펄스’로 돌리면서 물을 조금씩 흘려 넣는다. 이렇게 파이 껍데기를 만드는 건 처음이라서 감을 못잡고 물을 더 많이 넣어줬는데, 버터와 밀가루를 먼저 돌린 뒤 물을 섞지 말고, 함께 돌리면서 섞어줘야 되는 것 같다(손으로 만든다면 일단 버터를 밀가루 속에 잘게 부숴준 다음에 물을 부어서 반죽을 뭉치지만, 이 경우에는 접근 방법이 달라야 할듯)

2. 덩어리를 랩에 옮겨 싸서, 살짝 눌러 냉장고에 넣는다.

3. 그동안 양파를 익힌다. 얇게 썰어서 올리브기름을 넉넉하게 두른 남비에 넣고 약한 불에서 30분 이상 볶아준다. 햇양파는 그렇게 맵지 않지만 그래도 1킬로그램 가까이 썰다 보면 꽤 맵다. 미국의 경우 수경과 선글라스 사이에서 나온 자식같은 양파 썰기용 보안경도 판다고 한다… 촛불이나 가스를 켜서 양파를 썰때 나오는 기체를 날려주면 덜 맵다고 한다. 물기가 많으므로 좀 오랫동안 볶아준다. 오븐에서 한 시간 가까이 또 익히게 되므로 적당히 물기가 남아 있어도 괜찮다. 생허브가 있다면 양파를 볶을때 가지채 넣었다가 나중에 버리면 된다.

4. 굽기 30분쯤 전에 반죽을 꺼내서 살짝 말랑말랑하게 만든 다음, 25~30센티미터 정도가 되도록 밀대로 민다(라고 조리법에 나와 있으나 너무 얇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 취향에 따라서 조금 더 작게 펴도 될 것 같다). 양파를 얹고 가장자리를 접어준 다음, 버터몇 쪽을 얹는다. 냉장고에 언제 사다 놓았는지 모를 로즈마리가 있어서 함께 얹어서 구웠다.

5. 미리 190도로 예열한 오븐에 50분 정도 굽는다.

이렇게 만들어서 먹어보았는데, 일단 반죽에 소금을 조금 더 넣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4작은술인데, 아예 1/2작은술을 넣어도 될 것 같다. 아니면, 귀찮아서 말았지만 파이 테두리에 계란물을 발라주고 그 위에 굵은 소금 알갱이를 솔솔 뿌려줘서 씹히게 만들어도 된다. 양파와 밀가루, 그리고 버터뿐이라서 좀 심심한데 다 구운 다음 치즈를 곁들여도 좋을 것 같다. 일단 생각나는 건 염소젖치즌데, 브리처럼 부드러운 종류나 아예 파르메지아노처럼 단단한 종류도 괜찮을 듯. 껍데기 반죽을 조금 더 잘 만들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by bluexmas | 2010/05/12 10:26 | Taste | 트랙백 | 덧글(42)

 Commented by 러움 at 2010/05/12 10:53 

로즈마리 완전체(풀…)를 처음 봐요. 에구 솔잎같은것이 넘 이뻐요. ^^

그런데 30분 이상이나 볶아야 하다니 정말 은근한 타르트네요. ^^.. 게으른 저는 블루마스님의 맛깔스러운 글과 사진으로 만족해야겠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0 22:14

로즈마리 화분도 굉장히 사기 쉬우니까 키우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에요. 향이 굉장히 좋아요. 양파는 좀 오래 볶아야 물기도 빠지도 맛도 우러나니까요^^

 Commented by mew at 2010/05/12 11:06 

와~ 맛있겠다 T_T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0 22:14

딸기에 이어서 양파…T_T

 Commented by nabiko at 2010/05/12 11:07 

우왕 맛있겠당 ㅠ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0 22:15

그냥 피자 같기도 해요. 조금 더 바삭하고 가벼운 느낌이랄까요?

 Commented by clove at 2010/05/12 11:09 

아아아아 맛있어보여요! 이건 정말 한 번 따라해보고 싶은걸요. 레드밀로 껍데기를 만들어도 될까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0 22:15

통밀로 해도 될 것 같기는 한데 100%는 좀 힘들 것 같구요. 50%까지는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요? 저도 다음에 한 번 시도해볼께요.

 Commented by 현재진행형 at 2010/05/12 12:04 

밀가루 끊을까 했는데 이런 걸 봐 버리면 절대 끊을 수가 없잖아요. – -;;;;;

bluexmas 님 미오요. (응?;;;;)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0 22:16

아 저도 밀가루 적게 먹어야 되는데;;;; 요즘은 그래도 좀 덜 먹고 있습니다;;; 미워하지는 말아주세요 ㅠㅠㅠ

 Commented by H씨 at 2010/05/12 12:22 

타르트보다는 어니언피자같이 느껴지네요.

사진에서도 거의 피자인줄 알았어요.

양파를 좋아하는 저로써는 한번 따라해보고싶은 음식입니다.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0 22:16

거의 그렇죠? 그래도 피자 보다는 좀 가볍고 바삭해요^^

 Commented by i r i s at 2010/05/12 12:34 

어떤 타르트를 만드셨을 지 궁금해했는 데 양파와 로즈마리 타르트였네요 🙂

달싸한 양파에 향긋한 로즈마리 의 조화 를 생각하니 침이 줄줄줄 ….

게다가 저는 오늘 금식하는 날이라서 맛있게 눈으로 먹고 있는 중입니다 흑흑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0 22:17

성당다니세요? 아니면 절식중이신가… 저는 냉담자라서요. 만들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으니까 만들어보세요~

 Commented by 이지영 at 2010/05/12 15:10 

야, 양파가 900g..!

양파가 많아서 고민이었는데 도전해봐야겠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0 22:17

네, 양파를 없애기에는 딱 좋은 조리법이에요^^

 Commented at 2010/05/12 16:1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0 22:19

크 그건 모르시는 편이 정신건강에 좋을 거에요^^

아, 그런가요? 그 전에도 그런 변화를 겪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또 그런건가요?

비공개님도 잘 지내시구요~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10/05/12 16:37 

저도 찬 물이랑 계란은 맨 마지막에 뭉칠 때 넣어줘요…끄으…푸드프로세서 부러워요ㅜㅜ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0 22:19

아, 이 껍데기에는 계란 노른자는 들어가지 않아요. 푸드프로세서는 필립스건데 8만원대로 괜찮던데요?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10/05/20 23:52

헛…비쌀 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0 23:54

아 비싼건 비싼데 이건 핸드블렌더에 그릇이 달린 그런거에요. 간단하게 쓰기에는 나쁘지 않아요.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10/05/21 00:04

크기는 어느 정도예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1 00:07

아… braun제품인데 쥐시장 같은데서 찾아보시면 나오는 거 있을거에요. 말로 설명하기는 좀 어려운데요?^^

 Commented by 밥과술 at 2010/05/12 16:52 

맛있게 보고 갑니다. 위의 사진에 양파를 썰고 남은 모습이 재미있네요. 그거가지고 뭔가 할거없나 생각하게 하는 사진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0 22:20

혹시 돼지가 있다면 먹일 수 있지 않을까요? 애완용 미니돼지 한 마리 키우고 싶어집니다…^^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10/05/12 18:50 

사진을 먼저 훑어봤을땐 두부와 새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다르군요!

로즈마리도 허브의 종류인가요?

그렇다면 어떤 향이 나는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취향에 따라서 다른 종류의 허브를 첨가하는게 가능하다면(맛을 헤치지않는 범위에서) 전 레몬그라스를 넣고싶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0 22:20

네, 로즈마리도 허브의 일종인데요, 향은… 말로 설명하기가 좀 어렵네요. 타임하고도 비슷한데 약간 꽃향 같기도 하구요… 레몬그라스도 향긋하니 좋을 것 같은데요^^

 Commented by googler at 2010/05/12 20:39 

아, 타르트라는 게 저런 거군요. 먹어본 적이 있어도 저런 타르트는 처음 봐요. 피자같기도 하고 한국 부침개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모양도 흐트러지지 않고 제법 좋구요. 남은 양파는 걍 튀김옷 입혀서 튀겨버려 먹어도 양파튀김이 되겠어요. 타르트에 넣은 치즈는 일반 치즈갖구도 되는지 모르겠군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0 22:21

그냥 이런 아주 간단하게 만드는 거구요. 틀에 넣으면 보다 모양이 제대로 나겠죠. 치즈는 아무 거나 쓰셔도 괜찮지 않나 싶어요^^ 남은 양파는 채썰어서 찹쌀가루만 살짝 입혀 튀기면 금방 처치할 수 있을 것 같구요.

 Commented by squamata at 2010/05/12 20:47 

우와.-_-

맛있겠는데요 이거.

시금치 파이같은 건 제법 먹어봤어도. 퍽 새롭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0 22:21

저도 생각이 났는데 레시피가 곳곳에 굴러다니더라구요^^ 달큰한 양파맛이죠 뭐.

 Commented by Mathilda at 2010/05/12 21:20 

아아 능력자시군요… T_T… 그저 울고 갑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0 22:21

아이고 별말씀을요 울지 마세요 ㅜㅜㅜ

 Commented by 롸씨 at 2010/05/12 23:20 

오오 이것은 양파빈대떡!!

저도 해 먹어야겠어요 집에 있는 건 망태기에 양파뿐 하하!!

덕분에 오타 눈썹 휘날리면서 고쳤습니다.

고맙습니다!!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0 22:23

네, 저도 오타 때문에 욕먹는 사람이기는 한데 또 다른 사람이 한 거에서는 잘 집어내는 편입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에요~ 귀찮으면 양파 부침개도 좋지요~^^

 Commented by 루아 at 2010/05/13 12:23 

전 귀찮아서 냉동 퍼프 페이스트리를;;;;

맛있게 드셨나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0 22:23

아 그것도 좋지요 뭐. 퍼프 패스트리는 그렇다쳐도, 필로가 없더라구요. 그것도 참 쓸모가 많은데…(필로는 집에서 만들기 불가능할거에요 아마;;;)

 Commented by 로롤 at 2010/05/13 12:25 

와 맛있어보여요! 맛이 많이는 짐작이 안가지만 양파를 꽤 좋아하는 편이라*-_-)

가끔 다른거 없이 양파에 간만 살짝 해서 볶아서 샌드위치로 먹는데 맛있어요. 남들은 왜 베이컨이나 참치같은거 없이 먹냐고 이상하게 보지만요…;ㅅ;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0 22:24

은근 양파 튀김하고도 비슷한 맛이에요. 양파만 먹어도 맛있는데요 뭐. 햄버거에 볶은 양파 곁들이면 맛있어요~

 Commented by drtrue at 2010/05/13 13:06 

아우…

로즈마리 화분 사다놓은 것도 있고 양파도 가득이고 밀가루도 버터도 좀 써달라고 울고 있고 젤 중요한 잉여력 마저 현재 폭발중인데..

도전해볼엄두가 안납니다.

블루마스님 능력자..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0 22:24

와 저도 로즈마리 화분 하나 사려구요. 시장에서 어떤 아저씨가 진짜 소담스러운 화분을 하나 가져다 놨던데 현금이 없어서 일단 후퇴했거든요. 이거 진짜 쉬우니까 꼭 만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