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롱 2부작(1)-마카롱 제작 체험과 자질구레한 이야기

얼마 전 우연치 않은 기회에 뛰어난 베이킹 선생님과 마카롱을 만들어보고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가진 적이 있다. 언젠가 한 번 말도 안되게 혼자 시도를 해봤다가 처참하게 실패한 다음에는 능력부족을 깨닫고 거의 시도를 안 해보았지만 만드는 과정만 놓고 보면 이 과자는 굉장히 매력적인데, 그건 찾아보면 의외로 다양한 조리법들이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조리법은 대부분 재료 자체의 배합비에 관한 것이라기 보다, 그걸 배합하는 방법이나 순서에 관한 것들이다.

예를 들자면,

1. 재작년쯤 찾아보았던 미국의 잡지 ‘디저트’에서는 창간호인가에서 마카롱 특집 기사를 다루면서 반죽을 짜낸 다음 굽기 전에 말리는 것과 말리지 않는 것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기사를 잃어버려서 결론이 무엇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마카롱의 반죽이 어느 정도 굳을 때까지 말리는 것과 말리지 않는 것의 차이가 마카롱의 “발 Pied” 또는 ‘Frill’이 올라오는 정도를 좌우한다고 들은 것 같은데, 물론 기억이 희미해서 확실하지는 않다.

2. 어젠가 찾았던 미국 뉴올리언즈의 제과 판매 사이트 ‘Sucre’에서는 마카롱 만드는 과정을 짤막한 비디오에 담아 올렸는데, 여기에서는 이탈리안 머랭을 올리고 “겉에 윤기가 돌게 하려고 올리지 않은 흰자를 섞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흥미는 있는데 효과는 정말 서로 다른 반죽을 만들어서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이 가게는 마카롱을 ‘Macaroon’이라고 부르고 또한 미국인들 답게 초콜렛으로 완전히 감싼 마카롱을 만드는 등, 뭔가 믿음이 안 가게 만드는 짓을 저지르고 있다(Macaroon이라는 과자는 따로 있다,굳이 구분을 하자면. 참고로, 두 과자 모두 어원은 ‘부순다’라는 의미의 이탈리아어 ammaccare에서 파생된 “maccarone”또는 “maccherone에서 왔다고…).

3. 머랭의 경우도 그냥 머랭으로 하느냐, 아니면 설탕물을 끓여서 붓는 이탈리안 머랭으로 할 것이냐에 대한 의견이 갈린다고 한다. 머랭의 안정된 상태를 생각해본다면 이탈리안 머랭이 더 효과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하는데…

4. 전분이 섞인 가루설탕. 대부분의 가루설탕에 무게 대비 5%정도의 옥수수 전분이 섞여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이유가 뭐였는지 얼핏 생각나지 않으나 찾아보기 귀찮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정도의 차이가 제대로 된 마카롱을 만드는데 방해요인이 된다고 한다(표면이 갈라진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식초를 넣은 야채무침을 만들어 본인의 블로그에 올려 떡허니 김치라고 우기시는, 파리 거주 미국인 David Lebovitz는 자신은 그런 설탕으로 마카롱을 만들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김치 건은 좀 짜증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미국의 디저트 셰프들 가운데에는 책도 많이 내고 탐구도 많이 하는 사람이라서 ‘아 말도 안 돼’ 라고 말하고 넘어가기는 좀 그렇다.

5. 계란 흰자. 역시 성자 에르메님의 레시피에는 적당히 묵힌, 그래서 흰자의 콧물같은 걸쭉함이 조금 사라진(“액화된”) 흰자를 쓰라고 한다. 물론 다른 베이킹 재료가 그렇듯이 상온에 미리 꺼내놓아야 하는 건 당연하고.

6. 미국의 경우 아직 에르메님의 마카롱 성경이 번역되어 나오지 않은 것 같은데, 꿩 대신 빈약한 닭인 일본 사람 오기타 히사코의<I Love Macarons>라는 책이 있다. 얼마 전에 주문을 해서 아직 받지 못했는데, David Lebovitz는 몇몇 번역의 문제 등등을 빼놓으면 괜찮은 책이라고 말하고 있고, 아마존에서는 조리법의 문제를 지적하는 독자 리뷰가 올라왔다.

7. 바로 그 독자 리뷰에서 참고로 삼았다고 말하는 글이, 위에서 언급했던 <디저트>지의 기사인데 저자인 Helen Dujardin은 귀찮아서 약력을 안 읽어보기는 했지만 프랑스에 바탕을 두고 미국에서 푸드스타일리스트/조리사로 활동하고 있다… 얼마전에 올렸던 딸기-바닐라 빈 아이스크림 조리법도 그녀의 블로그에서 참고한 것이다. 기사를 내려 받아서 잽싸게 살펴봤는데 그냥 머랭을 쓴다.

일단 생각나는 건 여기까지인데, 어설픈 손으로 한 번 만들어 보니 의외로 반죽을 균일하게 짜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그건 내가 반죽을 짜서 만드는 걸 거의 해보지 않아서 그런 것이기도 하겠지만, 균일한 압력을 주어서 같은 만큼의 반죽을 짜내기 않으면 무엇보다 오븐에서 구울 때 모두가 같은 시간에 구워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생긴다(너무 당연한 이야기인가?). 어쨌든 마카롱을 만들어 보면서 생각했던, 그리고 그 뒤에 찾아봤던 정보를 일단 한 번 정리해보았다. 다음 시간에는 마카롱의 성자님을 모신 이야기나…

 by bluexmas | 2010/05/06 09:24 | Taste | 트랙백 | 핑백(1) | 덧글(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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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ed by 펠로우 at 2010/05/06 09:52 

저걸 집에서 만든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12 01:14

아, 집에서 만든 건 아니고 선생님이랑 같이 만들었습니다^^

 Commented by 해피다다 at 2010/05/06 10:45 

언빌리버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12 01:14

아이고 별말씀을요, 민망하게-_-;;;

 Commented by delicious feelings at 2010/05/06 10:51 

와우…대단하세요…저도 한 번 도전했다가 완죤 망해서….잘못구워진 껍데기만 무식하게 먹었떤 기억이 나네요…..전 크기는 그렇다쳐도, 이상하게 동그랗게 짜는것도 손이 후들려서 못하겠떠라구요….>.< 손을 뻗어서 마구마구 집어먹고싶어지네욧……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12 01:14

동그랗게 짜는 거 장난 아니게 힘들던데요? 뭐 잘못 구워진 껍데기도 맛은 똑같으니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Binn at 2010/05/06 11:14 

모양이 엄청 예뻐요!! 손이 참 야무지신듯.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12 01:15

아니 그게 선생님의 손길 덕분이지요…-_-;;; 제 손은 별로 야무지지 않답니다.

 Commented by clove at 2010/05/06 11:28 

참한 자태의 마카롱인걸요.!

제게 있어 마카롱이란, 크롸상과 더불어 좋아하지만 절대 도전하지 못할 영역입니다.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12 01:15

앗 조만간 퍼프 패스트리 한 번 만들어보려고 생각하고 있는데요-_-;;;

 Commented by 현재진행형 at 2010/05/06 11:50 

정말 멋진 모양의 마카롱인데요… 호오호오… 저도 도전해봐야지… 하고 생각만 열심히 하고, 막상 해본적이 없어요;;;; 옛날에 머랭 망쳤던 트라우마가 좀 큰 듯 하네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12 01:16

머랭 같은 건 정말 한 번 망치면 트라우마가 좀 오래 가지요… 사실 은근히 까다롭잖아요. 뻑하면 잘 안 올라가고-_-;;;

 Commented by 유우롱 at 2010/05/06 12:45 

아 넘 재밌게 읽어써요 ㅋㅋㅋ 전 마카롱을 시도해본 적은 없지만 ..다른 건 몰라도 진짜 균일하게 짜내어 같은 사이즈로 여러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거 자체가 존경스러워요;;;

그나저나 i love macarons책 저두 궁금하네요 ㅇㅅㅇ!!!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12 01:18

아 그 책 왔는데, 보기는 좋지만 그렇게 믿음이 가는 책은 아닌 것 같더라구요.

 Commented by 하니픽 at 2010/05/06 13:45 

우와우와우와~ 이런 아름다운 마카롱은 집에서 만드시다니!!!! 정말 대단하셔요~ 저도 오븐을 새로 구매하고 마카롱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에 시달리고 있는데 자신이 없어서 매번 레시피만 보다가 끝나거든요~ bluexmas님의 마카롱때문에 마카롱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배로 커져버렸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12 01:18

아, 좋은 선생님 있으신데 원하시면 소개해드릴께요^^ 흐흐 아주 능력자시라서 금방 배우실 듯.

 Commented by zizi at 2010/05/06 14:36 

흑, 너무 어려워요. 마카롱.. ㅠㅠ 역시 재료가 심플할수록 만들기는 어렵다니까..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12 01:19

잘 지내고 계세요? 사실 마카롱도 재료가 그렇게 단순하다고는 할 수 없죠. 계란 안 들어가는 초콜렛 무스 케이크를 만들었는데 그게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JuNe at 2010/05/06 14:37 

마카롱은 만드는 걸 배우다보면 아아 이건 사먹어야하는구나하고 배우게 된다는데, 과정만 봐도 무서워서 그냥 시작을 안하고 있습니다. 게으르면 하지마, 그렇게 말하고 있는 과정으로밖에 안보입니다 제 눈이 좀 맘대로 해석을 하거든요 오호호>.<;;;

슈가파우더에 전분이 섞여있는 이유는 설탕만 갈아놓으면 보관중에 뭉치기 때문이라고 들었지 싶은데 다른 이유도 있을까는 모르겠네요 전 아무 생각없이 막 써댑니다 생각하기도 귀찮아할정도로 게을러서;;;

전분 없이 100% 설탕만으로 된 가루설탕을 보니 상품평에 엄청 뭉쳐요 어쩌고저쩌고 하는걸 봐서는 왠지 뭉쳐서가 아닐까에 막 기웁니다.

그런데 저번에 황설탕 입자가 너무 굵길래 블렌더에 갈아서 쓰고 남은걸 계속 뒀는데 이건 안 뭉치더라고요. 이게 일반 설탕에 비해서는 좀더 보송보송한게 수분이 적겠다 싶기는 했거든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12 01:19

저는 사먹기 싫어서 그냥 아주 가끔 만들어 먹는 게 더 낫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자주 먹을 것도 아니구요…

 Commented by 점장님 at 2010/05/06 15:42 

매끈하게 정말 잘 만드셨네요

샌딩은 뭘로 하신 거예요? 캐러멜크림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12 01:20

네 뭐 선생님께서 손길을 뻗쳐주셔서 덕분이죠^^ 카라멜 크림인데 제가 만든 건 아니었어요. 다음에는제가 만들어봐야죠.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10/05/06 16:23 

처음 만드신 거 맞아요? 분하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12 01:20

두 번째에요-_-;;; 다음에 또 만들어 볼께요.

 Commented by guss at 2010/05/06 17:47 

와.. 곱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12 01:20

계속 하는 얘기지만 선생님 덕분이에요…-_-;;;

 Commented by i r i s at 2010/05/06 19:03 

이걸 만드셨다니… 마카롱을 직접 만드셨다니… T_T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12 01:20

아이고 민망하게 자꾸 그러시면T_T

 Commented by Raye at 2010/05/06 20:25 

이게 대체 무슨 맛인지 궁금해서 결국 현대백화점 Sweety BLVD에서 4개를 사먹었어요. ㅎㅎ 집에서 만들어서 회사에 갖고가면 까칠한 여직원들한테도 점수 따겠네요.- – 근데 되게어렵나봐요.

 Commented at 2010/05/06 23:1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t 2010/05/06 23:20 

정말 가끔씩 깜놀입니다

이런 것을 만드실 줄 알다니~~~

 Commented at 2010/05/07 00:1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12 10:36

네 맞아요. 워낙 선생님이 대단하시니까요~ 금방 만들어서 먹는 마카롱의 맛도 괜찮네요. 바쁜거 끝나고 또 만들어보려구요^^

 Commented by 바다아빠 at 2010/05/07 05:56 

제가 15여년 전에 일본 과자 학교라는 곳에서 공부를 한적이 있는데 그때 첨 마카롱을 접하게 되었지요 그당시 일본에서도 마카롱이 그다지 유행하지를 않았을때라 저를 가르치셨던 선생님도 마카롱을 수업시간에 세번이나 실패를 하시며 당황해 하시는 모습을 보며 약간은 실망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그후 여러 마카롱을 체험하는 계기가 되었지요 마카롱도 여러종류가 있다는것도 알게되고 지방마다 다른마카롱이 있다는것도 프랑스를 여행하면서 알게되었지요 이건 우스운 이야기지만 프랑스에선 일년에 한번씩 마카롱 콘테스트를 하는데 그곳에서 과자점을하는 일본인이 그해의 마카롱으로 선정되었다고 하더라구요 아마 그해가 이천 오년이었던걸로 기억됩니다 그리고 마카롱에 사용되는 아몬드분말은 스페인이 유명하다하네요 아마도 스페인이 마카롱의 원류일거라는 이야기도 그냥하는 말은 아닐듯하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12 10:37

마카롱 컨테스트도 있군요. 스페인하고 시칠리의 아몬드도 유명하다고 하더라구요. 마카롱은 생각보다 예민해서 실패하는 경우도 꽤 많은 것 같더라구요. 언제나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아무래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at 2010/05/07 07:1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12 10:38

저도 굉장히 좋아하는 이야기였어요~ 다음에 또 써주세요^^

 Commented by SF_GIRL at 2010/05/07 09:50 

와 바둑알같은 반죽이 완전 귀엽잖아욧!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12 10:38

-_-;;; 그런가요? 마카롱이 원래 그렇게 생겼으니까요^^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05/07 13:44 

마카롱…어디가 맛있는지 추천해 주세요.마스님~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12 10:40

아, 저도 잘 몰라요 사실은… 밖에서 마카롱을 잘 사먹지 않거든요-_-;;;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10/05/08 00:27 

저 얼마전에 첨으로 먹었는데 달고 좋더군요…

더 맛있는게 먹고싶어졌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12 10:40

저도 밖에서는 거의 마카롱을 사먹어본 적이 없어 어디에서 먹은 것이 괜찮았는지 기억이 잘 안 나네요…

 Commented by 로롤 at 2010/05/08 21:28 

너무 먹음직스럽게 만드셨는데요!!!;ㅅ;

첫사진만 보고 카페나 베이커리에서 찍은 줄 알았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12 10:41

에이 왜 그러세요 사진 공부하시는 분이-_-;;; 계속 자연광으로 찍어야 되나 아니면 집에 싸구려로 조명을 만들어서 찍어야 되나 모르겠어요.

 Commented by 마리 at 2010/05/09 14:07 

아오 사진 올리셨네요.

마카롱에 대해서 이론적으로 접근하는게 저한테는 오히려 신선한데요!

근데 왠지 사진이 점점 좋아지는 듯한 인상을 받았는데.

카메라가 좋아진건지 찍는 기술이 늘어난 건지 궁금해요.ㅎㅎ

마카롱을 저렇게 배열해두고 찍으니 좋으네요. 뭔가 알찬 구성의 느낌?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12 10:42

아무래도 제가 할 수 있는 게 그런 것들이지요 뭐 정보를 모아서…^^ 사진이 좋아보이는 건 단지 카메라가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진 찍을 줄 몰라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