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옛 기억의 흔적

당분간 병원에 정기적으로 다니게 되었다. 뭐 왜 다니는지 그런 얘기는 여기에 굳이 할 필요가 없는 것 같고… 공교롭게도 병원이 수원에 있어서 나름 고향인 동네를 자주 들락거리게 되었다. 그래서 옛 기억의 장소에 들러보았는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옛날 건물 그대로였던 곳이 이런 뜨악한 건물로 바뀌어 있어서 정말 어이가 없었다. 안에 들어가보지도 않고 이런 말하는 게 도리가 아니라는 건 알지만, 저 시커먼 회색 덩어리는 사람을 불러들이는 사랑이나 뭐 이런 감정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언젠가 다시 가서 안에 들어가보고 내가 판단을 잘못했다는 것이 밝혀지면, 그때 글을 다시 올리도록 하겠다. 지금은 그럴 생각이 없고. 어쨌든, 계단도 없어지고 그 계단에서 내려다 보던 집도 마당이고 뭐고 싹 없애고 임대받는 추악한 건물로 바뀌어 있어서 세월의 무상함을 느꼈다. 누군가의 슬픈 사연도 세월이 함께 씻어갔다면 좋으련만…(?)

여긴 옛날에 살던 아파튼데 이젠 차가 사람보다 더 많다. 광각을 안 가지고 나와서 전체를 못 담았는데 언젠가 썼던, 봄에 피는 목련에 관한 글의 그 목련이 이 아파트 앞에 피곤 했다. 지금은 목련 할아버지가 피어도 낡아 빠진 아파트의 느낌은  가셔내지 못할 듯. 괜히 들어갔다가 차 돌려서 나오느라고 개고생했다. 그 밖에 옛날에 살던 다른 동네들을 가봤으나 다들 너무 많이 바뀌어서 거의 아무 것도 기억할 수 없었다.

 by bluexmas | 2010/05/04 02:37 | Life | 트랙백 | 덧글(12)

 Commented by 笑兒 at 2010/05/04 06:03 

너부대대한, 옛날 아파트 🙂

괜히 반갑네요- ㅎ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도 꽤나 오래된 축에 들어서요 ^^;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11 00:06

네, 편복도형 아파트죠. 아마 30년 넘었을 거에요. 오래된 아파트들 아직 많죠…

 Commented by mew at 2010/05/04 08:27 

차 돌리느라 개고생…..

갑자기 그때 U턴의 미안한 추억이…. ( -_-);;;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11 00:06

크하하 식은땀 흘렸다니까요….( -_-);;;

 Commented by 유우롱 at 2010/05/04 10:18 

병원에 정기적으로.. ;ㅅ; 저두 지금 일주일에 두번씩 다니는거랑 교정땜에 2주일에 한번씩 치과 다니는게 있는데 생각할 수록 차라리 지금 반백수라 다행이란 생각밖에 안들더라고요;;

열심히 다니셔서 어서 좋아지시길!!!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11 00:06

네, 앞으로 한참 다녀야 할 것 같아요…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05/04 17:29 

성당 건물만 확 눈에 들어오네요…

모니터 질이 별로라 그런가 봅니다.

‘지동’이라는 행정동명은 입에 들러붙지는 않네요.뭐—대한민국의 행정구역명이 다 중복이 되고 비슷비슷한 거겠지만…

아파트는 식물보다는 건물이 더 압박해 옵니다그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11 00:07

네, 저 성당이 새로 지은 건물인 모양인데 뭐랄까 좀 너무 침울한 느낌이라서 속이 어떤지 다음에 한 번 가봐야 되겠더라구요.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10/05/04 18:06 

병원에를… 저도 오늘 건강보험이라는 곳에서 전화가 왔더군요. 이것저것 잘 관리하고 검진 꼭 받으러 오라고… 겁납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11 00:07

아, 그게 짝홀수 생년에 맞춰서 나온다더라구요. 저도 작년에 건너뛰어서 올해는 제 돈 주고 받았습니다.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10/05/05 16:59 

서울에선 차 몰 엄두가 나지 않아요 주차할 공간도 마땅치 않고-_-;;

태어난 곳에서 이사 온 지 십년 조금 넘었는데 건물이 뺴곡히 들어섰더라구요

그 떈 그 허허벌판이 그렇게나 변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11 00:07

건물이 잔뜩 들어서는데 정작 사람들은 다 어디에서 살게 되는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