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풀이도 못하고

중 3때 담임이었던 국어과 김 아무개 여선생님은 단체기합을 ‘삼청교육대’라고 불렀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그렇게 불러서는 안 되는 것이었겠지… 하여간 어느 날 오후 삼청교육대가 징하게 한 판 벌어졌는데, 그걸 당하고 짜증을 못 이긴 “노는” 새끼 하나가 자기 앞에 “걸리적”거리는 애를 개패듯 까지는 아니었어도 꽤 심하게 때렸다. 화풀이를 한 셈이다. 지금 뭐 해먹고 사는지는 물론 관심 없는데, 중 3 때 자기 화풀이를 다른 애들 패는 걸로 했다면 뭐, 그 인생이라는 게 뻔하지 않을까 싶다. 아, 생각해보니까 나중에 다른 무엇인가로 매일 반성문 몇 장 쓰라는 벌도 받았는데 아마 애들을 사서 반성문을 쓰게 했고, 그 반성문 쓴 애들 가운데 맞은 애도 포함되어 있었다지?

어쨌든, 그래 뭐 그런 일로 화가 났으면 화풀이로 사람을 친다는 건데… 날씨 때문에 화가 나면 누구한테 화풀이를 해야 될지 잘 모르겠다. 세상에 어떻게 날씨가 이럴 수가 있지? 내 몸만한 가방에 이거저거 쑤셔넣고 집을 나섰는데 정말 집에서 부침개랑 오뎅탕 해먹으면서 소파에 누워서 잠이나 잤으면 딱 좋겠다…라고 생각하다가 직장인들은 이런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철인처럼 출근하는데 이런 썩어빠진 정신자세로는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라고 마음을 다잡고 길거리를 나섰지만 참 그래도 다니기는 힘들었다. 그런데 내일은 더 추워진다고…나도 너무너무 짜증이 나서 화풀이를 하고 싶은데 사람에게 화풀이는 하면 안되니까 고민하다가 그냥 며칠 전 죽전에 갔다가 약속이 깨져버려 엉겁결에 들렀던 신세계에서 산 싸구려 포도주를 땄다. 아 요즘 너무 건전하게 살았더니 온 몸에 가시가 돋아나려고… 어머니가 튀니지에서 사온 치즈를 한 통 나눠주셨는데 이게 나의 예상을 깨고 포도주와 그럭저럭 어울린다. 생각하기에는 좀 입자가 굵은 백포도주랑 어울릴 것 같아서 그런 것도 한 병 사왔구만…

살짝 감기기운도 있어서 컨디션이 개판이라 완전히 횡설수설을 하고 있는데,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요점을 말하자면 짜증난다고 사람에게 화풀이하면 안된다. 그렇게 하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이 말인 즉슨 나 역시 100% 완벽하지는 않다는 것…). 회사 다닐때 남의 나라에 있으니 영어로 남한테 짜증낼 능력은 없고 해서 분명히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거라고 생각하는데 마치 없는 척 나에게 그 짜증 내는 거 너무 싫었다. 짜증나는 일이 없다면 회사에 일 없어서 인터넷 뒤지면서 집에서 전화오면 “어 아직 일이 안 끝났어’라고 말할리 없는거 아닌가.

큰일났다, 술이 조금 들어가니 밀려오는 이 짜파게티의 유혹… 집에 짜파게티가 없는데 밖에는 비가 와서 천만다행이다T_T  ‘다음 생에는 아무리 탄수화물을 많이 먹어도 배가 나오지 않는 30대를 보낼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소원을 빌어보자.

 by bluexmas | 2010/04/29 01:56 | Life | 트랙백 | 덧글(24)

 Commented by RㅔYㄹeㄴe at 2010/04/29 02:15 

아니 술이야기 하시니 어김없이 짜파게티 이야기가…블루마스님은 정말정말 짜파게티를 좋아하시나봐요 저도 블루마스님 땜에 몇번 먹은 기억이 납니동.

날씨가 미쳤어요 전세계적으로 미쳤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29 02:27

몰랐는데 말씀 듣고 보니 그런것도 같아요. 라면을 한 달에 한 개도 안 먹는데, 먹는다면 90% 짜파게티거든요…아아 막 먹고 싶어지는데요T_T

뉴욕도 추운가요? 날씨가 참 왜 이러는 걸까요.

 Commented by JuNe at 2010/04/29 02:31 

아마 그런 소원을 빌면 “입력이 잘못되었습니다” “입력되지 않았습니다” “다이얼이 늦었으니 확인 후 다시 눌러주세요” 라는 반응이 나오지 싶습니다. 비가 오다말다라서 자전거타고 장보러가기도 무서워요 걷자니 짐이 무겁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03 16:28

그런 소원을 빌면 “지금 무슨 개소리 하시는 겁니까?”라고 나오지 않을까요…. 아니면 아예 못들은 척…(…)… 요즘은 그냥 부모님 차를 빌려서 장보러갑니다. 고기는 하나도 하지 않아도 5만원 넘는건 정말 기본이에요.

 Commented by 오스칼 at 2010/04/29 05:31 

오늘은 내가 요리사~ 짜짜짜짜짜~빠겟히~

전 다음 생애에 태어나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인간으로 태어나고 싶어요. -_-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03 16:28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건 불가능한 것 같아요. 저는 안 먹어도 살이 찐다니까요-_-;;;

 Commented by momo at 2010/04/29 07:16 

런던은 아주 쾌청…^^ 야~ 호~ 짜파게티 드시고 힘내세요… 전 추우면 신라면이 땡기던데…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03 16:28

이상하게 저는 신라면이 체질에 맞지 않더라구요. 거의 먹어본 기억이 없어요.

 Commented by i r i s at 2010/04/29 08:14 

저는 얼마전 사천 짜파게티를 끓여먹었습니다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03 16:29

잘하셨어요~ 짝짝짝. 고추씨기름 사다 놓으셨다가 그냥 짜파게티에 섞으면 바로 사천 짜파게티가 된답니다. 그것도 나름 괜찮은듯…

 Commented by  at 2010/04/29 10:49 

추운 걸 병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이라서 홧병날 지경이었거든요.

지금이 겨울이라고 마인드 컨트롤을 했더니 신기하게 괜찮아졌어요.

겨울치고는 꽤 따뜻하네~

이러면서 털옷 입고 다닙니다.

숫자 따위 무시하고 5월에도 입을 거에요 -_-

새로 산 시폰 원피스랑 블라우스 언제 개시할 지는 아무도 몰라요 ㅠ_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03 16:29

아아 역시 마인드컨트롤이야말로 행복의 지름길인걸까요. 일체유심조라고 누군가 그러셨던가요…

오늘은 그래도 따뜻하네요.

 Commented at 2010/04/29 11:3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03 16:30

저도 초등학교 시절에 비만이어서… 참 우울한 나날들이었어요 흐흐흑.

아무래도 라면에 진짜 올리브기름이 들어갔을리가 없겠죠?

 Commented by 나녹 at 2010/04/29 12:46 

이쪽도 요즘 춥고 비오고 하네요. 내일부터 좀 많이 따듯해진다니 기대하는 중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03 16:30

뉴욕도 지금이면 날씨 딱 좋을때 아닌가요? 사실 우리나라랑 비슷한 날씨잖아요…

 Commented by second at 2010/04/29 15:10 

앗 저도 짜파게티를 사,,,사,,, 아니 좋아합니다. 라면 별로 안 먹는데 먹으면 거의 짜파게티에요. 그런데 외국에 나오니 한국에 있을 때 보다 라면을 많이 먹게 되네요… 짜파게티 먹고 싶은 밤입니다 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03 16:31

다른 라면은 별론데 이상하게 짜파게티는 땡기죠? 그러나 밤에는 안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_-;;;;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10/04/29 16:36 

추운 걸 못 견디면서 따뜻한 차를 마시는 걸 좋아하니 지금 날씨가 딱 견딜만하고 좋은 것 같아요

기온이 더 올라가면 이 소소한 즐거움이 사라질텐데..ㅜ.ㅜ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03 16:31

아 여름이 온다고 생각하면 끔찍해져요. 우리나라에서 여름은 정말,,,..ㅠㅠㅠㅠㅠ

 Commented by SF_GIRL at 2010/04/29 20:26 

서울에도 비바람이 불었나요? 여기도 한 3-4일 날씨가 궂었는데 엊그제 개고 오늘부터는 따뜻해진대요. 저도 사실 그저께인가 날씨에 화를 내서.. 우산을 써야되는지 말아야되는지 애매한 날씨라서 “아 도대체 어쩌라고!” 하고 외치고 말았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03 16:34

우리나라 여성지 어디에는 뉴욕에서 우산 쓰는 법 뭐 이런 기사도 나왔던 것 같아요. 그걸 보고 우산 쓰는 법마저 가르쳐주는 잡지의 친절함에 감탄했어요^^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04/30 18:30 

어…이거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것같은 효과를 낼까봐서요.

둘째문단 밑에서 둘째줄,튀지니는 튀니지 맞죠?

진짜 짜증나셨나 봐요.

웬지 늘 하는 짓이라 그런지 오자 탈자만 보이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03 16:34

튀니지 옆나라가 튀지니라던데요>_< 히히 오탈자 있으면 안되죠.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 건 반영해서 고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