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맛 안 나는 삼선볶음밥 3종세트 -송죽장, 동해장, 이품

오랜만에 간단한 중국음식 글. 안 먹으러 다닌 건 아닌데 일주일 블로깅을 쉬었더니 밀렸다.

첫 번째 불맛 안 나는 삼선볶음밥은 영등포 타임스퀘어의 송죽장. 그 위치에 그 온갖 텔레비전 스크린샷을 붙여놓은 뽀대를 감안한다면 이 집에서 기대를 채워줄만한 음식을 내놓으리라는 보장은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음식이 선입견일지도 모르겠지만 타임스퀘어에서 먹을 수 있는 것보다는 싸고 아주 약간 더 나을지도 모른다(일행을 기다리며 신세계 백화점의 지하식품매장 음식을 죽 둘러보았는데 맛은 몰라도 가격 면에서는 만만치 않았다).

굴짬뽕과 삼선볶음밥을 시켰는데 굴짬뽕은 면이 좀 풀어진 느낌이었고, 국물은 조미료가 적당히 들어간, 평범하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볶음밥에 딸려 나온 짬뽕 국물 역시 칼칼했으나 조미료미터는 꽤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삼선볶음밥(가격이 기억나지 않는데 6,500원 정도?)은 밥만 놓고 보자면 뭐 그럭저럭 먹을만할지도 모른다는 수준-기대를 안 했으므로-이기는 했지만, 위에 얹은 해삼이며 새우와 같은 해산물들은 데치거나 삶은 것처럼 불이 닿은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나마 질기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나 할까.춘장에 대한 기대는 없지만 고기를 갈아 넣은(유니?) 짜장은 썩 나쁘지 않았다. 먹고 나오면서, 타임스퀘어가 이 집 돈 벌어주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어제는 수원에 간 김에 나에게는 영원한 2인자로 기억되는 동해장에서 삼선볶음밥을 먹었다. 동해장을 마지막으로 간 것은 1996년, 훈련을 마치고 하루 외박을 나왔던 일요일이었다. 원래 가려던 곳은 당연히 고등반점이었는데 그날 이유를 알 수 없게 문을 닫았고 꿩 대신 닭이라고 동해장에 갔었다. 난자완스를 먹었던 것 같기도 한데 음식은 잘 기억이 나지 않고, 대신 야구 중계를 보는데 박충식이 중간에 나와서는 만루홈런을 맞았던 건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 뒤로 15년만에 들른 동해장은 건물을 약간 개수한 것으로 보아 당장 문을 닫을만한 상황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아니면 주인이 바뀌었거나). 내부 공간도 역시 다른 느낌이었다. 그냥 생각하기 싫어 삼선볶음밥을 시킨건데, 다른 중국집들처럼 그릇에 뭉쳐서 담아내지 않는 거야 뭐 그 집만의 방식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그 접시에 흩어져 담긴 밥이 그다지 맛있어 보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진짜 맛있는 볶음밥은 물기를 적게 밥을 해서, 식힌 다음 볶아서 밥알갱이가 서로 뭉치지 않고, 아주 약간 마른 느낌이 나면서 불맛과 기름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기름의 맛이 느껴지기는 해도 기름이 질척거릴 정도로 많이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점… 이 볶음밥의 반짝반짝 빛나는 밥알에는 고슬고슬한 느낌이 없었고 또한 기름이 질퍽거리는 느낌 역시 강했다. 재료는 특별히 나무랄 것이 없었지만, 밥에는 간이 거의 되어 있지 않았고, 간을 맞춰 먹으라고 내온 듯한 짜장은 미지근했다가 곧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나마 밥이 뜨거워서 다행이었는데, 뜨거웠더라도 짜장 자체는 인상적이지 않았다. 짬뽕 국물 역시 텁텁한 느낌에 들어 있는 오징어 다리는 질겼다.

고등반점도 옛날의 음식을 내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수준은 하는 정도라고 생각하므로 100점짜리가 한 때 65점까지 내려갔다가 80에서 85점의 수준을 왔다갔다가 한다고 묘사할 수 있다면, 동해장은 지난 15년 동안 어땠는지는 몰라도 한 때 85점에서 65-70점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느낌이었다(물론 볶음밥 하나 먹고 속단할 수도 있다는 점은 미리 밝혀둔다). 이러한 느낌은 계산하면서 ’15년만에 왔는데 짜장이 아주 식었던데요’ 라는 말을 하고 들렀던 화장실에서 빗물이 새어 들어오고 있는 것을 보고 더욱 강해졌다. 어차피 수원사람이라면 고등반점과 비교 안 할 수가 없는데, 고등반점이 ‘그래도 가끔 갈만은 하다’ 라고 생각되는 집이라면 이 집은 ‘다시는 안 가도 되겠다’ 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이왕 쓰는 김에 하나 더 써서 3종 세트로 맞춰보자. 연희동의 이품은 3월인가, 눈이 많이 내리는 날 갔었다. 홍대앞에서 걸어 갔는데 의외로 멀었다. 기억이 희미해서 간단히 덧붙이자면, 불맛은 그래도 괜찮았으나 오징어가 좀 질기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짜장 역시 기억이 희미한데, 춘장이 천편일률적이므로 크게 감동을 주는 맛은 아니었다. 그리고 군만두는  피가 너무 두꺼웠다. 옆 식탁 손님이 시킨 양장피에는 송이버섯 통조림이 올라 있었다. 그걸 보니 다른 집 양장피에는 무엇이 올라오는지 궁금해졌다. 이상 삼선볶음밥 3종세트를 중심으로 풀어나간, 최근에 들렀던 중국집들 이야기 끝.

 by bluexmas | 2010/04/27 15:06 | Taste | 트랙백 | 덧글(20)

 Commented by Cheese_fry at 2010/04/27 15:26 

어, 저는 예전부터 삼선 짜장, 볶음밥의 삼선.이 무슨 뜻인지 궁금했었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02 00:17

아, 상징적으로 세 가지 해물이 들어가서 그런 모양이에요. 그게 뭔지는 지금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옛날에 단골 중국집에서 아버지가 물어보셨던 기억이 나는데…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10/04/27 16:39 

삼선쓰레빠처럼 세 가지 해물이 들어갔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적도…물론 세 가지만 들어가는 건 아니어서 혼란을 받았지만요

블루마스님 중국요리도 꽤 자주 드시는 것 같아요

하는 일과 관련이 있는건가요 아니면 입맛 흐흐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02 00:18

아뇨 중국음식은 순수한 입맛이에요. 일주일에 한 번은 먹어야 되거든요^^ 펠로우님이 중국음식은 진짜 전문가시죠 전 한 번 밖에 안 먹어요.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10/04/27 17:03 

원래 볶음밥에는 짜장을 같이 안내는게 주방장의 자존심이던 적이 있었죠…

그런데 불맛이 있는 볶음밥이 더 맛나지 않나요??

암튼 그 짜장 없는 볶음 밥을 주창하시던 사장님이 계시는

봉천11동 25년 이상 지존 <향도장>을 언제 같이 방문하심이……

그집은 잡채밥과 콩국수, 그리고 볶음밥이 뛰어났던것 같은 기억이……

(말그대로 기억이.. 안가본지 8년쯤 된듯..)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02 00:18

원래는 안 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불 맛이 나야 볶음밥이죠… 다음에 한 번 그 동네에서 뵙겠습니다. 볶음밥 먹으러 가죠.

 Commented by 밥과술 at 2010/04/27 17:37 

세가지 모두 홍당무를 잘게 썰어서 붉은 모양을 냈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계란과 파만 넣고 볶은 것을 좋아합니다(새우나 기타 재료를 넣더라도). 홍당무를 넣으면 괜히 ‘주부생활 특집, 입맛잃은 아이를 위한 메뉴-볶음밥’ 뭐 이런 레시피같아서…(나쁘다는게 아니라 개인적인 취향이…^^;)

중화권에서 볶음밥을 시킬 때 그집 수준을 잘모르면 일단 지단판(계란볶음밥)을 시켜봅니다. 새우,차씨우, 레터스,완두콩 이런 것 도움없이 계란과 파, 그리고 불다루는 솜씨만 가지고 승부룰 해야하니까 실력이 드러나지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02 00:19

아, 정말 당근은 없어서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실 완두콩을 좋아했어요. 그 당시에는 귀했던 것 같은 기억이거든요. 요즘 아이언 셰프의 중국 요리 부분을 즐겨 보고 있습니다. 중국음식의 역사나 뭐 이런 것에 관련된 책이 있는지 찾아봐야겠네요.

 Commented by 로롤 at 2010/04/27 20:15 

원래 볶음밥을 안먹는데 중국집에서 나오는 볶음밥은 짜장과 비벼먹을 수 있어서 먹는 편이에요. 하지만 볶음밥 자체에 기름기가 많으면….윽-_-;;

사진으로 보면 마지막 짜장면이 때깔이 제일 좋네요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02 00:20

아 마지막 짜장 때갈 좋았어요. 역시 사자표 춘장이 모든 짜장맛을 평준화시킨다는 아쉬움이 있죠…

 Commented at 2010/04/27 22:3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02 00:21

우와 부럽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사천식이 드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도 현역에 계시면 먹으러 가고싶어요… 저는 무려 네덜란드에서 사천요리를 먹을 정도로 중국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Commented by 펠로우 at 2010/04/27 23:54 

송죽장은 과대평가, 동해장은 전성기가 지난 집이고, 이품은 1~2년전만 해도 넉넉하고 재료도 괜찮았는데 자꾸 망가지니 아쉽네요ㅠ.ㅠ

참고로, 영등포 타임스퀘어 이상한 인형모음(?)을 지나 건너편 골목으로 들어가면 [재룡]이란 화교중국집이 있더군요. 송이덮밥 시켜보니 소스가 달고 좀 평범하긴한데, 송죽장에서 조미료 마시는 것 보단 살짝 낫겠더군요. 대강보니 재룡도 그리 특출난 중국집은 아닙니다만..전 타임스퀘어 갈때 이 곳에서 끼니 해결할까 합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02 00:22

네, 뭐 송죽장은 기대하지 않았구요 동해장은 애초에 그렇게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는 집인데 수준이 그것보다 더 많이 낮아졌더라구요. 이품의 경우 짜장은 괜찮았습니다. 다 사자표 탓이지요. 그 집도 가보시고 말씀해주시면 들러보겠습니다. 참, 앞으로 수원에서 정기적으로 갈 일이 생겼는데 다른 중국집들도 좀 뒤져보도록 하겠습니다~

 Commented by momo at 2010/04/28 03:16 

맛있는것만 멋지게 찍고, 맛없었던건 그냥 대충 찍어주세요.. 다 맛있어보임… 짬뽕국물에서 침 넘어갔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02 00:23

다 대강 찍는 건데 카메라님이 워낙 좋으셔서 그래요^^ 영국에서는 뭘 드시나 궁금해요. 영국에 있는 제 후배 부부가 조금 있으면 아이를 낳을텐데… 모모님이랑 겹쳐서 생각이 나네요^^

 Commented by ra at 2010/04/28 11:56 

사진에서는 1번집이 제일 맛있어 보여요.

맛있는것만 멋지게 찍고, 맛 없었던 건 그냥 대충 찍어주세요..2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02 00:23

앞으로는 대충찍도록 하겠습니다. 이노무 카메라가 주인보다 똑똑해서 그래요;;;

 Commented by anniu at 2010/04/28 23:47 

오호 맛있어보이는 사진 때문에 원성이 나오다니. 꼬슬한 볶음밥은 의외로 일식집에서 먹어본 게 유일한 기억 – 큰 흥미 없었는데 와 환장했어요. 근데 ‘짜’장 보니까 반갑네요, 5월호 기사의 ‘삼선간자장’을 계속 되뇌어보며 ‘이건 무술 이름같다…’고 생각했더랬죠 흣 맞춤법은 차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02 00:23

아 거기에 자장으로 나왔나요? -_-;;; 뭐 어쩔 수 없지요. 요즘은 볶음밥 잘 하는 집이 드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