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깍두기 담그는 남자

회사에 다니지 않는 게 다행이다. 그랬다면 월요일에 이런 대화가 오고 갔을지도.

갑: 이번 주말에 날씨 진짜 좋던데, 을씨는 뭐 하셨어요?

을: 그러게요! 날씨 진짜 좋더라구요. 그래서 전 집에서 깍두기 담갔어요.

갑:…(뭐야… 이 남자 이상해…-_-;;;)

겨울 내내 부모님 댁 딤채의 김장김치로 연명했는데, 그 겨울의 느낌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오랜만에 깍두기를 담갔다. 대체 언제 무를 그렇게 많이 사다놓았는지 모르겠지만 큰 걸로 두 뿌리는 되길래 조악한 솜씨나마 부모님께 공양하려고 좀 넉넉하게 담갔다. 다른 아들들은 용돈 드릴텐데 나는 그냥 깍두기나 담가서 드리는 불효자다. 하고 싶은 건 하나도 없었지만 그래도 먹고 살아야 할 것 같아서 미역국도 끓이고 콩나물도 무쳤다. 요즘 너무 게을렀다.

 by bluexmas | 2010/04/25 12:38 | Taste | 트랙백 | 덧글(32)

 Commented by yuja at 2010/04/25 13:12 

깍두기..담궈야 할텐데 말이죠…. 전 무가 좋습니다. 다리를 닮아서 내몸을 먹는 듯 자연스럽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29 01:57

아아 그런 말씀은 저를 슬프게 해요;;; 겸손을 떠시느라 그런 말씀을 하신다고 생각하지만 예쁜다리=가는다리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당고 at 2010/04/25 13:13 

깍두기, 집에서 먹은 지 오래됐어요. 배추김치, 갓김치, 고들빼기, 총감김치는 다 먹어봤는데 왜 깍두기는 안 먹어봤을까요. 집에서 깍두기 담그는 남자, 얼마나 좋아요. 부모님께도 드렸다니 정말 훈훈하네요. 크-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29 01:58

그렇죠. 깍두기는 집에서 담가야지 만약 ‘버스 정류장에서 깍두기 담그는 남자’.’한강변에서 깍두기 담그는 남자’ 뭐 이런 거면 좀 곤란하겠죠?-_-;;;

 Commented by sarah at 2010/04/25 14:34 

깍두기에 국물이 꽤 많은 것 같아요. 일부러 그렇게 만드신 건가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29 01:58

반은 그렇고 반은 아니구요. 제가 쓰는 레시피는 사실 절이지도 않고 담그는 건데, 저는 살짝 절여서 물이 나오면 그걸로 간을 맞춰서 담그는 걸 좋아하거든요. 저건 그냥 그 뒤에 물이 저만큼 나온건데 어째 좀 많이 나왔네요;;;

 Commented by 로롤 at 2010/04/25 14:49 

사진 보니까 막 갑자기 설렁탕이나 국밥 같은게 먹고싶어지네요;ㅅ;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29 01:59

아 그럼 조금 더 큼지막하게 담갔어야 되는데 무를 너무 잘게 썰었네요 T_T

 Commented by 고선생 at 2010/04/25 16:19 

저도 2월 겨울방학중에 깍두기를 담갔었는데 다 먹은지 오래고 부활절 휴일중에 배추김치를 담갔죠. 집밥을 주로 먹고 사니 김치 소비도 눈에 너무 띌 정도네요. 물론 보관용량의 한계때문에 애초에 많은 양을 담글 수도 없지만.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29 01:59

그래도 담가서 드실 수 있으면 훌륭하지요^^ 쉽지는 않은 일인데 고생이 많으셔요^^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10/04/25 16:29 

자, 어서 포장을 하시옷.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29 02:00

맛 없어서 보내드리기 좀 그런데 다음에 잘 담가서 한 통 드릴께요;;;

 Commented by Cheese_fry at 2010/04/25 22:15 

오오.. 깍두기.. 저는 첫도전의 대 실패 이후 공양만 받고 있다능;;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29 02:00

아아 그러셨군요… 그 동네는 어디에서 김치를 조달해 드시는지 궁금하네요

 Commented by mew at 2010/04/25 22:40 

괜찮아요. 전 부모님 돈 뜯었어요 ( -_-)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29 02:00

잘 하셨어요( -_-) 히히

 Commented at 2010/04/25 22:4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29 02:01

네 감사합니다. 제 글이 메인에도 뜨는지는 몰랐네요. 종종 들러주세요~^^

 Commented by momo at 2010/04/25 23:58 

저 아시는 분이 락앤락 다니시는데, 협찬 부탁드릴까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29 02:03

아이고 말씀 감사합니다. 락앤락도 있는데 저 그릇들은 다 부모님이 백만년동안 쓰시던 것들이에요. 저한테 김치 담아주시던 건데 제가 거기에 담아서 돌려드리는거죠 뭐.,

 Commented by 유우롱 at 2010/04/26 00:17 

혼자서 깍두기 담그시는 능력자! 전 귀찮아서 혼자 절대로 시작 안하지 말입니다….랄까 사실 어머니께서 담그자고 하셔도 괜찮다고 안먹어도 된다고 하면서 미루고 있어요 -ㅅ-;;;

수고하셨어요^0^/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29 02:03

저도 어머니를 도와드리고 싶은데 그러다가 어머니의 영역을 침범할 것 같아서 그냥 안 하고 있어요. 제가 담가서 가끔 드리죠 뭐…

 Commented by 볼빨간 at 2010/04/26 00:36 

깍두기의 컬러가 뭔가 다르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29 02:04

아, 저희집 고추가루는 빨갛게 색 날때까지 넣으면 매워서 못 먹어요. 저건 좀 허연 편이에요.

 Commented by 나녹 at 2010/04/26 03:35 

아주 바람직하네요. 저도 한 번 도전해봐야할 종목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29 02:04

언제라도 레시피 양도하겠습니다. 김치 담그는 남자들끼리 한 번 뭉쳐야죠…

 Commented at 2010/04/26 14:2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29 02:04

귀찮은데 그래도 우리의 맛을 잃을 수는 없어서 담급니다T_T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10/04/26 17:03 

빵 사드시라고 용돈을 드리지 못해서 만들어 드리고 이런 몸에 안 좋은 단 것 만들지 말라고 욕 먹고 있는 불효녀입니다ㅇ<-<

용기가 불투명해서 그런건지 몰라도 나박김치처럼 국물이 깔끔해 보여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29 02:05

으아 저희 부모님은 구린거도 만들어가면 그냥 좋다고 하셔서 좋아요T_T 이번 깍두기는 국물이 너무 많이 나왔네요;;;

 Commented by yunz at 2010/04/27 23:43 

오늘 양파베이글과 식빵(그 식빵만 구워파는 아저씨있잖아요- 거기꺼요히히)으로 점심과 저녁을 마무리했더니, 갓 담근 깍두기@,,@!! 뚜껑 탁 열고 하나만 쏙 빼먹고 싶네요 큭 손가락 쪽쪽 빨면서 뚜껑닫고….헤헤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29 02:05

그 식빵만 구워파는 아저씨 참 장인정신이 넘치시죠 흐흐흐. 한 주먹씩 드셔도 괜찮을 만큼 많이 담갔으니까 괜찮아요 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