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2일차(2)-복국, 사마귀 새우, 갑오징어
침대가 있는 윗방으로 옮겼더니, 예상했던 것처럼 인터넷이 되지 않는다. 2층에서 3층으로 올라오는 계단참이 꺾이는 곳에서 신호가 사라진다. 바라던 대로 되었지만, 그렇다고 또 즐거운 것도 아니다.
점심에는, 저녁때 들르지 못했던 여객선 터미널의 분소식당에서 복국을 먹었다. 머리와 내장을 한꺼번에 떼어낸 자잘한 복이 섭섭하지 않을 정도로 들어 있었다. 국물은 심심하게 시원했는데, 미나리는 좋았지만 콩나물은 너무 억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리고 부드러운 콩나물은 더 낫지 않았을까… 복은 뼈째 먹어도 좋을 정도인데 콩나물이 오히려 복보다 더 억센 느낌. 9천원이면 참 싸다고는 할 수 없다.
시장은 크지 않았고, 뭘 사야 할지 몰라서 그냥 넋놓고 돌아다니다가, 내가 번역한 책에 나오는 사마귀 새우(우리나라/일본 근해와 베네치아 가까이 아드리아 해에서만 잡힌다고 나의 원저자님께서 말씀하시던. 사실 새우도 가재도 아니다. 그저 갑각류의 일종일 뿐)를 보고 좀 무섭게 생기긴 했지만 용기를 내어 사고, 그 옆 가게에서 갑오징어를 한 마리 회쳐달라고 했다.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마지막 남은 떨이로 딸기를 싸게 샀다 ‘다라이’ 까지 두 개나 주는데 겨우 6천원. 와서 먹어보니 맛이나 향은 좋은데 식감이 좀 푸석했다.
삶아 먹으려고 산 깍지콩. 살짝 삶았는데도 너무 물렀다. 그 밖에 소주, 맥주와 부산우유, 기주떡 한 덩어리를 사들고 왔다. 그 유명하다는 아무개 꿀빵 가게가 여기에서 멀지 않은데, 또 수요일은 쉬는 날이라고 해서 애써 찾았는데 헛걸음질만 쳤다. 오징어로 소주를 마시고 한봉다리나 사온 소금을 깔아서 프라이팬에 사마귀 새우를 구우려고 하는데, 너무 무섭게 생겨서 내가 잡아먹힐 것 같아서 좀 걱정이다. 거제도 쪽으로 가보려 했는데 소금을 산 가게 주인 아주머니가 신경통이 도지 는 걸 보니 비가 올 것 같다고, 해서 하늘을 보니 진짜 그래서 일단 돌아왔다. 어제 제대로 못잔 잠을 벌충하려 책을 읽다가 낮잠을 자는 사이에 정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소주를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통영, 여행, 복국, 사마귀새우, 갑오징어 # by bluexmas | 2010/04/14 18:38 | Taste | 트랙백 | 덧글(24) Commented by JuNe at 2010/04/14 18:57 그러고보니 딸기가 끝물이었네요. 딸기잼했어야하는데 올해도 이렇게 까먹고 넘어가버립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15 15:04 아 벌써 끝물인가요… 아직 조금 남아 있을 법도 한데요^^ Commented by 제이 at 2010/04/14 19:33 사마귀새우는 아마 ‘쏙’이 아닐까합니다. ^^ 살이 꽤 찰치고 고소해서 까기 어려워서 그렇지 맛은 좋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15 15:04 아, 그걸 쏙이라고 부르는군요. 정말 맛이 기가 막히더라구요. 먹을 게 별로 없지만 살이 엄청 달더라구요. 알이 꽉 찬 것들이 꽤 많았어요. Commented by 제이 at 2010/04/15 19:03 여수에서 첨 맛보았는데 가끔 생각났거든요. ^^ 곁들이 반찬으로 삶아서 나왔길래 알은 좀 무서웠지만….-_-;; 맛이 좋았어요. Commented by 유 리 at 2010/04/14 19:40 우와 사마귀 새우;;; 확실히 좀 무섭게 생기긴 했네요;;; 새우 같지도 않은 것이, 오히려 가재랑 비슷하게 생기긴 했는데 가재 같지도 않고…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15 15:05 좀 무섭게 생기기는 했는데, 일단 맛을 보기 시작하니 무서움 따위는 싹 가시던데요^^ Commented by 나녹 at 2010/04/14 20:26 저거 다리가 너무 많이 달렸어요. 먹을 수가 없겠어요 저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15 15:05 으아 좀 다리가 너무 많이 달리기는 했어요, 그것도 가는 다리도 아니고 지느러미 같잖아요-_-;;; Commented by 펠로우 at 2010/04/14 23:39 검색해보니 제이님 말씀대로 ‘쏙’이군요. 까먹기 어렵고 살이 많지않아, 된장찌개나 해물탕에 주로 넣으면 국물맛이 좋다하네요. 보면 서울에 올라오지않는 산지 농수산물이 생각보다 많더군요. 개중엔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도 있겠지만, 키조개, 아구, 톳 등 꽤 좋은 산지재료가 외국으로 먼저 수출되는 경우가 많죠. 한국 해안도 이제 20세기 초중반에 비해서 조기,갈치,홍어 등이 확 줄어들고 다른 수산물이 늘어났는데, 그 흐름에 맞춘 음식을 많이 보았으면 좋겠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15 15:07 그러게요. 저도 가게 아주머니하고 이야기를 잠깐 나누었는데 된장찌개에 넣어서 먹는다고 하더군요. 살이 많지는 않은데 정말 달았습니다. 정말 말씀하신 것처럼 다양한 식재료가 소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사실 전국이 일일 생활권이라 해산물의 산도 유지는 문제가 안 되니까요. Commented at 2010/04/15 01:5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15 15:07 네, 알겠습니다~ Commented by 프 at 2010/04/15 17:36 통영에 가셨군요! 통영이면 역시 다찌집인데 혼자면 못 가죠. 뻘쭘한 게 문제가 아니라 기본을 먹을 수 없으니 ㅠ_ㅠ 둘도 좀 그렇고, 기회가 되면 넷 정도 꾸려서 다녀오세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17 22:41 네, 제가 웬만한데 혼자 가는 건 전혀 거리끼지 않는데 다찌집은 혼자 못 가겠더라구요. 기회 닿으면 블로그 번개라도 쳐서 가야 될 것 같아요^^ Commented at 2010/04/15 17:4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17 22:42 그럼 원래 그 동네가 고향이신가봐요. 저도 해산물이랑 그렇게 친하지는 않아요. 저야 뭐 며칠 머물다 왔으니 보수적인 분위기는 잘 모르겠더라구요. Commented by 점장님 at 2010/04/19 09:27 아 제 고향은 아니고요, 부모님 고향이에요. 그리고 통영 사시는 친척분들은 김밥 드실 때 모두 ‘한일김밥’만 고집하세요. ㅎㅎ 맛 자체는 다른 ‘뚱보’ 라든가 ‘할매’ 라든가 뭐 그런 이름의 김밥집들과 그닥 다르진 않다고 생각하지만. Commented by 파고듦 at 2010/04/16 08:31 딸기가 벌써 끝물인가요 ? 슬프다 . 딸기 . 응 진짜 슬프네. 먹어보지도 못하고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17 22:42 아직 많이 있던데요. 꼭 드셔보세요. Commented by ra at 2010/04/16 09:34 콩 되게 싫어하는데 저건 먹어요. 깍지콩이라고 하는구나.. 끓는물에 넣었다가 빼서 소금 좀 뿌려서 쏙쏙 빼먹으면 아 정말 여름이구나- 했는데. 친구가 통영에 있는데, 거긴 정말 남쪽나라 라고 하더라고요. 2년간 있더니 지겨워 죽겠다- 그러긴 했지만.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17 22:42 아 그냥 깍지에 있어서 깍지콩이라고 생각하는데, 원래는 완두콩 아닌가요? 기회 닿으면 저도 좀 살아보고 싶더라구요. Commented by 초이 at 2010/04/17 17:45 아주머니 신경통 다리 정말 ‘짱!!’ 입니다. 왠만한 일기예보보다 정확하네요. 역시 시골은 장터에 나가야 모든 정보를…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4/17 22:43 그렇죠, 아무래도 장터에 나가야지 일기 예보까지 알게 되는 뭐 그런 것인가봐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