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나쁜 감정들이 새어 나왔다. 감은 눈, 다문 입, 막은 귀 사이로… 곧 바닥에 썩은 비지와도 같이 몽글몽글한 덩어리가 쌓였고, 나는 시큼한 냄새를 풍기는 그 덩어리를 집어 내가 나라고 믿는 나를 빚었다. 빚어놓고 나니 그는 남들이 나라고 믿는 나와 달랐다. 그 사실에 너무 어이없어 그는 나를 보고, 나는 그를 보고 킥킥대며 웃다가 결국 서로 얼싸안고 엉엉 울었다. 그가 먼저 지쳐 바닥에 쓰려져 잠들었다. 나는 정말 비지처럼 가벼운 그를 일으켜 침대에 누이고 그 옆에서 잠들었다. 아침, 눈을 떠 보니 그는 자리에 없었다. 몸이 다시 무거워진 느낌은 들지 않았다. 몸무게를 재어보았지만 어제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어디로 간걸까.

…혹시 그가 내가 된 건 아닐까. 아니면 내가, 그가?

 by bluexmas | 2010/04/03 00: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