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일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설거지거리를 애써 무시한 채, 이틀 내내 그냥 자다 깨다를 되풀이했다. 배가 고프면 그냥 눈에 띄는 아무 거나 입에 쑤셔 넣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남은 걸 좀 싸가지고 올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이걸 준비한 건 뭐 그렇다 치더라도 지난 몇 달 동안 이 책을 준비하면서 쌓였던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평소에도 운전을 잘 안 하고, 서울에는 더더욱 가 본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오며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반포 인터체인지를 거쳐 경부고속도로에 접어들자 비로소 좀 안심이 되었다. 누군가 연료경고등이 들어오고도 서울에서 인천까지는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만큼조차도 안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짜파게티까지 사들고 집에 들어오니 시간은 새벽 네 시에 가까웠다. 그 뒤로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비가 왔던 것도 같다. 그냥 시간이 꽤 많이 흐른 듯한 기분이다. 설거지거리가 잔뜩 쌓여서 그런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조금 막막한 기분인데 뭐 그것도 오늘 밤이 지나고 나면 좀 나아지겠지.
바쁜 시간 내서 찾아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특히 피곤하셨을텐데 맛있는 빵을 들고 찾아와주신 뺑드빱빠 사장님과, 장소 뿐 아니라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도 더 많은 디저트를 준비해주신 저스트어모먼트 주방장님께 특히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시간이었고 머지 않은 미래에 이러한 자리를 또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생각보다 준비했던 술이 많이 남아 좀 불만이었는데, 다음에는 그런 “불상사”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by bluexmas | 2010/03/15 21:54 | Life | 트랙백 | 덧글(38)
즐거운 자리를 만끽하신거 같아서 제 기분이 다 좋네요. 헤헤//
저 오늘 신세계 체험하고 왔어요 잠도 안올득.. ㅎㅎ…..
다음번에는 쓰러질때까지 마시겠습니다!!
모자란 것보다 남는 게 더 슬프더라고요 늘;;;
흐흐흐ㅡ으읗흐흐흑ㅁ흐크흐흐흑 아쉽스빈당 으흐흑
이번에 한국 들어가면 이 두권 다 쟁여올거라능!
비공개 덧글입니다.
저 그날 퇴근을 11시 넘어서…ㅠㅠ;;
비공개 덧글입니다.
이왕이면 저는 설거지 요정보다는 난쟁이를 선호합니다. 채찍질하기가 좋아서요…
귀가 문제만 아니면 불상사가 없도록 힘냈을텐데 아쉽네요-_;; 혹시 다음에 하시게되면 회비를 약간 올리시더라도 아예 밤새 쓸수 있는 공간을 빌려서 하시는것도 좋을것 같아요. 부엌도 쓸수있는 곳이 몇군데 있더라구요ㅎㅎ 나중에 혹시 필요하시면 어딘지 알려드릴께요~
저는 냉장고때매 살짝 심난했는데-_;;; 그날 사온 컵케익과 블루마스님이 만드신 시골빵 먹고 기분이 좋아졌어요(왕단순) 빵이랑 음식 다 너무 맛있었고 정말 준비 많이 하신게 눈에 보여서 너무 황홀했답니다. 오레오처럼 바닐라빈이 박혀있던 아이스크림은 잊지 못할거예요;;;;;;;
암튼 정말 잘 먹었었구요 수고많이 하셨어요 >ㅁ<
제가 다 먹어드릴 수 있었는데 ㅠㅠ…?
역시 사람은 한양에 머물러야 하는군요.
이상 최남단에 사는 짐승의 한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