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4)-뉴욕타임즈 이탈리안 미트볼 스파게티

가끔 미트볼이 먹고 싶어진다. 그러나 믿을만한 조리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미트볼이 맛 없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식감이다. 딱딱한 미트볼은 맛이 없다. 햄버거나 난자완스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간 고기를 뭉쳐 만드는 음식이 딱딱한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왜 번거롭게 고기를 갈아서 뭉치나? 그건 덩어리진 고기의 딱딱한 식감과는 다른 식감을 가진 음식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물론 양념이 잘 배어든다거나 하는 다른 측면도 무시할 수는 없고). 그래서 내가 참조하는 이런 음식들의 조리법에서는 그게 뭐든지 절대 오래 치대거나 꽉꽉 뭉치지 말라고 하는데, 돌아다니면서 조리법을 보면 ‘실이 나오도록’ 치대라고들 한다. 나는 그 실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는데, 혹시라도 고기가 잘 뭉쳐지도록 하기 위해서라면(그리고 자기 고기를 직접 가는 경우라면) 고기를 두 번 갈아 ‘마이오신(myosin)’이라는 단백질을 활성화하면 된다고 한다(출처의 홈페이지에서 그 글이 비공개로 바뀌어 있는지 찾을 수 없어 나중에 햄버거를 만들면서 다시 언급하겠다).  아니면 다른 자료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 재료를 뭉치면 된다. 그리고 이렇게 간 고기로 만든 음식을 조리하면 불에 쉽게 물기를 잃을 수도 있는데, 그럴 경우에는 ‘파나드(panade)’라는, 스페인에서 비롯한 우유와 빵가루를 섞어 걸쭐하게 만든 것을 섞어 재료가 뭉치면서도 조리할 때 물기를 잃는 것을 막아줄 수도 있다. 여기에 대한 내용은 또 다른 토마토 소스에 관한 글을 올릴때 함께 소개할 생각이다.

사설이 길었는데, 검색으로 찾은 뉴욕 타임즈의 미트볼은 재료도 간단하고 만들기도 쉽다. 쇠고기만을 써서 만들라고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맛의 바탕은 돼지고기가 좋을 것 같아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반반씩 섞고, 빵가루도 냉동실에 있던 김영모 제과점의 제주통밀식빵을 직접 갈아서 썼다. 고기가 뻑뻑한 것 같아서 계란을 세 개 넣었는데, 어째 이건 좀 판단 착오였다는 생각이다. 반죽을 손으로 만져보고서 판단을 했어야 되는데 그냥 주걱으로만 섞다가 너무 뻑뻑한 것 같아서…덕분에 반죽이 좀 질었다.

재료

쇠고기 900그램

빵가루 1컵

파르메잔 치즈 갈아서 1/2컵

생바질 다진 것 1큰술

생파슬리 다진 것 1큰술

소금 1작은술

후추 1/2작은술

카이엔페퍼 1/8작은술

계란 2개

올리브기름 3큰술

만드는 법

1. 올리브기름만 빼고 모든 재료를 다 섞는다. 아이스크림 스쿱으로 떠서 둥글게 빚어준다. 힘을 많이 줘 누르지 않는다. 직경 5센티미터 정도로 만든다(익히면 줄어든다).

2. 큰 냄비에 올리브기름을 담고 중불에 올려 기름이 달궈지면 미트볼의 각 면을 골고루 달궈준다(다른 음식도 같이 만들다가 좀 탔다;;;).

3. 모든 미트볼을 다 익히면 토마토소스를 부어 20분 정도 조려준다.

4. 그러는 와중에 면을 삶는다.

5. 삶은 면을 섞어 버무린다.

6. 파르메잔 치즈를 더 갈아서 얹는다.

아직 넉넉하게 미트볼이 남아있고, 요즘 나오는 감자가 어린 감자라서 ‘북구라파’ 풍의 미트볼과 으깬감자를 한 번 만들어봐야 할 것 같다. 다음에는 딴짓하다가 겉을 태우지 말아야지-_-;;;

 by bluexmas | 2010/02/22 08:58 | Taste | 트랙백 | 핑백(1) | 덧글(26)

 Linked at 정직하고도 정당한 탐욕 : 노.. at 2012/10/14 11:17

… 두르셔야 할 타이밍이다. 이거 정말 맛있어서 쓰고, 맛있어서 맛있게 먹는 건가요?살짝 빡빡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련하게 만든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미트볼을 만들고 있는 과정을 전부 봐서 그런지. 만든 사람이 빡빡한 포인트를 정확히 말해주는 걸로 보아서, 제대로 알고 만들었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 다음엔 … more

 Commented by 고선생 at 2010/02/22 09:08 

제대로 만드셨군요.. 제대로 만든 미트볼은 정말 정성가득 명품음식이죠. 한국의 떡갈비도 그렇고..

전 너무 딱딱한건 별로더라도 적당히 씹는 맛이 있는것도 나쁘진 않아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22 09:13

딱딱하게 뭉친 건 아니더라도 정말 적당히 씹는 맛이 있는 건 좋을 것 같은데요. 그런 경우는 고기를 굵게, 갈지 않고 칼로 잘근잘근 다져도 괜찮을 것 같네요.

 Commented by Gony at 2010/02/22 09:10 

츄르릅 맛 나겠네요. ㅎㅎ. 어릴때 스파게티 하면 피자헛의 미트볼 스파게티 밖에 몰랐었죠. ㅋ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22 09:13

크 저는 오뚜기 3분 미트볼인데 고니님하고는 세대가 다르군요.

 Commented by Gony at 2010/02/22 09:17

오뚜기 3분 미트볼은 아람단 야영갔을 때 필수 ㅋㅋ.

 Commented by 고선생 at 2010/02/22 09:11 

참.. 저도 방학중에 언제 시간내서 다진고기를 이용한 햄버거패티같은거라도 만들고 싶은데요, 고기 외에 꼭 많이 재료들(빵가루, 계란 등)을 넣어야 되나요? 찾아보면 다 뭔가 많이 넣더라구요. 만두소 만들듯이.. 근데 햄버거집의 패티는 다 쇠고기 100% 이렇게 되어있잖아요? 햄버거집의 패티스러운 맛을 내보고 싶은데.. 참고주실게 있는지..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22 09:18

아, 저는 햄버거로 따지면 purist라서 빵가루나 계란은 *절대*넣지 않습니다. 그건 제가 알기로 일본에서 들어온 것 같아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햄버거를 만드는 데에는 무엇보다 고기의 부위가 많이 좌우합니다. 여러가지 부위를 쓰는데 고기와 지방의 비율이 20%는 되어야 한다고 해요. 그래도 다른 재료가 없이도 잘 뭉치구요. 저는 아예 갈비를 갈아서 쓰는데, 가끔 기름기가 너무 많아서 양지머리 같은 부분을 더해야 되나 생각은 합니다. 미국의 경우 양지머리만으로 만든다는 사람도 있던데 그건 기름기가 너무 적더라구요 만들어보니까. 미국 기준으로는 chuck이 기준인데, 독일은 어떤지 모르겠어요.

제가 예전에 햄버거 만들어 먹으면서 올린 글들이 몇 개 있으니까 그걸 보셔도 되구요. 제가 선생삼고 있는 음식평론가의 블로그에 햄버거에 대한 글이 올라온적 있으니 그걸 한 번 참고해보세요. 구글에서 hamburger, ruhlman이라고 검색하셔서, cashed된 페이지를 클릭해서 보세요. 블로그 리뉴얼을 하고 아직 검색이 안 되도록 해 놓아서 옛날 것을 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Commented by 고선생 at 2010/02/22 09:23 

음 제가 생각한 바가 맞는 것 같군요. 일본의 ‘함박스테이크’ 방식이겠죠, 보통 가정스타일이요. 집에서 햄버거패티를 만든다고 해도 다들 뭔가를 많이 섞어서 만들던데.. 엄밀히 햄버거고기맛은 안 나는거잖아요. 함박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과연 맞는걸까 해서 여쭸는데, 역시 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네요. 대신 고기부위가 관건인거군요. 전 집에서 고기를 갈 형편은 안 되니 정육점에서 갈 수 있으면 갈아달라 그러던가 해야겠네요. 전통 떡갈비 만들듯이 처음부터 칼 하나 가지고 자근자근 다질 수도 없고 말예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22 09:26

네, 게다가 독일에 계시니 에일이랑 같이 드시려면 선 굵은 고기맛이 살아있어야지요. 좋아하시는 에일 아주 차게 두시구요(뭐 상면발효, 하면발효 읊어가면서 에일은 상온에 가깝게…라고 말하는 사람도있는데 그건 알 바 아니구요). 햄버거 구우셔서 같이 드시면 됩니다. 카이저롤이 독일에서 나온 것인지잘 모르겠는데 그런 빵들도 잘 어울립니다. 무엇보다 빵은 부드럽고 고기는 겉이 바삭바삭해서 대조되는 느낌이 진짜 버거라고 할 수 있죠.

 Commented by 고선생 at 2010/02/22 09:32 

카이저브룃쳰을 미국에서 카이저롤이라 하는 모양이군요. 독일빵 맞습니다. 5방향 결무늬가 새겨진 원형 빵 말씀이죠? 독일서도 생고기 스테이크나 소세지 따위를 그런 빵에 넣어서 먹긴 하지만 전 역시 햄버거 하면 미국이 종주국이라 생각해요. 만드는 김에 그쪽 방식을 따라야죠 ㅎ 참, 전 독일에 있음에도 맥주는 그리 잘 안 마셔서.. 술을 잘 안 좋아해서 그런걸까요. 햄버거는 역시 콜라가 그냥 좋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22 09:33

네 그 빵이에요. 미국에서요 요즘은 그런 빵은 물론 브리오슈나 포카치아, 치아바타에도 햄버거를 끼워 먹으니까 뭐 별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은데요?^^

 Commented by Cheese_fry at 2010/02/22 12:29 

우왕~ 버거~! 츄르릅. 미트볼~! 츄르릅.. 제가 만드는 미트볼 레서피에는 소고기 반 돼지고기 반에 시즈닝 하고 이탤리안 드레싱을 반컵 붓는데요. 역시 기름이 들어가서 그런가 보들보들 하고 맛있어요. (칼로리는 모릅니다;;)

버거는 미국이 종주국이라 그런지 왠만한 데 가도 일정 수준 이상은 하는 것 같아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23 00:42

아 그 이탈리안 드레싱 쓰는 레시피 알아요! 혹시 크래프트 사에서 나오는 책의 레시피 아닌가 몰라요…

저희 동네 공원 앞에 파이브 가이스 버거 있었는데 그것도 정말 끝내줬어요. 갑자기 너무 먹고 싶어지네요T_T

 Commented by Cheese_fry at 2010/02/23 08:39

아 저희집 앞에도 있어요;; (염장입니까 ^^;) 아 크래프트 레서피일지도 모르겠군요 ^^; 전 타의에 의해 구독하고 있는 엄마손맛 잡지 (Taste of Home)에서 본 거거든요. 이탤리안 미트볼 우리집안의 레서피 어쩌구~하면서 나오는거요. ㅎㅎ

참 본 누벨이라고 압구정에 있는 양과자점인데요. 제가 거기 밀푀유를 무척 좋아하거든요.

bluexmas 님께도 소개드리고 싶어요. 압구정이 본점인데, 무슨무슨 제과대회 수상 경력이 있으신 셰프님이 경영하시는데요. 가면 막 카카오의 꿈.이란 이름의 초컬릿 스컬프쳐도 있고 그래요.

홍차무스도 맛있어요. 약도는 아래 있습니다.

http://bonnuvel.com/sub01_04.html

 Commented by 밥과술 at 2010/02/22 13:10 

영화 ‘대부’에서 마피아들끼리 매트리스(전투)에 들어갔을때, 클레멘자가 마이클(알파치노)한테 미트볼 스파게티 만드는 법을 가르쳐줍니다. 제법 소상하게 나오는데, 원래는 코폴라집안의 레시피라고 합니다. 여러사람 먹여야 할 때 한번 만들어 만들어 보세요. 간단하면서도 맛있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23 00:43

아 그렇군요. 레시피를 한 번 찾아서 만들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10/02/22 18:49 

배가 고파효….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23 00:43

일해도 끼니는 꼭 챙겨서 드세요 건강에 해롭습니다;;;

 Commented by 현재진행형 at 2010/02/23 00:41 

미트볼이라는게 의외로 하기 힘들더라구요. ^^

오늘 저는 장보러 갔다가 토마토 소스 한 병에 4000원을 받아쳐먹는 걸 보고 (정말 쳐먹었다라고 밖에 표현이;;;;) 기함을 하고 돌아왔네요. –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23 00:44

잘 만들기는 좀 힘들더라구요… 폭신폭신하면서도 씹는 맛이 좀 있게요.

요즘 토마토는 신맛이 너무 강해서 날씨가 좀 따뜻해지면 나오는 토마토로 소스를 또 만들어서 냉동시켜놓을까 해요.

 Commented by 달에 at 2010/02/23 13:51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에서 떨어지는 거대 미트볼이 바로 저것이군요:D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25 02:03

아 그 만화영화 저도 보고 싶기는 한데 재미있나요? 어째 영화볼 짬이 잘 안 나네요T_T

 Commented by 달에 at 2010/02/25 13:46

꼭 극장으로 가셔야하는 영화는 아닌데요, 그냥 유쾌하게,

일요일 오후에 짜파게티 3개쯤 끓여먹고 낮잠 청하기 전에 볼만한 영화예요:D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25 13:49

세 개 먹으면 5분 내로 잘 것 같은데요 🙂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02/23 20:30 

오호…이 레시피는 인쇄해서 조만간 도전해 보겠습니다.

당커 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25 02:04

네! 빵가루 직접 갈아서 쓰시면 정말 느낌이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