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나라

여기에서부터는 행복의 나라야, 라고 생각하는 수준에서 딱 술을 끊었다. 누군가의 집이든 사우나든, 길거리든 밖에서 잠을 자면 나의 인격은 분열된다. 내 집에 아무도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나는 집에서 잠을 자야 한다. 한번 인격이 분열되면 걷잡을 수가 없다. 그래도 오늘 밤은 행복의 나라로 가고 싶었다. 법이 허락하는 울타리 안에서. 그러나 인격이 분열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싫다.

막차의 자리는 정말 딱 내 앞에서 끊겼다. 내 바로 앞자리의 사람까지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내 뒤에 서있던 여자도 내 바로 앞자리에 있던 사람이 뭔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자리를 내줄때 그 자리를 나꿔챘다. 그리고 그 바로 뒤에 있던 여자도 맨 뒷자리 앞의 턱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나 나는 그냥 서 있었다. 그냥 그래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머지 자리에 앉지 못한 사람들은 다 꾸벅꾸벅 졸았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만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는 아 나 이제 퇴근해-라는 문자를 보냈다. 짜파게티를 끓여 먹고 싶지만 참아야겠다. 금요일에도 열 두시에 퇴근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뭐라고 짜파게티 따위를 끓여먹으려 든단 말인가. 내가 미워진다. 너는 그것마저도 참지 못해서-

UPDATE:  그러나 짜파게티 따위는 끓여먹지 않고 그냥 잤다. 그러므로 나의 승리.

 by bluexmas | 2010/02/20 01:46 | Life | 트랙백 | 덧글(22)

 Commented by absentia at 2010/02/20 01:56 

금요일은 참으세요.(웃음)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23 00:20

말씀해주신 덕분에 참았습니다(웃음)~ 쉽지는 않았지만 스스로에게 뿌듯했어요~

 Commented by 고선생 at 2010/02/20 02:47 

짜파게티는 일요일에 짜파게티 요리사가 되신다음에 드셔도 늦지 않을겁니다!!

..죄송합니다;

 Commented by Cheese_fry at 2010/02/20 11:29

일요일엔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 크크크; 고선생님도 저랑 비슷한 연배신가봐요.. 쓰다보니 갑자기 껌바;; 선전도 생각납니다. 뭘봐? 껌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23 00:21

아닙니다. 저도 그런 농담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23 00:21

우와 뭘봐? 껌바~는 정말 엄청 오래된…저랑 비슷한 연배이신듯. 그 껌 오래 씹으면 턱 빠진다죠^^

 Commented by 밥과술 at 2010/02/20 13:55 

짜파게티 맛있잖아요….먹고 싶을 때 끓여먹는게 잘못인가요?…전 라면이던 햇반이던 시간에 상관없이…(쓰다보니 챙피해서 이하생략)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23 00:21

아, 저는 그게 좀 안 되는 저주받은 인간이라서요 흐흐흐흑;;;;

 Commented by basic at 2010/02/20 16:02 

짜파게티와의 전쟁이 있었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23 00:23

네 좀 치열했는데 그냥 맥주 한 캔 마시고 잤습니다. 저의 승리였어요. 밖에서 너무 많이 먹고 와서요T_T

 Commented at 2010/02/20 22:4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23 00:24

오지랖은요, 말씀 감사합니다.

저는 늘 뭐 이렇게 살아서 지금은 그렇게 텐션이 강한 상황도 아니에요. 다만 오래 살지 못할까 늘 걱정은 합니다….

 Commented by 현재진행형 at 2010/02/21 00:26 

안 드셨으므로, 진정한 승자가 되셨습니다!

짜파게티는 일요일에.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23 00:24

아 일요일에도 대신 파스타를 해 먹었습니다. 어머니 생신상을 차려 드렸거든요-_-;;;

 Commented by momo at 2010/02/21 07:14 

지금은 토요일 밤인데,,, 좀 있으면 일요일.. 전 끓여먹어도 되는건가요???ㅋㅋ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23 00:24

모모님은 짜파게티뿐 아니라 멋진 패스트리 요리사시니까 언제나 맛있는 것 많이 드세요^^

 Commented by 하니픽 at 2010/02/21 09:13 

짜파게티를 먹지 않으셨다니!!! 엄청난 인내심이셔요~ 한번 땡기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짜파게티;;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23 00:25

아 지금 이 답글 달면서도 짜장면 생각이 계속 나는데 어쩌면 좋지요?-_-;;;;

 Commented at 2010/02/21 22:2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23 00:26

아니에요. 너무 즐겁게 먹고 마셔서 서서 가는 것 정도는 개의치 않았습니다. 더 못 마셔서 아쉬울 뿐이죠. 다음에는 밤새 한 번 달려볼까요?흐흐… 다음 번에는 한 수 가르쳐주세요. 통근버스는 양재역에서 내리시구요.

 Commented by 달에 at 2010/02/23 13:46 

짜파게티는 일요일이니까요.(응?)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25 02:04

아 그렇죠 짜파게티는 일요일에 먹어야 제맛이죠. 한 세 개 끓여 먹고 낮잠을 자면 되지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