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나라
여기에서부터는 행복의 나라야, 라고 생각하는 수준에서 딱 술을 끊었다. 누군가의 집이든 사우나든, 길거리든 밖에서 잠을 자면 나의 인격은 분열된다. 내 집에 아무도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나는 집에서 잠을 자야 한다. 한번 인격이 분열되면 걷잡을 수가 없다. 그래도 오늘 밤은 행복의 나라로 가고 싶었다. 법이 허락하는 울타리 안에서. 그러나 인격이 분열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싫다.
막차의 자리는 정말 딱 내 앞에서 끊겼다. 내 바로 앞자리의 사람까지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내 뒤에 서있던 여자도 내 바로 앞자리에 있던 사람이 뭔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자리를 내줄때 그 자리를 나꿔챘다. 그리고 그 바로 뒤에 있던 여자도 맨 뒷자리 앞의 턱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나 나는 그냥 서 있었다. 그냥 그래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머지 자리에 앉지 못한 사람들은 다 꾸벅꾸벅 졸았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만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는 아 나 이제 퇴근해-라는 문자를 보냈다. 짜파게티를 끓여 먹고 싶지만 참아야겠다. 금요일에도 열 두시에 퇴근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뭐라고 짜파게티 따위를 끓여먹으려 든단 말인가. 내가 미워진다. 너는 그것마저도 참지 못해서-
UPDATE: 그러나 짜파게티 따위는 끓여먹지 않고 그냥 잤다. 그러므로 나의 승리.
# by bluexmas | 2010/02/20 01:46 | Life | 트랙백 | 덧글(22)
..죄송합니다;
비공개 덧글입니다.
저는 늘 뭐 이렇게 살아서 지금은 그렇게 텐션이 강한 상황도 아니에요. 다만 오래 살지 못할까 늘 걱정은 합니다….
짜파게티는 일요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