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3)-고구마와 단호박을 채운 통밀 라비올리

오랜만에 라비올리를 만들었다. 라비올리를 만드는 것 자체도 귀찮기는 하지만, 그보다 비싸고 백화점에나 가야 찾을 수 있는 리코타 치즈를 직접 만드는 게 더 귀찮다…고 생각했으나 몇 번 만들어보니 또 그렇게 귀찮지도 않았다. 그저 조금 더 신경을 쓰면 될 뿐.

이번에는 고구마와 단호박으로 속을 채운 라비올리를 만들었다. 그냥 리코타와 파르메잔을 비롯한 치즈 몇 종류로 속을 채운 라비올리는 몇 번 만들어봤으니 다른 걸 만들어보고 싶기도 했고, 또한 고구마와 단호박이 제철이니 한 번 정도는 만들어보고 싶었다. 책을 찾아보았는데 단호박을 채우는 조리법은 프로슈토와 세이지도 함께 더하는 것이었고 둘 다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무시하고 대강 만들었다. 오븐에 구워서 으깬 단호박과 고구마에, 리코타와 파르메잔, 소금과 후추 정도로 간단한 속을 만들었다.

또한 면 역시 거의 100% 통밀을 써서 만들어 보았는데, 욕심이 지나쳐서 그랬는지 얇게 펴기도 힘들뿐더라 삶아도 뻣뻣함이 사라지지 않아서 고구마나 단호박의 식감을 누른다는 느낌이 너무 강했다. 좀 뻣뻣한 부꾸미라고나 할까? 그래서 다음에는 통밀의 비율이 50%를 넘기지 않도록 해야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속까지 채운 라비올리의 경우 소스는 간단할 수록 좋다. 로즈마리와 버터소스를 만들다가 크림을 한 숟가락 넣었다. 아무래도 라비올리가 뻣뻣해서 상쇄시켜줄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레몬 제스트를 살짝 뿌려 마무리했다.

단호박과 고구마가 굉장히 달아서, 끼니보다는 간식을 먹는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다. 아무래도 다음에는 뭔가 짠맛을 내는 재료를 더하거나, 아니면 고기와 곁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역시 라비올리는 만들기 어렵다. 요즘에는 라비올리에 속을 채우고 계란이나 메추리알 노른자만을 넣어서, 익히면 노른자가 흘러나올 정도로 익는게 유행이던데 다음 번에는 그걸 한 번 만들어봐야겠다.

 by bluexmas | 2010/02/15 09:01 | Taste | 트랙백 | 덧글(38)

 Commented by 아이 at 2010/02/15 09:04 

단호박에 고구마에 치즈에 통밀이라니!!

제가 너무 좋아하는 것들의 조합이네요 ㅠㅠ

할수만 있다면 모니터 너머의 요리에 손을 뻗고 싶~~~~~~~~~~~~~~~지만 사진일 뿐이고 ㅠㅠ

bluexmas님 너무 대단하세요!!!

만들어서 파신다면 당장 달려가서 사 먹을텐데;ㅁ; 상상만으로도 무지 맛있을 것 같아요 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6 11:14

그림의 라비올리라고나 할까요-_-;; 드리면 그냥 드리지 돈은 받지 않습니다…-_-;;;;

사실 이번에 만든 건 그렇게 맛있지는 않아요-_-;;;

 Commented by 아이 at 2010/02/15 09:04 

아,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6 11:14

네, 아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SF_GIRL at 2010/02/15 09:52 

냉동만두를 사지 만두를 잘 안빚는 것처럼 라비올리도 그런 냉동식품이라고만 생각해왔던 제가 부끄럽…

로즈마리는 저 정도 넣으면 향이 꽤 강하겠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6 11:15

아니에요. 파는 라비올리 가운데 냉장으로 유통되는 건 그럭저럭 먹을만해요. 솔직히 저도 가끔 기술연마(?)차원에서 만드는 거지, 귀찮아요. 식당에서도 냉동제품을 사다 내놓는다는 얘기가 있어 그건 좀 거슬리죠.

우리나라에서 파는 허브, 솔직히 향이 별로 강하지 않더라구요. 저정도 넣어도 그냥 그렇던데요.

 Commented by 펠로우 at 2010/02/15 10:09 

뻑뻑한 단맛의 단호박과 고구마라면, 좀 맛은 중복되는 느낌이겠군요. 말씀대로 단호박과 고구마 중에 한가지는 제외한 후, 간단한 생선/고기/계란 중 택일을 곁들이면 더 맛있을듯 하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6 11:16

네, 단호박 따로, 고구마 따로 채워서 만들었는데 우리나라 호박과 고구마가 굉장히 달더라구요. 짭짤한 스테이크가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10/02/15 10:27 

비행접시처럼 생긴 귀여운 라비올리네요!! 분명 다 사진인데 동영상 보는줄 알았어요. 엄청 자세해서요 ^^ 요리사 포스가 느껴지는걸요 ㅋㅋ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6 11:16

아이고 요리사라니요 별말씀을…-_-;;;

라비올리도 종류가 많은데 이게 그나마 가장 쉽게 만들 수 있어요. 틀로 따내면 되니까요.

 Commented by Amelie at 2010/02/15 10:51 

와, 요리 책의 한장면 같은 이 친절한 사진과 설명.

bluexmas님의 요리 솜씨도 솜씨지만 요리하며 사진으로 기록을 남긴다는게

여간 힘든게 아닌데 대단하세요.

새해엔 더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6 11:17

가끔 만드는 음식인데 기록으로 안 남겨 놓으면 오히려 더 아쉬울 것 같더라구요. 아멜리에 님도 새해 복 더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세요!^^

 Commented by Cheese_fry at 2010/02/15 10:59 

bluexmas님 키친에이드 아티산 믹서!!를 쓰시는군요! (저도 키친에이드 믹서를 결혼 선물로 받았는데, 무려 핑크색인데다, 저는 베이킹에 저주받은 몸인지라, 고이 모셔만 놓고 한번도 써 보질 않았어요;)

라비올리는 속에서 말캉말캉한 치즈들이 섞여 나오는 걸 좋아합니다. ^_^ 저는 리조토를 좋아하는데 의외로 리조토는 웬만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메뉴에도 잘 없고, 대신 꼭 치킨 파마잔은 없는데가 없더라구요.. (이태리에선 못 본 메뉴인데;;) 흐흐..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6 11:18

핑크색이면 그 유방암 기금 마련을 위한…그런거군요. 저는 다음에 시금치나 뭐 소시지 이런 거가 들어간 라비올리에 도전해보려구요.

이상하게 리조토는 별로 없고 정말 치킨 파마잔 이런 건 잔뜩 있죠? 아무래도 변형된 이탈리아 음식일텐데요^^

 Commented by 유 리 at 2010/02/15 11:12 

우, 우와앙 ;ㅁ;ㅁ;ㅁ;ㅁ;ㅁ; 저 라비올리 엄청 좋아하는데!!! 저 사진 속으로 뛰어들어가서 막 집어 먹고 싶어요!!! ;ㅁ;

흑흑… 오늘 저녁은 라면이라고 정했는데 이런 걸 봐버리면…흑흑흑…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6 11:19

아, 아이고 죄송해요… 냉장 라비올리도 괜찮은데 사다가 드셔보세요. 라면 만드는 것보다 딱히 더 어렵지도 않아요-_-;;;

 Commented by 루아 at 2010/02/15 11:17 

후후후…통밀 파스타는 건강을 위해서 먹으려고 노력해도 찬장에서 썩죠 ;ㅁ;. 근데 시중에 파는건 100프로 통밀이 대부분이네요. 5대5가 맛있다고 들었는데, 직접 실험해보시겠군요! 기대할게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6 11:19

아, 저는 통밀 파스타 굉장히 좋아해요. 여기에서도 팔던데 너무 비싸서 좀 망설여지네요. 통밀 파스타는 여러번 만들어 봤는데 냉동했다가 다시 삶았을때 맛이 좀 떨어지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Commented by 키르난 at 2010/02/15 11:18 

설에는 떡국! 떡국에는 만두! 그러니 라비올리!?

소스를 약간 간간하게 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네요. 하기야 그러면 달달한 속과 짭짤한 소스가 부조화가 되려나…; 씹히는 맛을 조금 가미해도 될 것 같고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6 11:20

아뇨, 소스는 조금 짭짤한 게 좋죠^^

차라리 밤이 좀 들어갔더라면 어떨까 싶어요. 씹히는 맛이 있으니까요.

 Commented by  at 2010/02/15 11:27 

어므나……….. 무슨 맛일까 너무 궁금해요. 꼭 레스토랑 키친에서 만드시는 듯한 조리과정+_+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6 11:20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냥 고구마랑 호박맛이었어요-_-;;;; 가내 수공업의 삽질현장이지요-_-;;;;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10/02/15 12:24 

만두~~!!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6 11:20

맞습니다~~!!

 Commented by 레일린 at 2010/02/15 13:30 

블루마스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으항 전 썸넬 사진 보고 만두 만드신 줄 알았어요 켜켜켟/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6 11:21

뭐 솔직히 만두랑 별 다를 바가 없기는 하지요^^;;; 레일린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ommented by ra at 2010/02/15 15:10 

그래요 저거 저 빨간 기계. 옵션으로 면 뽑는것도 함께. 아 필요한데..식욕보다 왕성한 소비의 욕망을 어쩌면 좋을까 모르겠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6 11:21

정말 파스타는 기계 없이는 못 만들구요, 손으로 돌리는 것도 별로더라구요. 저도 한참 고민하다가 저걸 샀는데, 두 손이 다 자유롭지 않으면 집에서 만드는 초보자에게는 불편할거에요.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10/02/15 15:41 

우왓 튀겨먹어도 무지 맛있을 것 같아요@_@

짠맛이 어울린다니 모아둔 파마산치즈가루를 넣어 만들어 봐야겠어요 히히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6 11:22

튀겨 먹어도 맛있겠죠@_@ 꼭 한 번 만들어보세요~ 귀찮지만 나름 재미있어요.

 Commented by 고선생 at 2010/02/15 17:21 

독특한 속재료네요. 음 저는 고구마나 단호박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 두 조합을 좋아하는 분들은 정말 대만족하겠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6 11:23

비록 미국에서기는 하지만 늦가을이면 저런 속으로 라비올리를 만든다고 하더라구요. 은근히 가을 느낌이 나죠.

 Commented by 현재진행형 at 2010/02/15 20:28 

과정샷까지 친절하시군요!!! *_*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6 11:23

은근히 사진을 많이 찍어서 그냥 다 올렸어요. 글 쓰는 것보다 사진 정리하는 게 더 힘들더라구요-_-;;;

 Commented by googler at 2010/02/15 22:35 

꺄웅… 우리집 호박 있는뎅…. 엋그제 호박 드뎌 발견하고 사왓는뎅…. 이거 비스무리하게 아이디어 떠올랐어용. 고맙다능.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6 11:23

앗 그러셨군요^^ 호박죽도 괜찮아요. 찹쌀가루만 좀 섞어주시면^^

 Commented by 하니픽 at 2010/02/16 08:15 

어머!! 직접 라비올리도 만드신 건가요!! 달달한 단호박과 고구마가 들어가서 달콤한 아이가 되었을 것 같아요~ 정말 간식으로 먹어도 좋고 식사로 먹어도 좋겠네요~ 저도 고구마와 단호박을 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확 스쳐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6 11:24

차라리 간식으로 먹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에요. 식사로 먹기에는 너무 단맛이 강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