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먹어본 식빵 몇 종류

김영모 제과점 제주 통밀 식빵

아주 오랜만에 도곡동에 있는 김영모 제과점에 들렀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솔직히 조잡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많은 종류의 빵을 팔기 때문에 그 어떤 것에도 믿음이 잘 가지 않는다. 이번에 가 보니 찹쌀떡마저 있어서 더 놀랐다. 파는 것들로 보자면 정말 손님이 원한다면 짜장면이라도 배달시켜 먹게 해줄 동네 빵집의 분위기이다.  게다가 다들 명인이라고 하지만, 가지고 있는 그의 책을 들춰 보면 솔직히 잘 이해가지 않는 조리법들이 꽤 된다. 특히 재료의 구성면에서.

대체 얼마나 넣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주 통밀을 넣고 요구르트로 발효시켰다는 식빵을 집어왔는데, 제주 통밀은 그렇다고 쳐도 요구르트가 빵에 어떤 차이를 가져 오는지는 잘 모르겠다. 자연발효빵도 많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발효는 그냥 기성품 효모를 써도 상관없다는 입장이라서 그 다양한 발효 관련 변형들을 일종의 홍보 및 광고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그건 다분히 결과주의적인 생각인데, 자연발효를 했다고 비싸게 파는 빵을 사먹어보았으나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겪었기 때문이다. 발효는 효모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걸 관리하는 사람의 손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빵 만들기에서 발효는 단지 빵 조직에 공기를 불어넣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 아닌데,실제로 빵을 먹어보면 대부분이 그렇다. 밀가루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끌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어쩌면 발효는 빵 만들기의 전부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걸 제대로 한다고 생각하는 빵집을 그렇게 많이 겪어보지 못했다.

어찌 되었든 이 빵은 내가 한참동안 가졌던 김영모 제과점에 대한 선입견을 조금 접어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훌륭한 구석이 있었다. 무엇보다 쫄깃쫄깃한 식감이 뛰어났는데, 아직까지는 개인 식빵 명예의 전당에서 1등 자리를 내어줄 예정이 없는 모 빵집의 빵과 견주어 거의 맞먹을만한 수준의 식감이었다. 거기에다가 조금 거칠거칠한 통밀 입자의 느낌이 원래 그런 느낌의 빵을 좋아하는 나에게 잘 맞았다. 그러나 전체를 살펴 보면, 소금을 적게  넣었기 때문에 밀가루가 가지고 있는 풍미를 최대한 이끌어 내지 못해서 맛이 그 휼륭한 식감을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싱거운 음식이 대부분 맛 없지만, 특히 싱거운 빵은 맛이 없다.

토스터에 살짝 구워서 전에 만들어 둔, 좀 짭짤한 마늘허브버터를 발라 먹었더니 한결 나았지만, 그래도 빵 자체에 소금간이 밴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조금 아쉬웠다.

명동성당에서 산 통밀식빵

옛날 도토루 커피 자리에 소규모 농수산물을 파는 가게가 있는데, 여기를 지나치다가 식빵을 팔길래 처음으로 들어가보았다. 먹고 봉지까지 다 버려서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데, 장애인들이 만든다는 빵이었다. 가격은 3천원대 후반이었다.b 인터넷이 발달되어 있고 택배로는 제주도를 빼고 전국이 거의 1일 생활권이니 소규모 농가나 지역 공동체의 특화된 농수산물 판매가 생산자에게나 소비자 모두에게 굉장히 많은 이익을 불러 일으켜 줄거라고 순진하게 생각하는데, 문제는 재료가 좋다고 해도 사업자 정신의 부족으로 고객 응대를 비롯한 사업의 요령이 부족하거나 좋은 재료가 있더라도 그 재료를 어떻게 최대한 활용하는지 몰라서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빵은, 전부 국산 재료를 쓰고 가격도 그만하면 이성적으로 책정되어 있지만 다음에 다시 사게 된다면 망설일 것 같은데, 그 이유는 빵 자체를 제대로 만들 줄 모르는, 즉 기술개발이 덜 된 상태에서 만든 빵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름이 통밀빵이기는 해도 통밀이 흰밀보다 많이 들어가 있지도 않은데, 또 그러면서도 식감이라고 말할 수 있는 느낌조차도 없을만큼 빵이 입천장에 달라붙으면서 또 그냥 부서져버린다. 먼 옛날을 돌이켜보면, 보통 옥수수빵을 사면 찰기가 없이 부서져서 잼을 바르기도 힘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거의 그 정도의 조직이어서 조금이라도 끈적거리는 건 바르기가 힘들었다.

빵을 만드는 측에서도 그러한 점을 염두에 두었는지, 버터와 계란을 포함한 온갖 쓸데없는 재료에 심지어는 호두까지 넣었지만 빵 자체가 좋아지는 데에는 별 다른 영향을 못 미친다는 생각이었다. 빵은 재료를 많이 넣으면 넣을 수록 밀가루의 맛을 죽인다고 생각하는데, 다행스럽게도 전부 국산에 질이 좋은 재료를 썼는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푸석거리는 빵 사이로 씹히는 호두를 느끼면서, 정확하게 어떤 빵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나, 그 생각을 받쳐주는 기술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잠재력을 생각하면 이건 대단히 아쉬운 상황이다.

딜리 댈리의 크랜베리 어쩌구 빵

관심이 없으니까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신촌에 생겼다는 그 딜리 댈리에서 산 빵인데, 언제나 빵을 사면 물어보는 질문이 하나 있다. 바로, “빵은 여기에서 만드세요?”라는 것인데 “본사에서요” 라는 답을 들으면 그 빵집은 거의 다시 가지 않는다. 이 경우에는 “여기에서도 만들지만…” 이라는 단서가 붙기는 했다. 특별히 무엇이 되고 싶지 않은 빵으로, 아무 맛도 나지 않는 가운데 크랜베리맛만 살짝 났다. 강남역의 크라운 베이커리 자리가 딜리 댈리로 바뀌는 것으로 보아 어디에선가… 라고 쓰고 인터넷을 뒤져보니 크라운 베이커리의 상표인 모양인데,그렇다면 내게는 별로 먹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건 뭐랄까 그저 대기업의 껍데기 바꾸기라고 생각해도 될 듯? 개인적으로는 이런 색깔도 글씨체도 싫어한다.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고 해도 영국은 아직도 식도락의 불모지인데 들여올 컨셉트가 없어서 영국풍을 표방한다는 것은 솔직히 좀…

아마폴라 델리의 시골빵? 호밀빵?

별 다른 감흥 없는, 뻔한 맛. 청담동 파나소닉 플라자 있는 길거리에 얼마 전에 생긴 빵집이 있는데, 궁금해서 들어가보았다가 아마폴라 델리의 딱지를 붙이고 있길래 망설임 없이 바로 나왔다.

쿄 베이커리의 시골빵

멀쩡하게 생긴 놈이 어떻게 이렇게 맛이 없을 수가… 잡곡 식빵 사러 갔다가 없어서 샀는데 진짜 생긴 거에 비해 너무 맛이 없더라. 냉동실에 쳐박아 두었다가 결국 판자넬라 샐러드 해서 간신히 먹어 치웠다. 슬픈 맛. 쿄 베이커리도 빵을 이것저것 너무 많이 만들어서 도움이 되지 않는 듯. 사진 찾았다.

 by bluexmas | 2010/01/27 08:47 | Taste | 트랙백 | 덧글(41)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10/01/27 08:54 

명예의 전당 1등이 엄청 궁금해요!!!!!

싱거운 빵 맛없다고 하신것에 너무 공감해요 얼마전 그냥 샤니 식빵을 사다 먹었는데 의외로 간이 잘 되어 있어서 맛있더라고요 -_-;;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7 08:57

아 거 왜 제가 늘 먹는…#드 빱빠라구요-_-;;; 크크크.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10/01/27 09:10

아! ㅋㅋㅋㅋ 아아 먹어보고싶네요 가로수길은 다시는 안가야지 했는데 빵 때문에라도 가보고싶은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7 09:10

가로수길에 무슨 악몽이라도 있으세요? 가기 싫어지시게…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10/01/27 09:12

그냥.. 유명하다는 카페에 갔는데 무지막지하게 비싸고 맛도 없었거든요 -_-;;;;;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7 09:14

어딘지 좀 알려주세요. 그렇지 않아도 카페에 좀 가야될 일이 있거든요~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10/01/27 09:18

카페 별byul 이라고… -_-;;; 있더라고요 ㅋㅋ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30 00:13

오 거기도 네이버 인기 짱이던데-_-;;; 역시 믿을 수 없는 네이버군요.

 Commented by clove at 2010/01/27 09:16 

구구 절절 공감하며 읽어 내려가다가 마지막 ‘쿄 베이커리’리뷰에서는 양손을 번쩍.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30 00:14

쿄 베이커리는 잡곡식빵을 좋아하는데 정말 뭘 너무 많이 하더라구요. 케이크까지 하는데에는 두손두발 다 들었어요. 케이크자체도 그렇게 맵시있어보이지는 않구요…

 Commented by JUICY at 2010/01/27 09:35 

빵을 먹고싶게 하는 bluexmas님의 포스팅이군요 ..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30 00:14

드시는겁니다 그냥…ㅠㅠㅠ

 Commented by 킬링타이머 at 2010/01/27 09:59 

앗 저 어제 강남역에 갔다가 딜리댈리라는 제과점에 이끌려 들어가서 빵을 사먹었는데 데자부가 신기하네요.

다른 제품이긴 하지만 저는 맛있게 먹었는데 입맛이 저질인가봐요. 이래서야 언제쯤 답례품을 보낼수 있으련지~!!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30 00:15

네 거기요. 저 버스를 거기에서 타거든요…

답례품은요~ 괜찮아요. 저도 영 아무 것도 못하고 있습니다~

 Commented at 2010/01/27 10:1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30 00:15

안녕하세요~

그 빵집 어디인지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다음에 가서 빵 한 번 사먹어보게요. 제가 아는 곳은 아닌것 같아서 어디인지 잘 모르겠네요. 굳이 유기농일 필요는 없는데 거짓말은 안 하는 게 좋지요 뭐…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01/27 12:44 

식빵에 대해서도 한 일가견 하시니 “나폴레옹 제과점”의 식빵도 추천해 주시고 싶어요.

근데 제주 통밀이라…운반거리가 꽤 되니 단가가 더 비싸지겠죠?ㅋ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30 00:16

나폴레옹 제과점이 어디에 있죠?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오늘은 올림픽아파트 상가에 갔다가 거기 빵집에서 호밀빵을 사왔는데 의외로 괜찮네요. 김영모처럼 백만가지 만들어서 별 믿음이 안 갔는데…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01/30 22:03

제가 오데서 술먹고 잘못 본지는 모르지만 나폴레옹 제과점의 모태가 김영모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삼선교 한성대역에 있어요.(출구번호는 기억이….-.-)

매번 갈때마다 지하철 지도를 보고 나가기 땜에.

빵이 부드럽고 맛있지만 단점은,시중 빵집보다 쫌 비싸다는 거.

 Commented by Ringoberry at 2010/01/27 13:07 

빵을 ‘간신히 먹어치우도록’ 만든 제과점 주인이 참..비양심적이란 생각이 듭니당;;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30 00:16

비양심까지는 아니지만 솔직히 너무 맛 없더라구요~

 Commented by 피어나는꽃 at 2010/01/27 13:41 

앗.. 재방문했다가 예전에 저에게 땅콩버터를 백화점에 달려가 사시게한

bluexmas님 이글루라는걸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빵을 워낙 좋아하지만 먹는 족족 결과가 나타나는 솔직한 몸의 소유자인지라

이런 포스팅을 안 보려 노력했는데..ㅠㅠ

링크하고 갑니다. 흑흑..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30 00:17

아무렴 제 몸보다 솔직하시려구요-_-;;; 저는 한참 살 빼놓고 트레이너가 이제 탄수화물 많이 먹고 운동 더 많이하라고 그래서 늘렸다가 완전히 살이 도로 붙어서…흐흐흑 ㅠㅠㅠ

 Commented by 화호 at 2010/01/27 13:52 

안녕하세요, 밸리에서 보고 들어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신촌 딜리댈리의 외관과 빵의 갭에 대해선 불을 뿜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샵이 깔끔하고 예쁜 반면에 빵은 식감도 별로고 맛도 별로인데다 빵의 모양과 가격은 쓸데없이 잰척하는게 참 답답해요. 단독 샵인줄 알았는데, 기업형 베이커리였군요. 좋은 정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고보니 신촌 딜리댈리도 크라운베이커리에서 바뀐 거였네요)

뻘댓글 죄송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30 00:23

뻘댓글은요… 이제서야 크라운 베이커리였다는 느낌도 조금 들더라구요. 그런 식으로 장사하려는 게 참 얄팍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봐야 파리바게트한테는 대응 못할텐데…

 Commented by dobi at 2010/01/27 14:05 

모 빵집의 빵을 알려주세요!! 궁금합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30 00:24

아, 뺑드빱빠라구요. 가로수길 어귀에 있습니다.

 Commented by F모C™ at 2010/01/27 14:35 

전에 말씀하신, 떡이 있어서 못미더운 곳이 그곳이었군요^^; 떡이 있는 빵집이 간간히 보이던걸요, 리치몬드에서도 본것같고;; 물론 제과점에서는 웬만하면 떡 사먹지는 않지만요, 무엇보다 떡집보다 빵집떡이 비싸다는 단순만빵한 이유에서요=3=;;;

소금간이 아쉬운 때가 많은데 그게 딱 맞는 곳도 흔치않더라고요, 전혀 간이 안되어있는데 그냥 입맛차이라고 보기에는 억울하고..(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30 00:25

오늘 갔던 올림픽공원의 빵집도 거의 김영모수준이더라구요.

소금간 안 된데 많은데 그거 정말 입맛차이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소금을 의식적으로 넣지 않은 맛이던데요?

 Commented by JyuRing at 2010/01/27 14:37 

알려주세용!!!

저도 3천원에 팔길래 사다놓은 무화과 잼이 있는데 .. 잼만 있습니다 덜렁 ㅠㅠ 발라 먹고 싶어요 어딘가에 …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30 00:25

윗분 덧글에 말씀 드렸습니다~ 압구정동쪽 가로수길 어귀에 있어요. 스타벅스 맞은편 골목, 옐로우자켓 맞은편이요…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10/01/28 00:13 

언제 여의도 Paul 기행을 같이 하셔도…^^;;

삼실 바로 옆이라 가끔 가는데.. 가면.. 돈 단위가..^^;;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30 00:26

제가 따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닥슈님 너무 안 뵈어서 궁금하기도 하고 폴도 가보고 싶고~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10/01/28 01:18 

사진만 본다면 다 맛있어 보이네요…

식욕이 심해서 그런가;;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30 00:26

그건 카메라가 좋아서 그렇습니다;;;

 Commented by 바다아빠 at 2010/01/29 21:00 

드디어 통밀을 구하게되어 다시금 통밀빵을 하게되었어요 제분을 잘했는지 낼 빵을 만들어봐야 겠어요 제분공부를 조금씩하면서 주위에 도와주시는분들이 하나둘 늘어나는게 넘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30 00:28

안녕하셨어요? 제분을 시작하셨나봐요. 다음 주에 꼭 한 번 들르겠습니다. 점심 시간 지나고 오후 시간이 좋으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Commented by 바다아빠 at 2010/01/30 04:06 

아직 기계를 구입하진 않았구요 아시는 분을 통해 금강밀이라는 걸 조금 구해 제분소에서 분말한것뿐입니다 아직 밀이 나질않아 작년 밀이구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31 02:18

그렇군요. 어쨌든 다음 주에 한 번 들르겠습니다~

 Commented at 2010/01/30 21:3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31 02:19

크 그렇군요. 이름 들어본 기억은 없는데 가볼께요. 가서 “유기농 밀가루로 만드시죠?”라고 물어볼까요 뭐라고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