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프게 흉내만 내본 자작 쌀국수

젠장, 미국에서 7년 살고서 뭐가 가장 기억나냐고 물어보면 피자도 햄버거도 아니고 ‘쌀국순데요’ 라고 말하면 누가 믿을까 모르겠다만… 사실이 그렇다-_-;;; 금요일 점심으로 먹던 쌀국수, 그냥 행복했었는데. 느긋하게 먹고 담배 한 대 피우고 들어가서 슬슬 일하다가 퇴근하고…

찾아보면 마음에 드는 집이 나오기도 하겠지만, 날도 춥고 나가기도 귀찮으니 집에서 그냥 비슷하게 흉내를 한 번 내보기로 했다. 사실 쌀국수는 그 국물이 생명인데, 이게 조미료의 들척지근한 느낌이 강하기는 해도 그게 전부는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쇠고기 국물인데, 생강도 그렇고, 레몬그라스와 같은 향신료의 느낌도 좀 난다. 그러나 국물에 생강을 넣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고, 레몬그라스는 있는지도 모르므로 일단 양지머리로 국물을 내면서 마늘만을 넣었다. 나머지는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쌀국수의 기본재료들이었고.

일단 면은 쓴 것보다 더 가는 걸 좋아하는데, 물에 불으면 더 굵어진다는 걸 몰라서 너무 두꺼운 걸 썼고, 아무래도 고기 국물은 향신료도 없고 깊은 맛이 덜했으며 전체적으로 좀 멀건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미친 듯이 소고기를 먹어제끼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변형된 쌀국수를 먹어서 그런지, 어떻게 국물을 만들어도 그 진한 느낌은 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조미료의 힘을 빌어야 할 것 같지만 내 생전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테니 접기로 하고… 어쨌거나 국물이 중요한 쌀국수이니만큼 다른 재료를 비슷하게 갖추기는 했지만 내가 먹던 그 그리운 맛은 전혀 아니었다. 1인분의 쌀국수를 다 먹으면 다음에는 이 흉내내기를 안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냥 안 먹고 말지 뭐.

 by bluexmas | 2010/01/26 11:55 | Taste | 트랙백 | 덧글(22)

 Commented by 하니픽 at 2010/01/26 12:24 

예전에 베트남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언니가 방으로 초대해서 쌀국수를 대접해 주신게 저한테는 쌀국수를 처음 먹은 기억이었거든요. 육수가 정말 진하고 맛있었는데 그 언니는 닭고기로 육수를 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뒤로 쌀국수 가게에서 쌀국수를 먹었지만 그 맛이 안났다는 슬픈 현실이 있어요. 이래서 본토의 맛인가!! 라는 생각을 했었답니다. bluexmas님의 글을 보니 그 언니의 쌀국수가 다시 먹고 싶어졌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30 00:01

오오 베트남 본토의 맛을 전해주고 떠났군요. 기술 전수 받으셨으면 더 좋았을텐데…-_-;;

 Commented by nabiko at 2010/01/26 12:28 

저도 일본에서 두달 있으면서 먹었던 것 중에 가장 맛있게 먹은게 쌀국수..ㅋㅋㅋㅋ

그 맛을 어찌 잊겠어요.초밥,가츠동 이런 것 보다 더 생각나고 그렇드라구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30 00:01

으아 밑에 프랑스에서 계셨던 분도 쌀국수라니 정말… 쌀국수의 마력이 대단하네요.

 Commented by ra at 2010/01/26 13:18 

시동생이 쌀국수집도 하거든요. 본사에서 기본으로 나오는 조미료 육수;에 닭발을 넣어야 한다고. 그래야 진하다고. 오늘 춥네요. 쌀국수 먹고 싶게.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30 00:02

조미료;도 그렇지만 닭발;;;이었군요. 그 비법이 숨어있는 재료가… 멸치국물에는 쌀국수가 별로죠? 좀 진한 국물에 가볍게 말아먹어야 되는데.

 Commented by 늄늄시아 at 2010/01/26 13:42 

와아!! 쌀국수!! 향신료는.. 요즘 업소에서 쓰는 향신료팩을 판매하더라구요 ‘ㅅ’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30 00:02

그러게요 저도 그거 봤는데 한 번 써봐야 할 것 같아요. 아시아 요리 전문가 늄님에게 평가를 좀 받아야 될텐데~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10/01/26 15:16 

미국의 쌀국수는 어떤 맛일지 궁금하네요..한국에서 먹은 것은 조미료 힘이겠지만 감칠맛이 느껴지던데..물론 현지의 맛이 더 궁금하지만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30 00:03

미국은 소님이 많아서 고기가 국수보다 더 많아요. 고기먹다가 배부를 지경이었지요… 너무 많았어요 정말.

 Commented by 러움 at 2010/01/26 16:26 

제가 잠시 아르바이트하던 베트남 레스토랑에서는 국물을 낼때 열몇가지도 넘는 재료를 쓰더라구요. 저는 고기만 넣으면 될 줄 알았는데;;; ㅎㅎㅎㅎㅎㅎ 신기했더랍니다. 아 블루마스님의 쌀국수도 뽀싯담백해보이는것이 엄청 소담소담 맛스러워보이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30 00:03

그래도 그런 재료를 다 써서 국물을 만든다니 다행이네요. 닭발도 들어가던가요? 히히…

 Commented at 2010/01/27 10:2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30 00:03

신세계 계열 수퍼들이 허브 가격이 싸고 종류도 잘 갖추고 있어서 괜찮아요~

 Commented at 2010/01/27 10:3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30 00:04

유럽 어딘가에서 파리에서 공부한다는 처자들이랑 스쳐갔는데 쌀국수 얘기를 하더라구요. 정말 아무리 생각해봐도 뼈를 고아야 할 것 같아요. 간에 대한 말씀도 맞구요. 조미료도 한 몫 단단히 하죠…

 Commented by 고선생 at 2010/01/27 19:28 

그래도 건더기 무성의한 일반 쌀국수보다 훨씬 더 탐나는 비주얼입니다. 베를린에서 제가 너무 좋아했던 쌀국수가 생각나네요. 국물이 관건이라지만.. 그 국물이 쉽진 않겠죠? 그래서 전 국물 쌀국수는 어설프게 만들어보느니 생각도 안 해봤고 볶음스타일로 해본적이 있죠 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30 00:04

볶음도 괜찮죠. 오히려 불지 않아서 좋더라구요. 역시 쌀국수는 국물입니다…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10/01/28 01:21 

그래도 저는 향신료가 가득한 동네에서 사니까 좋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30 00:04

들어오실때 한 봉지 포장해서 오세요~

 Commented by 볼빨간 at 2010/01/28 10:58 

쌀국수는왠지 전세계인의 음식.

저도 프랑스에서 바게트다음으로 많이먹은게 왠지 쌀국수랑 라멘 이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30 00:05

쌀국수 국물에 바게트를 찍어 드시지는 않았는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