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노피(X),치피노(O)-드라마 ‘파스타’의 오류
음식을 다루지만 정작 음식은 별로 다루지 않는 드라마 파스타, 그래도 음식을 다루었다고 말하니 재미없어도 보긴 본다. 그래서 사람들이 ‘아 파스타에는 피클을 먹지 않는거구나’라는 거라도 알게 되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니까(그래도 어딘가에서 며칠 전에 파스타를 먹는데 처음부터 내오지 않으니까 손님들이 피클 달라고 하긴 하더라…).
보면 일주일에 두 편 나오는 이 드라마에는 한 편 걸러 하나 꼴로 음식이 좀 나오는데, 오늘은 조리사들이 신메뉴 경쟁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장면에서 그 머리 길고 드럼도 치면서 오토바이도 타는(그러나 연기는 쩌는;;;) 이탈리아 유학파가 수프랍시고 만드는 것이 바로 ‘치노피’ 였다. 그렇지 않아도 연기를 잘 못하는지 대사처리가 엄청 어색한 이 미남 조리사가 “내가 만드는 건 ‘치노피'” 와 같은 대사를 서투르게 읊는 걸 보고 바로 뿜었는데 그 이유는 일단 그가 만드는 음식이 ‘치노피’가 아니고 ‘치피노(Chippino)’ 였기 때문이고, 또한 이 음식이 이름도 그렇고 정통 이탈리아 음식 같은 포스를 풍기기는 하지만 사실은 샌프란시스코쪽의 이탈리아 이민자 사이에서 유래된 미국풍 이탈리아 음식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그날그날 잡은 것들을 바탕으로 해서 만드는, 토마토 소스의 해물 스튜로 이름의 유래에는 두 가지의 설이 있는데, 하나는 그날 잡은 생선 남은 것들을 거칠게 썰어서, 즉 ‘chop’해서 만들었다는 의미의 제노바지방 무슨 방언인 ‘ciuppin’에서 왔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완전 미국풍으로 역시 그날 잡은 생선들을 각 어부들이 조금씩 보태서 ‘chip in’해서 chippino가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에는 ‘Chippino’s’라는 음식점이 있다고 하고, 텔레비전에서도 샌프란시스코의 치피노가 소개되면서 이런 식으로 이름의 유래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본 기억이 있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뭐 가져다 붙이면야 얼마든지 개연성을 불어넣을 수는 있지만 이탈리아에서 본바닥 요리를 공부했다는 사람이라면 다른 이름으로는 만들 수 있어도 치노피, 아니 치피노라는 이름으로는 그걸 안 만드는 게 드라마가 주는 정보의 정확함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더 나은 판단이었을텐데?
(사진의 ‘치피노’는 여기에서 가져왔다)
# by bluexmas | 2010/01/25 23:27 | Taste | 트랙백 | 덧글(14)
저도 아버지한테 처음 영어 배울때 치킨과 키친이 늘 헛갈리고는 했어요 🙂
그냥 요리의 탈을 쓰고 연애하는 드라마지요 뭐…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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