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이촌동]안데르센-소박한(?) 맛의 케이크

뭔가 잔뜩 있어 보이지만 또 가보면 별 것 없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동부 이촌동, ‘안데르센’ 이라는 이름의 케이크집이 최근에 문을 열었다고 해서 케이크 몇 종류를 먹어보았다. 우연이겠지만 내가 사는 동네에도 같은 이름의 빵집이 들어서서, 기억하기 쉬웠다고나 할까…

케이크를 좋아하지만 그렇게 많이 먹는 사람은 아니어서, 보통 딸기케이크와 같은 종류 하나, 초콜렛이 들어간 케이크 하나 뭐 이런 식으로 먹게 되는데, 이날은 브라우니를 먹다보니 비슷한 케이크를 두 종류나 고르게 되었다.

케이크 가운데 가장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딸기케이크. 안데르센의 케이크도 전반적으로 ‘이스트와르 당쥬’의 그것처럼 달지 않다. 달지 않은 정도로 따지면 오히려 안데르센의 그것들이 한층 덜 달아서 먹어본 케이크들 가운데에서 기억하기로 가장 안 단 것들이었다. 케이크와 크림 자체는 무난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맛이었는데 딸기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고, 위에 얹힌 굽지 않은 아몬드는 좀 이해가 가지 않는 장식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그 맛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부드러운 질감의 케이크에 얇게 저민 것도 아닌, 통아몬드라면 식감 면에서는 너무 어울리지 않고, 게다가 굽지 않아서 아몬드 특유의 맛이 다 배어나왔다고 하기도 어려운 데다가 냉장보관과 케이크로부터 나온 수분 등등으로 이럴 경우 분명히 눅눅해지기 때문이다.

이건 ‘이글루 롤케이크’라던데 아무래도 이글루스에서 블로그질을 하고 있으니 이글루 롤케이크를 먹어야…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딸기케이크와 맛에서 큰 차이는 느낄 수 없었던 가운데 안에 들어있었던 노란키위에서 나오는 것으로 짐작되는, 여운이 긴 시큼한 뒷맛이 끝에서 자꾸 걸렸다.

그리고 브라우니는, 개인적으로는 밀가루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 찐득찐득하고 진한 종류를 좋아하는데(이 블로그 어느 구석에도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스니커즈 넣고 만드는 브라우니와 같이 미친 미국놈들 아니면 생각해낼 수 없는 브라우니를 좋아한다), 이건 그런 것보다 조금 더 얌전한 느낌이었다. 따뜻하게 데워서 먹어볼 걸 그랬나.

전체적인 느낌은 좋은 재료를 써서 만드는 ‘소박한’ 케이크였지만, 이 소박하다는 표현이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양날의 칼처럼 쓰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 조각에 만 오천원이었으므로 조각당 평균 오천원꼴이다. 내가 걱정해야될 건 아닌데, 이 동네는 은근히 파리크라상이 꽉 쥐고 있어서, 앞으로 어떻게 경쟁할까 궁금한 생각은 들었다.

 by bluexmas | 2010/01/24 13:19 | Taste | 트랙백 | 덧글(25)

 Commented by 딸기쇼트케이크 at 2010/01/24 13:29 

빛나는 케이크들… 어제 케이크 잔뜩 먹고 왔는데도 또 먹고 싶네요.

역시 케이크는 진리에요… 학…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5 23:34

흐흐 케이크를 드녔나보군요. 저는 뭐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 먹어요… 먹다 보면 금방 지겨워지던데요.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01/24 13:31 

빠리바게뜨를…이길수 있을까나요.

있어보이지만 별것 없는…ㅋㅋ동부이촌동의 이미지와 맞습니다그려.

지금 이순간 단것이 막 땡깁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5 23:34

으하하 어째 뭔가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대신 해 주시는 것 같은 시원함을 느낀다고나 할까요?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10/01/24 15:10 

주로 초코케익만 사 먹지만…생각해보면 가장 맛있게 먹은 것은 딸기 쇼트케익이었어요

으악..세 조각…양 우대인 저라면 파리바게트에서 한판 사갈 그런 가격이네요-_-;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5 23:35

만 오천원이면 파리바게트에서 한 판을 살 수 있나요? 워낙 사실 케이크를 잘 안 먹는 편이라서 아직도 그 정도의 가격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10/01/24 15:21 

딸기케이크 위에는 당연히 대왕만한 딸기..라고 생각했었는데 통아몬드는 신선하네요 ^^;

브라우니가 참 브라우니같이 생겼어요-_-;; 스니커즈 넣고 만드는 브라우니라니 왠지 이가 홀랑 빠질만큼 달 것 같지만 저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5 23:35

그러게요 위에는 대왕만한 딸기를 얹어줘야 할 것 같은데…통아몬드였어요.

스니커즈 넣고 브라우니를 만들면 이가 홀랑 빠지지는 않는데 혈관이 막힌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만들어놓고 무서워서 잘 먹지 않게 되었지요 크크크

 Commented by googler at 2010/01/24 18:09 

한 조각에 5천원이라니 스웨덴보다 더 비싸네요, 저런 종류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5 23:37

그런가요? 그 감라스탄에서 제가 묵었던 호텔로 가는 길 중간 어딘가에 케이크 가게가 있었는데, 정말소박한 케이크랑 커피를 파는 집이었어요. 그렇게 커피 마시는 시간을 ‘Fika’라고 한다던데, 제가 먹어보았던 케이크랑 커피 가운데 가장 맛있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그거 아니라도 에스프레소 역시 스웨덴에서 먹었던 것이 가장 맛잇었다고…

(이탈리아는 거의 기억이 안 나서요)

 Commented by F모C™ at 2010/01/24 20:08 

밀가루를 아주 조금만 넣고 브라우니를 만들다가, 그냥 밀가루 왕창 퍼넣고 만들고 있는데 주변에서는 밀가루 퍼넣고 만드는 편을 좋아해주니 뭐랄까.. 나는 그동안 뭘 한거지 머엉~ 이라는 기분이 들더랍니다orz 양은 오히려 이쪽이 더 나오고 비용도 덜 드는데.. 그동안 진하게 만들겠다고 왜 그랬을꼬.. 뭐 초보니까 당연하지 할래도 아까운 초콜렛들이..;ㅁ;

그런데 잘 모르는 제 눈에도 저 딸기케이크 위의 아몬드는 생뚱맞은걸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5 23:38

저도 어떤 분하고 디저트 얘기하다가 초콜렛 많이 넣고 만든 브라우니를 사람들이 별로 안 좋아한다고하더라구요. 초콜렛 많이 넣는데 더 비싼건데…;;;

딸기케이크 위의 아몬드는 저도 그 이유를 알 수 없겠더라구요;;;

 Commented by JUICY at 2010/01/24 21:43 

케익은 부드러워야 하는데 아몬드가 있으면 꼭꼭 씹어먹어야 하는 거겠죠….

맛은 소박하지만 가격은 소박하지 않은…어디서 배워먹은 버릇일까요 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5 23:40

음 저는 그 의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왜 아몬드일까요… 왜…ㅜㅜㅜ

 Commented by 펠로우 at 2010/01/24 21:45 

딸기쇼트 케이크는 딸기 좀 넉넉하게 넣지, 어중간하네요. 딸기 도매로 구해다가 팍팍 집어넣으면 ‘토핑의 질감이 대단하다’며 고객들 끌것 같은데,그렇게는 잘 안되나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5 23:41

그러게요. 사진을 다시 보니 딸기의 양이 좀 어중한하지요? 그리고 보통 일본 케이크들의 경우에는 딸기를 세워 넣어서 잘랐을 때에 딸기의 세워진 단면이 보이도록 만들던데…

이런저런 생각이 좀 들기는 했습니다.

 Commented by 마리 at 2010/01/24 22:38 

아 여기 다른 분 블로그에서 보고 브라우니가 엄청나게 비싸구나.했던 곳이네요.

한번 가봐야지 했었는데. 이 집은 사진으로만 보니까 슈가아트 케익도 하시더라고요.

너무 너무 섬세하고 이뻤어요. 근데 나머지 먹을 수 있는(슈가아트 케익도 먹을 순 있지만..)

케익들은 뭔가 아쉽긴 하네요. 특히 아몬드 장식은 케익에서는 잘 안하는데..신기하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5 23:52

사실 그정도의 브라우니면 오천원은 조금 비싼편이죠…

마리님께서는 공부도 하셨다니까 제가 자세한 언급은 아끼겠습니다…

 Commented at 2010/01/24 22:4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5 23:56

네, 고쳤습니다~ 그게 차이가 있나봐요. 직영이고 아니고의 차이인가요?^^;;;

 Commented by Cheese_fry at 2010/01/24 23:34 

스니커즈으으으- 흐흐흐; 기가 질리는 미국식 요리로는 폴라 딘 아줌마를 따라갈 용자가 있을지.. ^^; 전 아줌마 요리하는 거 볼 때마다 심장마비가 올 것 같아요. 버터 스틱 통째로 던져 넣을 때마다 헉! 하는게..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5 23:57

으흐흐흐 저는 폴라 딘을 좀 싫어해요. 너무 무식한 느낌이랄까요. 뭐 음식이 맛있어보이지도 않구요… 그냥 보고 웃고 만답니다. 아들들도 좀 바보같잖아요. 그 남부 억양 하며~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10/01/25 01:35 

스니커즈 브라우니는 꼭 먹어보고 싶습니다

아니 도전이라고 해야되나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25 23:57

흐흐 몬스터님 오시면 해서 드리겠습니다 스니커즈 브라우니…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크크크

 Commented by yeah at 2010/01/28 09:38 

있어보이지만 별것없는 동네 주민입니다만, 이 명쾌한 한문장에 기립박수를 칩니닷!!!

안데르센은 이쁘장한 인테리어로 자꾸 오라 손짓하는데 지날때마다 가게가 한가해보여

들어가기가 애매해서 보류시켜놓고만 있었거든요. 이런 강같은 리뷰 감사드리구요.

커피도 커피지만 케이크를 기대하게 되는 이런 감성적인 카페에서 케이크가 그냥 그렇다니 휴-

맛있는 케이크 먹고싶을땐 가격은 안착해도 C4가 있고, 파리크라상도 빼놓을수 없군요.

다음곡 이적이 부릅니다 다행이다…

스니커즈 브라우니는 이름부터가 미제덕후인 제게 큰 매력을 주고 있네요.

어디 한번 레서피를 찾아볼까 생각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