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들러본 중국집 3종 세트-삼팔교자관, 홍복, 목란

요즘도 면바지 3종 세트같은 것들 홈쇼핑 채널에서 파는지 잘 모르겠지만 한때는 참 좋아했는데…(물론 사서 입은 적은 없다;;;) 어쩌다 보니 최근, 올해 전반기에 들렀던 중국집 세 군데를 몰아서 다시 들르게 되었다. 정리하는 의미에서 한데 몰아 글을 올려본다.

1. 삼팔교자관

눈이 아주 많이 오는 일요일에 근처 극장에서 아바타를 보게 되어 겸사겸사 들렀다. 위치가 애매해서 이제 음식만 먹으러 찾아가기에는 너무 멀어 갈 일이 없었다. 또 그만큼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고…

시킨 것들 가운데에서 물만두가 가장 맛있었다. 피는 야들야들하고 속도 뭉치지 않았으며 간도 잘 맞았는데 먹고 나니 조미료미터가 어느 정도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이틀에 한 번씩 빚는다고 들었다.

꿔바로는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누군가 얘기한 것처럼 양념통닭의 맛을 살짝 느낄 수 있었는데, 고기보다 찹쌀반죽을 씹는 느낌이 조금 강했다. 뭐 찹쌀반죽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지만…

가지볶음. 여기에서 조미료미터가 좀 만만치 않게 올랐다. 단맛이 두드러졌는데 그게 조미료였던 듯. 공기밥을 시키니 계란국을 내주셨는데 간이 하나도 되어있지 않았다;;;

몇 달만에 찾았는데 시장 바깥에도 비슷한 음식점들이 많이 생겨서 이제 경쟁이 만만치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단골들은 꾸준히 찾아온다는 얘기를 들었다. 조미료가 만만치 않았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웠다.

2. 홍복

근처에서 밥을 먹게 되었는데 만두를 먹자고 해서, 아는 곳을 가게 되었다.

초두부는 연두부와 오리알의 부드러운 식감에 채썬파의 아삭아삭함이 이루는 대조가 두드러졌다. 여러가지 조금씩 다른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었는데, 입에 넣으면 부서지는 연두부의 부드러움부터 오리알 흰자의 약간 탱글거리는 부드러움에 노른자의 찐득거리는 부드러움(뭐 이럴때 creamy 하다는 표현을 쓰면 제격일듯?)까지. 불 안 쓰고 만드는 음식이라서 음식점에서는 많이 팔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겠다 싶었다.

특별한 기대는 없었는데 먹는 속도도 조절할겸 해서 양꼬치를 시켰다. 이곳의 양꼬치는 그냥 보통수준이거나 그보다 못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너무 맵게 양념이 된 것이 좀 흠이었지만 생각보다는 멀쩡했다. 양꼬치에 득도하신 분들이라면 보다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실 수도 있겠지만….

왕만두와 삼치물만두는 전과 별 다를게 없었는데, 삼치물만두 속에 소금간이 정말 아주 살짝 더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러나 조미료의 느낌이 별로 없이 만족스러웠다. 이 집은 사람들이 술을 많이 마시지 못하게 하려는지 맥주잔이 정말 작은 것이 인상적이다(작은 그릇에 담으면 음식을 덜 먹는다고 하지 않던가?). 두 번째 들렀던 집들 가운데 가장 기복없다는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3. 목란

역시 근처에 가게 되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들렀다. 사실은 목란이 돌아와서 갔던 중국집들 가운데 거의 첫 번째였는데 거기에서 먹고 또 다른 곳을 계속 다니게 되면서 비교해보니 그래도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터라 다시 한 번 가서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가지고 들러서 그런지 오히려 음식의 수준은 전보다 못한 느낌이었다.

가장 먹고 싶었던 것이 군만두라 낼름 시켰는데 다른 건 그렇다쳐도, 속에 정말 별로 든 게 없었다. 과장을 조금 보태서 씹히는 건 만두피와 다진 돼지고기 약간이었다.

탕수육은…소스에서 김이 무럭무럭 나는데 튀김에서는 차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면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궁금했다. 뭐 그건 그렇게 신경 쓸만한 것은 아니었는데, 확실히 지난 번에 대가방에서 느꼈던 것처럼 대부분의 중국집들은 튀김재료 자체에 소금간을 거의 안하는 것 같다. 재료 준비를 한참 전에 하는데 소금간을 해 놓으면 물이 빠질까봐 그러는 걸까… 잘 모르겠다.

삼선울면의 세 가지 해물은 오징어, 낙지, 그리고 바지락이었다(물론 가격이 오천원이니 크게 바라는 것이 문제겠지만). 국물의 첫맛이 괜찮다고 생각했으나 곧 조미료의 힘이라는 것을 알았다. 음식을 전체적으로 따져보았을 때 조미료미터가 상당히 올라가는 수준이었다. 지난 번에 누군가와 점심약속을 했다가 몸이 안 좋아서 취소했었는데, 그때 이집을 마음에 두고 있었을 정도로 이 근처에서라면 목란이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했었다. 이제 그 생각을 접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정도의, 그저 동네에서 그럭저럭 하는 정도 중국집 수준의 음식이었다. 물론 가격도 딱 그 정도였다는 생각이었다. 이 집의 답답한 공간은 정말 언제나 한계라는 생각이 든다. 위의 두 집은 다시 또 들러보겠지만 목란에 다시 갈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by bluexmas | 2010/01/07 10:31 | Taste | 트랙백 | 덧글(22)

 Commented by essen2 at 2010/01/07 11:19 

한가지 의아한게, 중국음식은 돼지기름을 많이써서 굳이 화학조미료를 안써도

되는걸로 알고있거든요.

그런데도 왜그리 좋지도 않은것을 많이도 쓸까요?

지금은 중국음식 증후군이 조미료때문으로 알려져있는데,

예전엔 돼지기름때문에 생기는것으로 알고있거든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08 13:52

중국음식 증후군에 대해서 엄청나게 자세하게 쓴 글을 읽은 기억이 나는데요, 그걸 한 번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왜 중국음식에 그렇게 조미료를 넣어야 되는지 이해가 잘 안되거든요.

 Commented by F모C™ at 2010/01/07 13:08 

튀김에서 차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면 미리 튀겨서 냉장이나 냉동해둔 것을 다시 튀기는 걸까요, 혹시 내용물은 익었는데도 차게 만들고 겉만 뜨겁게 만드는 것도 기술일런지..(달라!!!)

면바지 3종세트라면 전설의 잭필드? 앉았다 일어나도 구겨지지 않습니다~! 하는 성우분 목소리가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08 13:52

그런 건 아닐텐데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어요. 어쨌든 별로 인상적이지 않은 탕수육이었어요.

전설의 잭필드는 정말 제 가슴속에 뚜렷이 남아있습니다^^;;;;

 Commented at 2010/01/07 14:2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08 13:53

별말씀을요. 그냥 세상이 좁은 것도 문제겠지요. 같은 바닥에서 일하면 평판이라는 것도 꼬리표처럼 붙어다니고 한 번 거쳤던 사람을 또 거칠 수도 있고 뭐 그러니까요… 그냥 노파심에서 하는 얘기였습니다^^

 Commented by drtrue at 2010/01/07 16:49 

연남동 홍복이죠? 완전 애정하는 곳이에요!! 저도 거기 만두 사다가 냉동실에 쟁여두고 먹곤 했는데 (야식으로 최고라는..) 이사온 후로 아직 못가봤네요. bluexmas님 포슷팅보고 지금 급흥분상태입니다. 안그래도 만두 게이지가 떨어져가는데..

거기서 만두 주문하고 기다리다보면 화교분들이 많이 오더라구요. 대형 승용차 타고와서 만두 사재기하고 10만원짜리 내고 가시는 분 꽤 되던데요; 돈많은 화교분들이 많은가봐요. 후후 좋겠다 ㅠ.ㅜ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08 13:54

으아 십만원어치 만두는 정말 행복하겠어요^^;;;; 아주 약간 싱겁지만, 그래도 깨끗하게 잘 만든다는 느낌이에요.

저는 정말 만두게이지가 금방 떨어져서 자주 채워줘야 돼요^^;;;;

 Commented by 늬는산새처럼 at 2010/01/07 17:58 

냠냠냠. 물만두의 부드러운 식감이 좋아요.

아 설날에 집에 가면 엄마한테 물만두 해달라 해야지. ;ㅅ;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08 13:57

와 어머님이 물만두도 하실 줄 아시는군요! 물만두는 피에 비밀이 있지 않나 싶어요. 그냥 만두를 물만두로 하면 다 풀어지기만 하거든요. 비밀이 뭘까요…;;;

참, 블로그 닫으셨어도 자주 들러주세요~

 Commented by 고선생 at 2010/01/07 18:16 

제가 나중에 한국 갈 일 있을 때 질문드릴테니 맛있는 중국집 좀 알려주셔야 되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08 13:57

네 뭐 오시면 같이 양꼬치라도 한 번 드시죠^^

 Commented by 펠로우 at 2010/01/07 20:26 

광화문 근방에서 진득한 중국집이 아쉽네요^^; 동대문엔 조선족중국집이라도 많이 있으니,차라리 발길은 그쪽으로 가게 되더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08 13:57

펠로우님께서 목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 궁금합니다. 동대문에 추천하실만한 집 있으면 알려주세요. 그 근처에 무슨 카페도 한 번 가보고 싶은데 겸사겸사 가보면 좋을 것 같아서요.

 Commented by 펠로우 at 2010/01/08 16:56

전 목란에 가보진 않아서 평가불능입니다^^; 굳이 명동 근방에서 한끼 해결하자면 과대평가되긴 했어도 구중국대사관 골목의 [개화],[향미]가 무난합니다. 너무 싼 식사말고 ‘삼선’이상의 식사류를 시키는게 낫구요. 맵지않은 짬뽕류도 눈치 안보고 시킬 수 있습니다.

동대문에 사실 쓸만한 한국식중국집이 드물구요…양꼬치 조선족중국집이라면 동대문양육관, 동북화과왕 정도를 추천할 수 있습니다.

동대문에서 멀지않은 카페라면 안암 보헤미안 정도일텐데, 고객응대는 좀 떨어져서 크게 추천하고 싶진 않습니다. 커피 한잔 가볍게 마시고 원두 구매하는 정도는 괜찮을겁니다. 6호선 동묘앞역에서 봉화산행 지하철타고 안암역 2번출구로 나와 고려대 정경대 후문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지하에 있습니다. 간판이 크게 되어있지 않으니 검색하고 가시는게 좋습니다^^;

 Commented by 펠로우 at 2010/01/08 17:06

북창동 골목도 탐험 가능하다면 [중화원], [자금성]도 살짝 추천해봅니다. 중화원은 역사가 제법 된 중국집이고, 자금성은 식사손님 접객에 실망한 적 있어 발을 끊었지만 맛 자체는 나쁘지않습니다~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10/01/07 20:39 

옛날에 블루마스님 포스팅 보고 홍복을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아직까지 못 가보고 있네요. 왕만두가 먹고 싶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08 13:58

앗 꼭 한 번 가보세요. 양꼬치까지 적극 추천할 수는 없지만 만두며 다른 것들은 맛있더라구요^^

 Commented by 딸기쇼트케이크 at 2010/01/07 21:57 

제가 좋아하는 중국집은 이수역에서 버스 갈아타고 좀 가서 또 좀 걸어야 하는 곳에 있는지라 자주는 못가지만 참 좋아하는 곳이 있어용.. 혹시 그 근처 중국집 가본적 있으신가용?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08 13:58

아 그래요? 그 동네는 정말 안 가본 적도 꽤 오래 되었어요. 옛날에는 사당까지 버스를 타고 와서 학교를 다녀서 그 근처도 좀 갔었는데… 어딘지 이름이랑 위치 알려주시면 한 번 가볼께요 🙂

 Commented by 까마종이 at 2010/01/07 23:42 

삼팔교자관 음식은 비주얼만 보면 진짜 중국식당같네요!

계란국 간 안 되있는것도 그렇고 ㄷㄷㄷ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1/08 13:59

중국에 계신가봐요. 진짜 계란국은 간이 안 되어 있나봐요. 그건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