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은-생각보다는 멀쩡했던 공장떡

지난 주에 이름만으로는 도저히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타임스퀘어에 갔다가 엉겁결에 SPC 계열사라고 주워들은 기억이 있는 ‘빚은’ 의 떡을 사먹어보았다. 그래봐야 겨우 두 개였지만… 밖에서 그런 걸 사먹는 경우는 정말 거의 없는데, 어쩌다보니 그런 상황에 봉착해서 이왕 먹고 싶지 않은 걸 먹게 되는 상황이라면 안 먹어보던 걸 먹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누군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무슨 연예인을 빌려다가 팔아먹는 크로와상 전문점이라는 것도 있던데 이젠 크로와상 따위에도 연예인을 붙여서 팔아먹어야 하나?)

사실 할머니께서 제대로 만드시던 떡이나 한과 식혜, 수정과 등등을 어렸을 때 너무 많이 먹고 자라서(오죽하면 내가 비만이었겠나-) 파는 떡에는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게다가 지독한 탄수화물 덩어리라는 것도 그렇고(빵과 비교하면 사실 그 밀도도 정말 엄청나다)… 그래서 가게도 신경써서 둘러보지 않았는데 보통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그런 떡들부터 쌀로 만든 케이크까지 갖추고 있기는 했지만, 잘은 몰라도 요즘의 떡 추세가 그런 것 아닌가 생각하면 딱히 특별할 것은 없어보였다.

낱개 포장된 단호박떡과 흑미떡(각각 1,300원)을 하나씩 사면서 물어보았더니, 물론 여기에서 직접 이런 떡을 만들리는 없고 반 냉동된 것을 가져다가 해동시켜서 판다고 했다. 그럼 다시 냉동시켰다가 먹는 건 그냥 그렇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이상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한 번 해동된 걸 다시 냉동시키는데에는 거부감이 있다. 특히 생선종류는 다 그런데, 새우의 경우는 진짜 생새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먹다 남은 걸 다시 냉동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머리가 없더라도 아예 개별냉동포장된 새우가 쓰기에는 더 나은 것이다(뜬금없이 새우얘기를…;;;).

포장된 채로 만져보니 생각보다는 굉장히 물렁거려서 포장을 뜯으면 주루룩 흘러내리는 것은 아닌가 싶었는데, 또 막상 포장을 뜯고 나니 휘지도 않고 그 형태를 멀쩡하게 유지해서 살짝 놀랐다. 떡은 맛도 맛이지만 식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흘러내리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말랑말랑해 보였던 것과는 달리 생각보다 굉장히 쫀득거렸다. 어느 정도로 쫀득거렸냐하면 가내수공업의 기술로는 절대 이뤄낼 수 없고, 물리적이든 화학적이든 대량생산의 힘만이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쫀득거렸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질길 정도? 그래서 먹는 느낌이 아주 상쾌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파는 떡들이 가끔 미국사람들 입맛에 맞췄나 싶게 미친 듯이 달 때가 있는데 반해 이 떡의 단맛은 비교적 중용을 지킨 듯한 느낌이었다. 분명히 철저한 대량생산일 것이라고 생각해보았을 때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지만 먹고 난 뒤 정체를 알 수 없는 시큼한 뒷맛이 생각보다 오래 가는 것으로 보아 성분표를 읽지 않고는 무엇인지 알아맞출 수 없는 마법의 성분이 들어간 것은 아닌가 추측만 할 수 밖에 없었다. 인터넷 사이트가 있나 뒤져보아도 별 정보가 없어 뭘 해먹고 살겠다고 만든 상표며 제품인지 파악하기는 좀 어려운데 타임스퀘어에서도 가장 바닥층 맨 구석에 자리잡고 있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거기까지 가서 우리 것이지만 이제는 그 맛이며 식감이 외국의 것보다 낯설게 느껴지는 떡을 먹게 될까 조금 궁금하기는 했다. 이렇게 쫀득거리는 떡이 밖에서 먹는 음식으로서 지닌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라면 포크로 잘라 나눠먹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니면 이런 떡을 잇자국이 남아 있는 그대로 돌려가면서 먹기가 쉽지는 않다. 사업목표가 뭔지 모르겠지만 차라리 아침 식사용 배달떡 같은 컨셉트로 사업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사실 그러기에는 밤이나 견과류 같은 부재료가 풍성하게는 들어있지 않았다. 요즘은 인터넷 사업이 발달해서 시골에서 옛날식으로 만드는 떡도 택배로 금방 손에 넣을 수 있으니 차라리 그런 쪽을 사먹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안타깝게도 떡은 우리의 삶에서 너무 거리가 멀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떡실신’ 같은 말에서나 떡이 입에 오르내리는 현실이니까.

 by bluexmas | 2010/01/05 16:38 | Taste | 트랙백 | 덧글(11)

 Commented by 아이하라 at 2010/01/05 16:46 

저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타임스퀘어 개장 전에 이름만 보고 엄청 뿜었던 기억이 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 타임 스퀘어 갈까?라고 말하는 생각만 해도 넘 웃긴 ㅋㅋ

전 빵도 좋아하고 떡도 좋아하는데

떠떡이 더 밀도가 높으니 살이 더 찌는 건가여 ㅠㅠㅠㅠㅠ

 Commented by essen2 at 2010/01/05 17:04 

제가 궁금한것은 왜 떡집에서 사온떡은 잘 굳지를 않는가 하는점이죠.

직접 방앗간가서 만든 인절미의 경우 아침에 한게 오후만 됨 어느정도 굳잖아요?

 Commented by JyuRing at 2010/01/05 23:00

제가 사는 동네에서 본 건데요, 가래떡이나 인절미, 시루떡등은 떡집인 경우 만들지만 찹쌀떡,말이떡 등의 모양떡 같은건 공장에서 떼어오나보더라구요. 공장박스에서 떡을 빼서 포장하고 있던걸요.

시루떡은 뒤의 떡기계에서 모락모락 찌고 있던데..

그래서 천원떡이 아니면 동네떡집이나, 이마트 떡이나 기본떡빼곤 거기서 거기가 아닐까 생각해요 -.-

 Commented by essen2 at 2010/01/05 23:17

어디선가 들은 이야긴데, 모찌떡의 경우 만드는이들은 절대로 안먹는대효.>,.<

 Commented by mew at 2010/01/05 17:23 

아.. 정말 떡은 말 그대로 ‘밥’이라는 느낌이에요.

이거 먹으면 밥 한 공기…. 라는 개념이랄지…

오늘 회사 식당에서 고구마밥과 떡국이 나왔는데, 다른 반찬 제쳐 두고 이건 밥 두 공기잖아!

이러면서 툴툴거렸어요.

요새 나온 떡 중에 참신했던 게 포슬포슬해서 먹기 좋은 백설기 사이에 다진 채소와 햄, 맛살, 익혀 으깬 감자, 달걀 등을 넣어 만든 떡 샌드위치였어요. 그 정도면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겠더라고요. 빵 샌드위치보다 소화도 잘 될 것 같고+_+

 Commented by Gony at 2010/01/05 18:22 

ㅎㅎ 어제 인천공항에서 출국하는데 공항에도 있더라고요. 궁금해서 슬쩍 구경만 하고 왔는데 이렇게 포스팅이 있으니 왠지 반갑네요. ㅋ. 동네 떡집이 두 군데 있는데 새벽 5시 반 부터(제가 집을 나서는 시간) 쌀 냄새를 풍기며 열심히 떡 만드는 모습을 보면 뭔가 숭고하다는 생각까지 들곤 하더군요. 아무튼 떡은 참 맛있긴 한데 탄수화물 양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서 아쉬워요 ㅋ.

 Commented at 2010/01/05 19:2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guss at 2010/01/06 00:12 

그 크라상 연예인은 아마 김창렬일 겁니다.

 Commented by SF_GIRL at 2010/01/06 09:14 

아 그래도 떡은요, 쌀>밀가루, 게다가 잡곡도 포함하고 있으니 몸에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는데 좀 변명 같으네요.

그리고 마지막 부분, 욕설의 언어학 같은 건 모르지만 아마 성적인 의미 (비하적으로 쓰는)로의 전환을 거쳐서 강조의 접두사로 쓰이는 게 아닐까 싶네요. ‘ㅅ’

 Commented by 아이 at 2010/01/06 09:16 

“빚은”의 떡 맛나죠… 아웅 갑자기 떠오르네요;ㅁ;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10/01/06 16:24 

연예인 내세워 파는 것 치고 제대로 된 것이 잘 없죠..연예인에게 투자하느라 돈을 대부분 써버려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