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구복-소롱포의 탈을 쓴 분식집 만두
며칠 전에, 먹고 난 다음 보기로 했던 영화까지 놓쳐가며 얼마 전에 생겼다는 신촌의 구복에서 소롱포 한 접시를 먹었다. 물론 다른 음식도 좀 먹어보고 모아서 글을 써야 되고, 또 그럴 생각이었으나 한 접시 먹고 난 다음에는 그래야 될 필요를 못 느끼게 되었다.
만두는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기는 해도, 절대 만들기에 만만한 음식이 아니라고 생각해왔다. 그렇게 어려운 이유는 겉과 속 모두 만두를 터지지 않도록 하면서 물기를 적당히 지키는 중용을 지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만두 속을 만들때, 만두가 나중에 터지는 게 두려워 재료의 물기를 너무 꼭 짜거나 물기를 불어넣어 주는 재료를 너무 적게 넣으면, 쪘을때 속이 완전히 딱딱하게 뭉쳐져서 피는 피대로, 속은 속대로 분리된다. 또 껍데기 역시 너무 얇게 만들면 터지고, 너무 두껍게 만들면 질겨서 씹는 맛이 없어진다(발효시키는 것이 아닌 한). 오죽하면 몇 달 전인가 ‘아이디어 하우머치’ 에서 자연재료로 만든 제면 개선제를 만두에 응용하도록 들고 나온 것도 본 적이 있었다. 삼천포로 빠졌는데 어쨌든, 만두를 제대로 만들기란 만두라는 음식이 그렇게 쉽게 먹을 수 있는 것임을 생각한다면 정말 의외로 어렵다.
그리고 그게, 삶았을 때 안에 국물이 빨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고이게 만드는 소롱포라면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적당히 물기를 유지하면서 삶았을 때 터져 국물이 흘러 나오는 일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설이 길었는데, 구복의 소롱포는 국물은 터지지 않고 잘 머금고 있었지만 나머지는 모두 만두에게 품는 가장 기본적인 기대에 못미쳤다.
일단, 속이 완전히 뭉쳐 있어서, 국물을 쪽 빨아먹고 나면 속에 그냥 단단한 덩어리가 남는다. 그러므로 만두피와 속을 같이 먹기 어렵다. 속은 거의 고기완자 수준으로 뭉쳐져있었는데, 정말 내가 처음으로 만두를 직접 만들어 보겠다고 모든 재료의 물기를 아주 꼭 짜서 만든 만두처럼 속이 단단하게 뭉쳐져 있어서 좀 난감했다. 그게 소롱포든 뭐든, 만두 속이 이렇게까지 뭉쳐 있는 건 만두 먹는 의미를 반감시킨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피는 뻣뻣했다. 국물에도 터지지 않으면서도 부드러우려면 정말 만두를 많이 빚어서 그 노하우를 아는 사람만의 손길이나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피는 그냥 뻣뻣하고 질겼다.
사실 속이 좀 뭉쳐있을 수도 있고, 피가 뻣뻣할 수도 있다고는 생각하는데 국물을 한 입 쭉 빨았을때 머릿 속에 있는 조미료 미터가 100까지 쭈욱 올라가는 정도로 조미료의 달달함이 진하게 느껴지는 국물은 정말 실망이었다. 뭐 중국음식에 조미료 안 넣는 경우가 없고, 입 맛이 예민한 건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어딘가에서 먹었던 만두에서도 이 정도의 조미료맛은 솔직히 느껴본 적이 없었다(그리고 그렇게 조미료 많이 들어갈 것 같은 집이면 아예 가지를 않는다). 그리고 솔직히, 소롱표에 넣는 그 국물을 굳히기 전에 기름기나 뭐 이런 것들을 걷어내고 만드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지만 국물을 끓일 때 위에 올라오는 거품이나 거뭇거뭇한 단백질을 제대로 걷어내지 않았을 때 남는 뭐 그런 것이 내 앞에 담겨 나온 소롱포의 가운데 뚫린 부분에 올라와 있는 국물에 떠 있는 걸 보는 기분은 솔직히 좀 그랬다.
만두 한 접시에 솔직히 예민하거나 까다롭게 굴 필요는 없는데, 작은 만두 일곱 개에 오천원이라면 그게 또 다른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잘 만든 소롱포, 아니 만두라면 돈이 얼마가 들든 치르고 먹을 용의가 있다, 나는 그만큼 만두를 좋아하니까. 하여간 그래서 기대를 품고 갔던 구복의 만두는 안에 국물이 들었다는 것 말고는 가격과 맛에서 뭐가 좋은지 느낄 수 없었다. 안에 국물이 들어가 있는 것 빼놓고는 분식집 만두와 별 다를 바 없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솔직히 이렇게 말하면 맛있는 분식집 만두를 폄하하는 것 같아서 그런 표현을 쓰고 싶지도 않다. 국물이 안 들었어도 맛있는 분식집 만두도 많으니까. 다른 사람들 글을 보고 찾아갔는데, 어째 과대평가의 조짐이 보인다. 나처럼 다른 사람들 글을 보고 간다면 곧 사람들이 많이 올텐데, 그러면 그렇게 넓지 않은 공간이라 만두 먹기에 그렇게 쾌적한 공간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어쨌든, 대학교 1학년때 갔던 우주 화장실의 투엔티 섬씽 이후로 신촌은 식도락의 불모지라고 생각해서 이 집에 잠시 희망을 걸었는데, 그 생각을 곧 바꾸게 될 것 같지는 않다. 굳이 소롱포를 고집할 필요가 없는 나 같은 사람이라면 돈을 조금 더해 분식집 만두를 2인분 먹겠다고 말하면, 아마 그게 이 집 만두를 겨우 1인분 먹고 바로 느꼈던 기분을 가장 짧고 적절하게 표현하는 문장이 될거라 생각한다. 이 집에서 소롱포 2인분 먹으면 만 원인데, 그래도 배가 부를 확률은 별로 없을테고, 아마 그 전에 딱딱하게 뭉친 속을 먹고 진짜 속이 좀 딱딱하게 뭉치는 느낌이 들 확률이 높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내가 갔던 시간이 점심때였는데 대학들이 방학을 해서 그런지 사람이 없어서 음식 만드시는 한 분이 모든 걸 다 하시던데, 정말 나까지 손님이 다섯 명이었는데도 그게 매끄럽게 잘 돌아가지 않더라. 주방에서 음식 만드는 사람이 모든 걸 다 하도록 놓아두는 시스템은 손님과 음식 만드는 사람 모두에게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음식 만드는 사람이 돈 만지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 by bluexmas | 2009/12/25 10:53 | Taste | 트랙백 | 덧글(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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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거롭게 신촌까지 가셨군요. 아쉬운대로 샤오롱바오라면 서울선 명동 눈스퀘어 6층 [크리스탈 제이드]가 먹을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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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 포스팅은 내리지 않으면 손발이 오그라들어 다른 글을 쓸 수가 없어 그냥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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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저는 만두를 좋아하지 않고 사랑하니까 아무데나 가도 좋습니다. 원래 가장 좋아하는 건 허름하지만 포스가 있는 시장 만두집 같은 곳에서 동그란 만두를 막 쌓아놓고 먹는 것이죠^^ 지겨우면 김밥도 하나 시켜주면 좋구요^^
이대 앞에도 간혹 먹을만한 데 있고, 홍대 앞에도 그럭저럭 있는데, 어째서 신촌은 그렇게 불모지인지 모르겠어요( ..)
조미료 맛이라는 언급에서는 희망이 꺾이네요;;
그나저나, 블로그 가보니 부 래들리스의 앨범 자켓이 있던데, 좋아하시나봐요. 그 앨범 정말 좋았는데… 그 뒤로 쫄딱 망했죠. 아마 창작력이 고갈되지 않았나 싶어요. Ride the Tiger는 좋았지만…
몇 번인진 기억 나지 않지만 그 횟수로 접어야 맛있어진다는데 역시 만두는 만만한 것이 아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