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 카도야-만약 아직도 오징어가 있다면
지난 주에 모파워블로거님(또는 탑 100 블로거님)의 블로그에서 본 정보를 얻어 망원동 카도야에서 저녁을 먹었다. 사실 찬 음식을 많이 못 먹는 체질이라서 회와 술을 같이 먹는 적은 거의 없고, 따라서 맛도 모르며 어디가 더 맛있나 비교도 못하고, 또한 사람들처럼 회를 한 접시 가득 담아놓고 먹지도 못한다. 그래서 회는 맛볼 정도로만 먹고, 다른 음식도 먹을 수 있는 이런 집들을 더 좋아한다(그러나 그것마저도 별로 가 본 적이 없다).
다찌에 두 사람이 앉았는데, 먼저 나온 이 알이며 곤이 조림은, 간이 조금 더 배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날씨가 춥고, 가게가 구조상 추울 수 밖에 없는 공간인데, 이걸 좀 따끈하게 데워서 내놓는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내가 일본 음식을 잘 모르니 이게 원래 어느 정도의 온도로 먹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회를 잘 안 먹지만, 흰생선보다 등푸른 생선을 더 좋아해서, 다른 것보다 청어와 시메사바를 먹어보고 싶었다. 고등어니 뭐니 이런 것들은 그냥 어쩌다가 한 번씩 다 먹어본 것 같은데, 청어를 먹어본 기억은 없다. 어쨌든 회는 쫄깃쫄깃한 식감의 흰살 생선 같은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이런 것들이 더 좋다. 신선함은… 등푸른 생선은 내놓을 만하니까 내놓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먹었다. 사진에서 본 것보다 양은 적었지만, 그렇다고 만 원에 만족 못할 만큼은 아니었다.
그리고 시메 사바. 해산물을 초에 절였다고 하면, 세비체와 같은 것들처럼 단백질을 산에 조리하면서 세균을 죽이는 조리 방법인 것일까? 만족스러운 맛이었는데 역시나 어느 정도의 식감이나 신맛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비교는 할 재간이 없다. 같이 나왔던 오이절임은 부드러운 고등어살의 식감을 생각해 볼때, 물기를 좀 짜서 꼬들꼬들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역시 일본 음식에 대해서 모르니 일단은 통과.
오늘의 추천메뉴에 있길래 주문했던 오징어 통찜. 만 이천원에 한 마리일줄 알았는데, 두마리였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만족스러웠다. 과장님인가 하는 분이 오징어가 좋아서 사온 것이라고 얘기를 해 주셨다. 그러니까 내장이랑 같이 먹을 수 있는 것 아닌가…? 하여간 겉은 거의 완전히 익고, 속은 아주 살짝 부드러운 오징어의 식감이 먼저 입 안에 들어오고 그 다음에 내장의 고소하고 진한 맛이 입안을 살짝 감싸면서, 오징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짠맛에 내오기 직전에 살짝 뿌린 소금이 방점을 찍어주는, 그런 맛이었다. 이거만 한 두세접시 시켜서 술안주 삼아도 질리지 않았을 듯… 그러나 오징어가 아주아주 살짝 더 부드러웠으면 조금 더 좋았을 것 같다. 내가 주문한 걸 내올때에는 다리를 통으로 잘랐던데, 그게 젓가락으로 하나씩 뗄 정도는 아니어서… 나중에 주문 받은 것은 다리를 보다 더 가닥가닥 자르는 것을 보았다. 두 마리니까 꽤 많아서 나중에는 고추장도 찍어 먹었다.
여기까지 청하를 마시다가(사케에 대해서도 역시 완전 무지한지라…), 튀김을 시키면서 맥주로 판을 바꿨다. 맥주통이 떡허니 나와 있는 것으로 보아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 같은데… 그래서 마시게 된 맥주는 그만큼 마실만 했다.
가장 먼저 먹은 튀김은 굴튀김인데, 아주 인상적일 것도 없지만 또 모자른 것도 없는 평범한 정도였다. 아주 살짝 더 튀겨진 느낌? 재료도 평범, 튀김도 평범했다(나쁜 의미는 아니고).
새우튀김은, 아쉬웠는데 그건 사실 왜 껍데기를 벗기고 튀겼는지 이해할 수 없어서였다. 원래 어떤 상태의 새우였는지는 모르겠는데, 껍데기가 튀길때 수분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할 거라고 생각하는터라 저렇게 튀겼을 때 살이 딱딱하게 느껴지는 건 좀… 뭐 여기에도 내가 모르는 어떤 의미가 숨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지막으로는 날씨가 추워 시킨 나가사키 짬뽕. 어디에선가 맛있는 나가사키 짬뽕을 먹어본 사람이라면 아주 많이 만족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 국물은 살짝 짰고, 면은 국물과 약간 따로 노는 느낌이었으며, 새우 역시 좀 그런 느낌이었다.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는데, 음식 외의 것을 얘기하자면, 원래 천장고가 높은 공간인데다가, 가게 전면부를 전부 나무로 해놓아서, 비닐을 쳐놨음에도 바람이 숭숭 들어오고 있었다. 딱히 둘 자리가 없어서 난방기를 문간에 놓은 것 자체는 이해가 가지만, 찬바람이 부는 방향보다는 반대 방향에 두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열손실이 많지 않나? 아니면 천장형 냉난방 시스템 같은 것이 있었는지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차라리 그런 것이 낫겠다. 어쨌던, 그리 형편이 좋지 않은 자영업자의 예산에 무리가 좀 가는 집이긴 한데, 다음에도 친구 시간 나는대로 가서 술을 마시지 않을까 싶다. 일하시는 분들도 친절했다.
# by bluexmas | 2009/12/23 09:50 | Taste | 트랙백 | 덧글(21)
제가 출근하는 쪽은 <카도야>라고 쓰여져있지 않은 안쪽 골목길이라
bluexmas님이 포스팅하시기 전까진 일본어간판 이름도 못읽으면서 다녔다는.
얼마전 남편이 다녀와 동네치곤 꽤 괜찮은 집인데 사람이 왜이렇게 많냐길래
동네사람들이 다 술마시러 왔나보지,했는데 늘 많은 거였군요.
짭조롬한 오징어 통찜 먹고 싶어요. 퇴근길에 즉흥적으로 들리는것 아닌가 몰라요.
근데 전 왜 베이킹도 안하면서 레시피를 찾아 흘러온걸까요?;..
베이킹을 하시고 싶으신걸지도 모르죠 언제나 기본 상담 받습니다… 오늘도 밖에 나가서 먹을것만 엄청나게 사들고 들어왔어요;;; 자주 들러주세요^^
새우튀김이네요. ㅠㅠ 저는 개인적으로 껍데기 벗긴 걸 더 좋아하는데.. 블루마스님은 입힌 걸 좋아하시는군요 ^^ 통오징어 무지 맛있을 것 같아요.. 고추장 찍어 드셨다고 한건 초고추장인가요? 왠지 비싼 곳이고 하니 초고추장 말고.. 고급스러운 특제 소스를 찍어먹어야 할 것 같은걸요 =_=
식감 같은 건 잘 모르겠고, 순전히 새우의 다리들은 징그럽다는 생각에… 물론 튀김 옷 입혀져 있으면 잘 안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T.T
좋아하지 않는게 있을까 싶지만…
그런데 오징어를 통으로 먹게되면 먹물도 주나요?
먹물을 먹으면 나중에 화장실에서 시꺼먼걸 보게되서…
구미가 당기는군요!!
다양한 요리를 한번에 맛 볼 수 있다니.. 부럽습니다..